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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청년] “카메라·젊음·믿음… 세 가지면 충분해요”

최근 세계여행 마친 이정현 사진작가

[예수청년] “카메라·젊음·믿음… 세 가지면 충분해요” 기사의 사진
올 1월까지 꿈을 찾아 654일간의 ‘사진나눔’ 세계여행을 마친 이정현씨. 사진은 지난해 9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지인이 찍어 준 이씨 모습. 이정현 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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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국한 지 5개월이 지났지만 제 손에 여전히 카메라가 쥐어져 있다는 건 어렴풋했던 꿈이 여행을 통해 뚜렷해졌다는 걸 의미합니다.”

지난 6일 서울 마포구 합정역 인근 카페에서 만난 사진작가 이정현(29)씨는 최근 세계여행을 마쳤다. 대학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한 그는 외무고시 준비생이었다. “시험을 준비하며 생활비 마련을 위해 영어강사 활동을 했어요. 뜻하지 않게 고액과외를 하게 되면서 돈 버는 기쁨을 맛봤죠. 시험 준비도 뒤로하고 그저 돈을 버는데 집중했죠. 주일에도 예배만 드리고 하루 종일 일했어요.”

군입대 후 주변의 환경은 급격히 변했다. “여러 가지 문제가 동시에 생기면서 저도 부모님도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됐어요. 제대를 하면서 뭘 해야 할지 막막하더군요.”

이씨는 답을 구하기 위해 평소 즐겨 읽던 책의 작가들을 무작정 찾아가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무엇보다 기도하는데 집중했다. “더 이상 돈을 최우선 가치로 삼지 말고 오랫동안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겠다고 결론을 내렸죠. 문득 ‘사진’이라는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취미였지만 여행하며 사진 찍기를 즐기던 터였다. 군 시절 후임병들의 사진을 찍어 달력을 만들어 주기도 했다. “기뻐하던 후임병 모습을 보며 보람과 행복을 느꼈던 기억이 났습니다. 그렇다고 사진작가를 해야겠다는 확신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어요.”

꿈에 대한 확신을 얻기 위해 도전하기로 했다. 카메라 하나 들고 세계여행에 나서기로 한 것. 수중에 돈이 없었기에 주변에선 무모하다며 말렸다. “기도하고 준비하며 세 가지 원칙을 세웠어요. ‘여행을 하며 찍은 사진은 무료로 나눠 준다’ ‘구걸은 하지 않되 자발적 후원은 감사히 받는다’ ‘이 약속을 1년간은 지킨다’였죠. 이 세 가지를 지키면 사진 찍는 것을 업으로 삼기로 다짐했습니다.”

여행 초기 홍콩과 베트남 등에서 ‘프리포토 이벤트’를 했다. 매일 6시간 이상을 거리에 서있었지만 아무도 다가오지 않았다. 방식을 바꿔 숙소에서 만난 이들의 사진을 찍어 나눠주기 시작했다. 그렇게 사귄 친구들은 그에게 밥을 사주기도, 심지어 비행기 티켓을 사주기도 했다. 피사체와 친구가 되기 전에는 절대 사진에 담지 않기로 다짐했다.

자발적 후원을 받아가며 여행을 이어갔지만 곧 한계가 왔다. 통장에 미화 30달러 정도가 남아있을 때 캄보디아로 갔다. “당시 출석 중이던 교회의 선교팀이 와 계셨거든요. 도움을 드리고, 숙식도 해결할 겸 찾아갔죠. 선교팀의 사역이 끝나고 몇몇 분들이 자발적 후원금이라며 도움을 주신 덕분에 여행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캄보디아 씨엠립에 갔을 때는 이씨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연재한 여행기를 관심 있게 보던 한 여행사 가이드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그 분 소개로 캄보디아를 찾은 관광객들에게 제 여행의 목적을 알릴 수 있었어요. 사진을 찍어 나눠드리고 사례는 받지 않았죠. 하지만 간혹 그분들 중에 자발적 후원을 해준 분들이 있었고, 여행에 딱 필요한 만큼의 비용이 충당이 되더라고요.”

태국 인도 터키 등을 거쳐 유럽으로 갔다. 아이슬란드에 섰을 때 그가 여행을 떠난 지 딱 1년이 됐다. “감격스러웠죠. 계획은 제가 했지만 결국 제 힘으로 한 것이 아니었거든요.”

약속한 1년이 지났기에 사진을 통해 수익을 올리기로 했다. 유럽각지에서 여행객들의 스냅사진촬영을 하며 적지 않은 돈을 모았다. 그 즈음 여행 중 만난 친구로부터 연락이 왔다. 아프리카 말라위에 머물고 있는데 그곳 사람들을 위해 사진을 찍어주면 좋겠다고 했다. “세계여행의 마지막 일정으로 남미 여행을 계획하던 터라 고민이 됐죠. 하지만 무엇을 위해 사진을 찍고 싶은지 자문했고, 기도 끝에 마음을 돌려 아프리카로 향했습니다.”

예상치 못한 장애물을 만나기도 했다. “말라위에서 사역 중인 최우영(북서진선교회) 선교사님을 통해 가족사진을 찍기 원하는 현지인 서른 가정을 섭외해놓은 상태였어요. 그런데 사진을 찍기 이틀 전에 머물던 게스트하우스에서 돈을 도둑 맞은 거에요. 단돈 100달러만 남아있었죠. 그 돈으로는 사진을 출력해 나눠줄 수도, 한국으로 가기 위한 비행기 표를 살 수도 없었습니다.”

고민 끝에 큰 기대 없이 페이스북에 후원 요청을 올렸다. 가족사진을 기다리는 이들을 외면할 수 없었다. 이들 가정의 사진을 찍고 출력하려면 한화로 40여만원이 필요했다. “기적이 있어났죠. 하룻밤 사이에 88명으로부터 330만원의 후원금이 모금됐어요. 총 70여 가정의 사진을 찍어주고 저도 무사히 한국으로 올 수 있었습니다.”

654일간의 여행을 마치고 올해 1월 귀국 한 이씨는 국내에서 사진작가로 활동을 시작했다. 촬영기법을 가르치는 클래스도 운영중이다. ‘1년 중 한 달은 하나님께 드린다’는 목적으로 사진 찍을 여건이 안 되는 이들이 있는 곳을 찾아가 무료 사진 나눔을 할 계획이다. “이제 막 시작한 만큼 걱정도 돼지만 두렵지는 않아요. 선한목적을 갖고 선택과 집중을 하다보면 무엇을 할지는 하나님께서 자연스레 알려주신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제가 이 마음을 지키며 의미 있는 한 컷을 찍어 갈 수 있도록 응원 부탁드립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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