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이지현] 욥에게 배우는 인권감수성 기사의 사진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샌프란시스코 캠퍼스의 한 약국에선 로봇 약사가 홀로 일하며 지금까지 200만건 이상의 처방전을 실수 없이 조제했다. IBM의 인공지능(AI) 시스템 ‘왓슨’은 전략문서를 탐색하고 회의에서 나눈 대화를 요약하며 심지어 경영 조언까지 한다.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일들이다.

빅데이터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 놀라운 정보기술의 발달로 산업이 재편되는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된 가운데 하나님의 형상을 닮은 인간의 존엄성과 협력·배려 등을 강조하는 기독교 교육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가는 자녀들에게 가장 중요한 능력은 ‘공감 능력’이다.

미국의 작가 수전 손텍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버려야 할 것은 ‘타인에 대한 연민’이며 되찾아야 할 것은 ‘타인을 향한 공감’”이라고 말했다. 연민은 아픈 사람이나 배고픈 사람의 고통을 안방 TV로 시청하며 ARS 자동응답 시스템으로 소액을 기부하는 것이라면, 공감은 그들의 아픔을 느끼고 그 자리로 달려가려는 용기의 시작이다.

사람은 태생적으로 공감 능력을 갖고 태어난다. 갓난아기의 경우에도 다른 아기의 울음소리를 듣고 따라 운다고 한다. 이런 초보적인 공감 능력은 신체적인 성장과 맞물려 발전한다. 특히 타인을 배려하고 타인의 처지를 이해함으로써 인간에 대한 경외심을 높이는 ‘인권 감수성’이 중요하다. 인권 감수성이란 자신의 행동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알며, 그 상황을 해결할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고 인식하는 심리 과정이다.

성경 ‘욥기’의 주인공 욥을 통해 인권 감수성을 배울 수 있다. 욥은 가혹한 시련을 견뎌내고 믿음을 굳게 지킨 인물로 탁월한 인권 감수성을 지닌 동시에 깊은 영성을 지닌 사람이다. 욥은 ‘나를 지으신 분이 바로 나의 종들도 지으셨다’는 만인 평등을 의미하는 존재론적 고백을 했다. 성경은 욥이 하나님 그리고 이웃과 올바른 관계를 형성하며 살았다고 말해준다. “나를 태 속에 만드신 이가 그도 만들지 아니하셨느냐 우리를 뱃속에 지으신 이가 한 분이 아니시냐.”(욥 31:15)

또 욥은 평등 정신을 삶에서 실천했다. 그는 가난한 이들, 세상의 가장 작은 자들을 외면하지 않았다. 성경은 그가 과부를 돌보고 고아를 먹이고 보살폈으며, 가난한 이들을 보살피고 입혔다고 기록하고 있다. “내가 언제 가난한 자의 소원을 막았거나 과부의 눈으로 하여금 실망하게 하였던가 나만 혼자 내 떡덩이를 먹고 고아에게 그 조각을 먹이지 아니하였던가 실상은 내가 젊었을 때부터 고아 기르기를 그의 아비처럼 하였으며 내가 어렸을 때부터 과부를 인도하였노라….”(욥 31: 16∼18)

욥은 마음과 뜻과 정성을 다하여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자신처럼 사랑하며 살았다.

부모는 자녀를 우수한 두뇌를 가진 사람보다 따뜻한 심장을 가진 사람으로 키워야 한다. 치열한 생존경쟁과 극도의 이기주의, 물질만능주의 속에 살고 있는 자녀들에게 욥과 같이 타인의 고통을 마음으로 느낄 수 있도록 인권 감수성을 가르쳐야 한다. 부모의 역할이기도 하다.

김인숙 국제아동인권센터 소장은 인권 감수성 교육은 영성훈련으로 한 단계 높이 올라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영성 훈련은 나 자신이 참된 인간, 진정한 피조물이 되는 것이 목적이기에 나부터 시작해야 하는 훈련입니다. 나의 권리를 알지만,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다면 기꺼이 나의 권리를 내려놓는 연습을 하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영성 훈련입니다.”

인권 감수성을 다른 말로 표현하면 타인의 상황을 이해하고 감정에 이입할 수 있는 공감이다. 인권 문제에 대한 감수성 즉, 사회에서의 부조리나 불합리한 관행, 제도 등을 인권 문제의 차원에서 볼 수 있는 능력은 중요하다. 나와 다른 조건이나 환경에 놓인 누군가의 문제를 보았을 때 보다 예민하게 반응할 줄 아는 능력은 리더에게 꼭 필요한 것이다. 인공지능 시대가 다가올수록 인권 감수성 교육은 우리 사회의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다.

이지현 종교기획부 선임기자 jeehl@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