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리콴유家 형제전쟁… 장녀·차남, “아버지 명예 훼손” 장남 리셴룽 총리 비판 성명 기사의 사진
싱가포르 국부로 불리는 리콴유 전 총리가 2015년 별세한 뒤 장남 리셴룽(65) 총리와 형제들 간의 갈등이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이들의 공방전은 지난해 3월 23일 리 전 총리 별세 1주기를 맞아 ‘왕조 정치’ 논란으로 확산되면서 위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위기를 넘어선 갈등 관계는 회복되기 어려울 정도로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현지 일간 더스트레이츠타임스는 14일 리 전 총리의 딸 리웨이링(62) 국립신경과학연구소(NNI) 고문과 차남인 리셴양(60) 싱가포르민간항공국(CAAS) 회장이 이날 “리 총리가 개인적인 인기와 정치적 목표를 위해 아버지의 유산과 명예를 훼손했다”며 “더 이상 형제로서도 국가지도자로서도 신뢰하지 않는다”고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국가로부터 감시와 신변의 위협을 겪고 있다고 고백했다. 성명에서 “도처에 ‘빅브라더’가 있다고 느낀다”며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자리(총리직)와 영향력을 오용하고 있어서 큰 위협감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히 리 회장은 “이 나라는 아버지가 세우고 사랑한 나라지만 곧 떠나려 한다”며 “조국 싱가포르를 떠나는 유일한 이유는 형”이라고 꼬집었다.

동생들이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리 총리의 권력욕이다. 이들은 “아버지는 국가를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리 총리는 그렇지 않다”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리 총리의 정치권력은 아버지의 아들이기에 가능했던 것”이라며 “리 총리와 부인 호칭이 아들 리홍이에게 권력을 그대로 넘겨주려한다. 자신들의 정치적인 야망을 아들에게 심어주고 있다”고 공격했다.

아버지의 생전 사저를 헐어버리라고 남긴 유언을 지키지 않는다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리 전 총리는 경호나 관광객으로 인해 이웃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 사저를 무너뜨리라는 말을 남겼다. 사저가 사후 우상화나 신격화에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리 총리는 아버지 전 총리가 생전부터 보존을 주장해왔다. 이에 동생들은 “리 총리는 사저를 정치적인 자산으로 삼아 영향력을 유지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리 총리는 동생들의 문제 제기를 즉각 반박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리 총리는 이날 성명을 통해 “동생들이 사적인 가정사를 공론화하다니 실망스럽고 서운하다”며 “아들을 내세워 야망을 이루려고 한다는 불합리한 지적은 결코 사실이 아니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또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형제 간 불화를 해소하라고 최선을 다했고 앞으로도 노력하겠다”고 밝혔지만 “동생들이 아버지의 유산과 명예를 훼손했다”며 불쾌한 감정도 감추지 못했다.

글=권준협 기자 gaon@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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