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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홍 칼럼] 꼬인 ‘청문 정국’을 보며

[김진홍 칼럼] 꼬인 ‘청문 정국’을 보며 기사의 사진
문재인정부가 ‘인사 난관’에 봉착했다. 인사 뚜껑을 열기 시작할 당시엔 환호가 쏟아졌다. 그러나 깨끗할 줄 알았던 고위 공직 후보자들에게서 줄줄이 흠결이 발견됐다. 청와대는 심각한 하자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야당 판단은 다르다. 여당과 우호적인 국민의당마저 외교장관 후보자에 대해 부적격 판정을 내렸다. 첫 비(非)외시·여성 외교 수장 카드의 운명은 지극히 불투명해진 상태다.

외교장관 후보자 논란으로 대통령이 선택을 요구받는 형국이다. 외교장관 임명을 강행할 수도 있고, 다른 후보자로 바꿀 수도 있고, 시간을 갖고 야당을 최대한 설득하거나 압박하는 절차를 거친 뒤 임명할 수도 있다. 모두 대통령에게 부담이다. 강행하면 야권의 반발로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어지는 건 물론이고 오만하다는 이미지를 줄 소지가 다분하다. 하차시키면 대통령 리더십에 생채기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복잡해진 외교 상황을 고려할 때 시간을 마냥 끌기도 여의치 않다. 세 번째 방안이 유력해보이지만 대통령은 아직 고민 중일 것이다.

지명 당시 주목받았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와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도 아슬아슬하다. 야당이 외교장관 후보자 거취와 청문보고서 채택을 연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의 도덕성 및 자질 문제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게다가 청와대마저 어수선하다. 청와대 요직에서 근무하던 두 명이 최근 내정 철회나 자진사퇴 형식으로 청와대를 떠났다. 안현호 전 일자리수석비서관에 대해선 “인사검증을 통과하지 못했다”고 했고, 김기정 전 국가안보실 2차장에 대해선 “시중 구설 때문”이라고 했다. 인사청문 대상도 아닌 청와대 참모들을 검증 또는 구설을 이유로 불과 수일 만에 자른 건 전례가 거의 없다. 그래서 매우 중대한 결격사유가 드러났을 것이라거나 권력암투로 밀려났을 것이라는 등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돈다.

문 대통령과 두 사람 간 관계는 차이가 있다. 관료 출신인 안현호는 현 정부 출범에 별로 기여한 바 없어 의외의 발탁이라는 평을 받았던 인물이고, 교수인 김기정은 대통령 측근이다. 그만둔 배경에도 차이가 있을 것이다. 무슨 이유일까. 의구심과 우려는 커지고 있지만 청와대의 구체적 설명은 없다.

내각과 청와대 인사 잡음의 공통점은 부실 검증이다. 꼼꼼히 검증했다면 소모적 분란이 생기지 않았을 것이란 얘기다. 고위 공직 후보자에 대한 사전 검증은 청와대 민정수석의 주요 업무다. 민정수석실이 제대로 꾸려지지 않았다지만 책임을 면할 순 없다. 정국이 소란스러워지면서 대통령까지 짐을 지게 만들지 않았나. 야당 일각에선 조국 민정수석의 국회 출석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통령이 가장 잘한 인사’로 꼽히는 조 수석이 점점 도마에 오르는 분위기다.

부실 검증의 원인은 다양할 것이다. 그중 하나가 인기 위주의 파격을 중시한 결과 아닐까 싶다. 보다 많은 국민의 박수를 받으며 새롭게 출발하려는 마음은 이해가 된다. 그렇더라도 도덕성을 경시해선 안 된다. 진보 정권의 상징이고, 도덕성에 대한 국민 눈높이도 높아진 상태다. 그리고 탕평 인사나 초당적 인사보다 코드 인사나 보은 인사로 기우는 듯한 조짐이 엿보인다. 대선 때 도움을 줬던 이들을 대상으로 후보자를 정하면 온정주의가 작용해 검증이 소홀해지기 십상이다.

17개 부처 가운데 6개 부처 장관 후보자가 아직 오리무중이다. 경제수석 등 청와대 주요 자리도 공석인 곳이 많다. 정직하고 능력 있는 인사들을 고르기 위해 시간이 걸리는 것이라고 믿고 싶다. 첨언하자면 파격 인사는 가급적 자제하기 바란다. 파격 인사의 후유증이 지속되면 안정적인 국정 운영이 어렵다. 아울러 ‘연정(연세대 정치외교학과) 라인’ ‘변양균 라인’이라는 말이 더 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호가호위하는 이들로 인해 정권이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김진홍 논설실장 jh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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