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한민수] 김지영씨와 안경환씨 기사의 사진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로부터 선물 받은 책, 아내로부터 “책 잘 사왔다”는 칭찬을 처음으로 받은 그 책, ‘82년생 김지영’은 읽는 내내 이 땅에서 여자로 산다는 것이 여전히 쉽지 않구나 하는 생각을 굳히게 했다. 평범한 여성의 삶을 통해 대한민국의 사회 구조적인 성차별 실태를 적나라하게 그려냈다는 평가를 듣는 이 책은 출간 7개월 만에 10만부 넘게 팔리며 베스트셀러가 됐다. 그만큼 많은 독자가 공감했다는 얘기다. 아들을 원했던 시어머니 앞에서 딸을 낳은 어머니가 죄인처럼 살았던 일, 능력이 뛰어남에도 여자라는 이유로 회사 업무에서 배제되고, 김지영씨가 출산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직장을 그만둬야 하는 상황까지….

그중에서도 회사원 김지영씨가 갑의 위치에 있던 거래처 직원들과 가진 술자리가 떠오른 것은 순전히 문 대통령이 법무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안경환씨 때문이다. 김지영씨는 상대 회사의 남자 부장 옆에 억지로 앉아야 했고, 그가 따라주는 맥주를 강권에 의해 마셔야 했다. 그녀는 당시에 당황스럽고 수치스러워 죽어도 그 자리에 앉기 싫었다고 토로했다.

그런데 보도에 따르면 안경환씨는 지난해 11월 출간한 책 ‘남자란 무엇인가’에서 “여성은 술의 필수적 동반자다. 술과 여자는 분리할 수 없는 보완재”라고 썼다. 또 “위 세대부터 전해 내려오는 말”이라며 “술자리에는 반드시 여자가 있어야 한다. 정 없으면 장모라도 곁에 있어야 한다”고 했다. “젊은 여자는 정신병자만 아니면 거지가 없다는 말이 있다. 구걸하느니 당당하게 매춘으로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여성의 성을 돈으로 사려는 사내는 지천으로 깔려 있다”고 적기도 했다.

국가인권위원장을 지낸 안경환씨는 국회 인사청문회에 나가 지금도 같은 생각인지, 책 낸 지 7개월 정도 됐으니 그새 여성관이 바뀌었는지 분명하게 밝히길 바란다. 참고로 난 그의 책을 돈 주고 사볼 생각은 없다.

글=한민수 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