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알의 기적] “입에 풀칠하기 힘들어도 아이들 학교는 보내고 싶어요”

<4> 거룩한빛광성교회 정성진 목사와 르완다 우무초 방문

[밀알의 기적] “입에 풀칠하기 힘들어도 아이들 학교는 보내고 싶어요” 기사의 사진
정성진 거룩한빛광성교회 목사가 지난 1일 르완다 우무초 지역의 키트웨 초등학교에서 학생들과 함께 주먹을 불끈 쥐고 ‘할렐루야’를 외치고 있다. 이곳은 예수님께서 오병이어의 기적을 베푼 벳새다 동산을 닮았다. 월드비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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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완다의 풍광은 한국과 닮았다. 드넓은 초원과 숲이 펼쳐진 아프리카 중남부의 다른 나라들과 달리 해발 1500m이상의 산악지대에 있기 때문이다. 저 멀리 겹겹이 물결치는 능선들을 보노라면 백두대간의 고갯마루에 서 있는 것 같은 감상이 든다.

정성진 거룩한빛광성교회 목사와 함께한 월드비전 모니터링 방문단은 지난달 30일 르완다 서부의 우무초 지역을 찾았다. 한국의 깊은 산골처럼 친숙한 곳이었지만 확연히 다른 점도 있었다. 도로가 골짜기나 천변이 아니라 해발 1800m가 넘는 능선 위로 뻗어있었다. 비교적 큰 마을은 능선 위에 있었고 아래쪽 산비탈에는 작은 마을과 집들이 흩어져 있었다.

능선 위 비포장도로에 내려 산길을 한참 내려가자 흙으로 지은 마르셀(14)의 집이 나왔다. 창문은 나무판자로 막혀 있거나 구멍 나 있었고 바닥과 벽은 모두 흙이었다. 우기가 되면 비바람을 피하기 어려워 보였다. 하지만 마르셀의 가족은 월세 4500원을 내지 못해 이마저도 곧 비워줘야 한다고 했다.

마르셀의 어머니 야쿠제 크사베라(33)씨가 남의 농장에서 일해주고 버는 돈은 하루 1000원 정도. 이 돈으로 다섯 남매까지 여섯 식구가 먹을 약간의 곡식을 사고 나면 최소한의 학용품을 사기에도 빠듯한 돈만 남는다. 크사베라씨는 하루 한 끼밖에 먹지 못하는 형편에도 아이들은 어떻게든 학교를 마치게 하려고 애를 쓴다. 학교를 졸업하지 못하면 평생 삯일꾼 신세를 면하기 어렵다는 것을 뼈저리게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입에 풀칠을 하기도 힘들 때가 많아 학교를 제때 보내지는 못했다. 둘째인 마르셀은 또래보다 한참 낮은 초등학교 1학년이다. 17세인 형이 있지만 아픈 곳 많은 어머니를 돕기 위해 따라가면 세 동생을 돌보는 건 마르셀의 몫이다. 나무를 해오고 물을 떠오고 불을 지피고 식사도 준비해야 한다. 형도 어머니를 돕느라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해 이제 초등학교 4학년이다. 크사베라씨는 “남편이 병으로 세상을 떠난 뒤 형편이 너무 어려워 학교를 제대로 보내지 못했다”면서 “늦게라도 학교를 마치게 하고 싶은데 교복도 없이 학교에 가는 아이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마르셀에게 소원을 묻자 “먹을 것과 옷이 있으면 좋겠지만 무엇보다 공부를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마르셀의 장래희망은 ‘월급 받는 일을 하는 것’인데 이를 이루려면 학교를 졸업해야 한다. 그에겐 학교에서 공부하는 게 먹고 입는 것만큼이나 간절하고 절박했다.

31일에는 사무엘(4)을 만나러 갔다. 사무엘은 손과 발이 제대로 펴지지 않는 선천적 기형을 갖고 태어났다. 사람이 아닌 동물을 낳았다고 손가락질하는 이웃도 있었지만 사무엘의 부모는 포기할 수 없었다. 병원 근처로 이사까지 가면서 치료에 최선을 다했고 이제 혼자 앉아있을 정도로까지 호전됐다. 하지만 더 이상의 치료는 막막한 상태다. 더 큰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소견이 나왔지만 하루 1500원 안팎의 수입으로는 병원비를 감당하기 어렵다.

