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박현동] ‘커피 정치’와 한계효용체감의 법칙 기사의 사진
‘지옥처럼 검고 죽음처럼 강하며, 천사처럼 순수하고 사랑처럼 달콤하다’. 가장 고전적이면서도 널리 알려진 커피 예찬론이다. 이외에도 커피 예찬론은 차고 넘친다. 원산지를 찾아다니는 커피여행도 있을 정도이니 커피의 인기를 능가하는 것은 당분간 나타나지 않을 것 같다. 인간에게 사랑의 감정이 존재하는 한 인간의 커피 사랑도 식지 않을 것이다.

1970, 80년대 시골 다방은 동네건달이나 퇴직한 어른들의 놀이터였다. 지금은 그랬다간 큰일 날 일이지만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레지’에게 건네는 희롱마저 나름 ‘문화’였다. 계란 노른자 떨군 모닝커피 한 잔 정도 해야 있어 보이던 시절도 있었다. 당시엔 첫사랑의 추억도 커피와 함께했다. 커피는 이별이었고, 만남이었다. 지금도 커피에 얽힌 애틋한 사연이 없는 사람이 드물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커피 사랑은 유별나다. 통계를 보면 하루 평균 4∼5잔을 마신다. 밥은 세 끼가 기본이니 밥보다 커피다. 밥 한 끼 굶어도 커피는 마셔야 된다는 사람도 적지 않다. 바리스타는 인기 직업이 됐고, 국가대표 바리스타 선발전도 열린다. 국내 시장 규모는 9조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포화상태라는 경고가 있지만 여전히 성장세에 있고, 커피 전문점은 한 집 건너 한 집이다.

커피 마시는 문재인 대통령이 언론에 자주 노출된다. 와이셔츠 차림의 대통령이 참모들과 커피 들고 청와대를 산책하는 모습에 많은 국민들이 환호했다. 과거엔 보지 못했다. 신선함을 넘어 소탈함과 탈권위까지 느꼈으니 당연하다. 지난달 25일 첫 수석보좌관회의에선 대통령이 커피를 직접 내리는 ‘셀프 커피’ 사진이, 그제는 소방관들과 커피 마시는 모습이 공개됐다. 8일에도 대통령의 커피는 이어졌다.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한 대통령이 커피를 마시면서 북한의 미사일 도발 상황을 보고받는 사진이 신문에 실렸다.

과유불급이라고 했다.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 듣기 좋은 꽃노래도 한두 번이다. 신선함이 식상함으로 변하는 것은 순간이다. 대통령이라고 이 상식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미지 없는 정치는 있을 수 없지만 이미지만으로 되지 않는 게 정치다. ‘커피 정치’에도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은 작동한다.

글=박현동 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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