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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사초롱-이기호] 누가 누구를 비판하는가

[청사초롱-이기호] 누가 누구를 비판하는가 기사의 사진
소설 쓰는 일을 업으로 삼고 있다 보니 종종 가슴 아픈 비판과 마주하는 일이 생긴다. 이름 모를 독자에서부터 서로 얼굴을 알고 지내는 평론가, 동료 작가, 함께 공부하는 학생들까지. 때와 장소에 상관없이 훅훅 예리한 칼날이 들어온다. 구성이나 문장, 젠더 문제, 리얼리티의 허술함, 심지어 작가의 무의식에 이르기까지, 책을 한 권 내고 나면 마치 장마철 우산 없이 길을 나선 사람처럼 한꺼번에 머리 위로 무수한 말들이 쏟아져 내린다(이렇게 쓰고 나니 마치 책이 무지하게 많이 팔리는 작가처럼 보인다. 그러게, 나도 그 점이 의문이다).

그때 내 마음의 풍경은 어떠한가. 겸허하고 순종적인 태도로 온전히 그 비판을 다 받아들이면 좋겠으나, 사실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다. 우선 첫 번째 단계로 울화가 치민다. 내가 이걸 쓰느라 몇 년 동안 고생을 했는데, 어떻게 그렇게 쉽게 말할 수 있나. 네가 지금 비판하는 건 작품의 한 단면만 보는 거야. 전체를 봐야지, 전체를…. 속으론 그렇게 생각하지만, 물론 상대방에겐 절대 티를 내진 않는다. 그 앞에선 그저 허허,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제가 다 부족해서죠, 말하고 만다. 그리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서 나머지 화를 낸다. 그 사람 무슨 난독증인가.

두 번째는 과음과 더불어 자괴감에 휩싸이는 단계다. 혼자 화를 내다가 도저히 그대로 잠들 수 없어 혼술을 시작하고, 그러고 나면 이상하게도 그 비판의 목소리들이 더 또렷이 들려온다. 이때 들려오는 목소리의 주인공들은 평소 내가 잘 알고 지내던 사람들인데(익명 독자들의 비판은 음성지원이 되지 않는다), 그 사람이 평상시 어떻게 문학을 대해 왔는지, 그 사람이 어떤 글을 썼는지 쭉 지켜봤던 사람들이기도 하다.

그 사람들이 내 소설을 읽고 건넨 비판들이 계속 떠오르다 보면, 그제야 겨우 부끄러운 상태가 되고 만다. 왜 부끄러운 마음이 되는가. 그 사람의 비판이 나에 대한 애정에서 나온 것임을, 단순히 비판을 위한 비판이 아님을, 비로소 내가 인정하는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인정하고 나면 ‘이번 소설도 또 망했네’라는 생각과 더불어 인사불성, 말 없는 상태가 되고 만다. 그 지난한 과정 모두 어쩔 수 없이 내가 겪어야만 하는 자기성찰의 한 단계이다.

자유한국당 최경환 의원을 비판하고자 이렇게 서두가 길었다. 지난주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보다가 나는 어안이 벙벙해졌는데, 청문위원으로 최경환 서청원 홍문종 의원처럼 지난 정권의 핵심 권력자들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아니, 저 사람들이 왜 저기에 앉아서 질의를 하는가. 왜 전 정권 실정에 막대한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 반성은커녕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가. 그 반성은 언제 어느 때 끝났고, 또 누가 용서해주었는가. 그 의문들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더구나 그 사람들 중 최 의원은 지난 정부에서 부총리까지 지냈고, 청문회를 거친 사람이었다. 당사자의 기억이 가물가물하다면 내가 여기에서 알려줄 수도 있다. 그는 2009년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서 경산시·청도군에 시장·군수로 입후보한 예비 후보자 여섯 명에게 각각 500만원씩 후원금을 받은 것이 논란이 됐고, 대구의 부동산을 처음엔 17억원에 팔았다고 했다가 다시 40억원으로 정정, 재산축소 논란도 있었다. 2014년 청문회에서는 딸의 복수국적과 아들의 병역면제, 다른 후원금 문제 등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것이다.

강 후보자에 대한 비판 이전에, 비판할 자격을 갖춘 사람이 청문위원으로 나오라는 뜻이다. 흠 없고 깨끗한 사람이 나오라는 말이 아니다. 최소한 자기성찰의 시간을 거친 사람, 그 사람이 나와서 질의하고 비판을 하라는 뜻이다. 나는 최 의원과 그 외 친박 의원들을 볼 때마다 그 사람들이 질문할 때마다 대의라는 이름이 훼손당하는 느낌을 받았다. 국민이라는 이름이 모욕당하고 있는 듯한 수치심을 느꼈다.

이기호 (광주대 교수·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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