아버지 은시미마나 에비리스테씨는 “아이가 정상적으로 걸을 수 있도록 치료받을 수 있기만을 바란다”면서 “주님께서 선한 길로 인도해주실 것을 믿는다”고 말했다.

사무엘은 낯을 많이 가렸다. 하지만 정 목사가 나무 십자가 목걸이를 목에 걸어주자 수줍게 웃어보였다. 정 목사는 사무엘을 위해 “장애를 갖고 태어난 사무엘의 손과 발이 회복되게 은혜를 베풀어 주소서. 장애를 극복하고 하나님의 사람으로 훌륭하게 자랄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라고 기도했다.

지난 1일에는 마르셀이 공부하는 키트웨초등학교를 찾았다. 방문단은 해발 2100m 고지에 위치한 이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빵과 바나나, 삶은 계란과 음료수를 나눠주고 점심식사를 함께했다. 아이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폈다. 이날의 주인공이 된 마르셀도 뿌듯해했다.

식사 후에는 학교 옆 동산에서 정 목사가 말씀을 전했다. 푸른 하늘 아래 펼쳐진 작은 풀밭 언덕이 반짝이는 눈동자로 가득 찼다.

정 목사는 “예수님께서 오병이어 기적을 베푼 벳새다 동산이 이곳과 비슷했다”면서 “예수님은 우리 모두가 성공하기를 원하신다. 성공하려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잘하는 일을 하고,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을 해야 한다”고 권면했다.

방문단은 학교 방문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마르셀의 가족을 만나 교복과 축구공, 옷과 학용품을 선물했다. 정 목사는 “하나님의 은혜가 함께하기를 축복한다. 마르셀이 르완다의 꿈과 희망이 되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르완다에서 정성진 목사에게 듣는 '물질 나눔'의 의미
"한국교회, 절약·나눔 통해 물질 흘려보내기 운동 펴야"

르완다는 아프리카의 스위스라 불릴 정도로 일기가 좋고 땅도 비옥하지만 자원이 없다. 최근 중국이 인프라 건설을 지원하고 나섰지만 자원부국인 인근 콩고민주공화국을 겨냥한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인구밀도도 높은 편이다. 국토면적은 남한의 4분의 1정도이지만 인구는 1100만명에 달하기 때문이다. 농부들은 새벽 6시부터 일어나 밭을 일구고 과수나무를 가꿔도 하루 수입은 1500원 정도에 불과하고 대부분 하루 한 끼만 먹고 산다.

정성진 거룩한빛광성교회 목사는 바로 이곳에서 종교개혁500주년의 의미를 물었다. 정 목사는 "한국교회가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들을 잇달아 갖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지속가능성"이라며 "다음 500년의 개혁을 추동할 만한 힘을 기르고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무엇보다 근본적 복음의 영성을 견지하는 가운데 물질의 사용과 흐름에 변화가 있어야만 진정한 개혁이 가능하다"며 종교개혁자 장 칼뱅의 제네바 사역을 예로 들었다. 정 목사는 "칼뱅은 물질의 절반은 교회를 위해, 나머지 절반은 선교와 구제를 위해 사용했다"면서 "한국교회도 이를 본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물질의 투명성은 많이 이야기하는데 건강성에 대해선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면서 "물질을 어떻게 어디에 사용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구 한편에선 사치와 낭비가 문제될 정도로 물질적 풍요를 누리는 가운데 르완다처럼 다른 한편에선 소외되고 도태된 이들이 빈곤으로 고통 받고 있는 현실은 한국교회에도 분명한 도전이다. 정 목사는 "한국교회와 성도들부터 지금 누리고 있는 풍족함에 감사하며 절약과 나눔을 생활화해 물질을 흘려보내는 운동을 전개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르완다가 가차차(Gacaca)라 불리는 전통적 마을재판제도를 통해 용서와 화해를 이룬 데 대해서는 높게 평가했다. 정 목사는 "한국은 6·25 전쟁 후 7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지만 진정한 용서와 화해를 이루지 못했다"면서 "화해자의 역할을 해야 할 교회가 오히려 한쪽 편에 섰기 때문이 아닌가 되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보다 가난한 나라이지만 르완다인들의 용서와 화해 정신은 배울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우무초(르완다)=송세영 기자 sysohng@kmib.co.kr, 그래픽=이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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