겨울엔 연탄 여름엔 선풍기… 시원한 사랑 나눕니다

전주연탄은행대표 윤국춘 목사, 무더위에 무방비 어르신들 위해 2015년부터 선풍기 모금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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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국춘 전주연탄은행 대표가 지난해 여름 한 어르신 가정을 방문해 선풍기를 전달하고 있다. 전주연탄은행 제공
“선풍기가 없으니 여름 다가오는 게 늘 무서웠죠. 집에 있으면 갑갑하니까 해가 떨어진 뒤에도 동네 어귀에 앉아 있곤 했어요. 그런데 목사 양반이 가져다 준 선풍기 덕분에 더위는 이제 안녕이지요잉∼”

전주연탄은행 대표 윤국춘(50) 목사가 작년 여름 전주시 완산구 풍남동에 사는 이은봉(84) 할머니에게 들었던 감사인사다. 한겨울 형편이 어려운 어르신들에게 ‘사랑의 연탄’을 선물하던 전주연탄은행이 선풍기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도 연탄 때문이었다.

“연탄을 전달할 때는 자연스럽게 가정 심방을 하게 됩니다. 연탄만 내려놓고 올 수는 없잖아요. 어르신들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이분들이 여름을 두려워 한다는 걸 알게 됐어요. 선풍기가 없어서였죠. 있어도 고장난 게 태반이었습니다. 무척 놀랐습니다.”

연탄으로 ‘뜨거운 사랑’을 나누던 전주연탄은행 실무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내린 결론은 선풍기를 통해 ‘시원한 사랑’도 나누자는 것이었다. 2015년 봄 이 같은 결정을 내린 전주연탄은행은 곧바로 ‘1004 선풍기 모금운동’을 시작했다. 선풍기가 없거나 고장 나 쓸 수 없는 전북 주요 도시의 어르신 가정에 1004개의 선풍기를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빠른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데는 전북의 무더운 여름날씨도 한몫했다. 윤 목사는 “‘대프리카’로 불리는 대구가 가장 무더운 도시로 알려져 있지만 전북 도시들도 만만치 않다”고 했다.

선풍기 모금운동의 호응은 컸다. 대기업 후원 없이 개인 후원자들의 참여만으로 1004가정에 시원한 바람을 선물했다. 이듬해인 2016년에도 1004개의 선풍기가 어르신들을 만났다. 올해 목표는 대폭 줄어든 300개.

“전주시와 완주군 어르신 300명에게만 전달할 예정입니다. 2년 동안 많은 가정에 선풍기를 전달했고 오히려 전주연탄은행과 가까운 지역이 소외됐다는 지적이 있어 이런 결정을 하게 됐습니다.” 전주연탄은행은 올해 모금을 17일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보람이요? 겨울과 여름에 모두 이웃에게 사랑을 전할 수 있다는 점이죠. 뜨겁고 시원한 사랑을 번갈아 나누는 보람이 큽니다. 선풍기 하나만으로도 어르신들이 종일 그늘을 찾아다니는 수고를 덜 수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이에요. ‘시원한 사랑’ 나눔에 많은 관심 가져 주세요.”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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