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자’가 왔다, 돈 중심인 시대에… 봉준호 감독 일갈 기사의 사진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신작 ‘옥자’ 개봉을 코앞에 둔 봉준호 감독.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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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에 대한 피로감이 있잖아요. 돈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시대에 살고 있죠. 그럼에도 우리는 파괴되지 않을 수 있다는 걸 미자와 옥자가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봉준호 감독은 14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영화 ‘옥자’를 이렇게 소개했다. ‘괴물’(2006) ‘설국열차’(2013) 등 작품마다 세계를 향한 날카로운 시각을 드러내 온 그는 이번에도 확고한 메시지를 던졌다. 단조로운 전개가 기대 이하라는 평가도 있으나 유려한 연출엔 “역시 봉준호”라는 찬사가 나온다.

‘옥자’는 인간과 동물의 우정에 대한 이야기다. 산골소녀 미자(안서현)가 소중한 친구인 슈퍼돼지 옥자를 다국적기업 ‘미란도’로부터 지켜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그린다. 옥자는 적은 비용으로 보다 맛좋은 고기를 얻어내기 위해 미란도가 개발한 유전자변형 동물. 다시 말해, 냉혹한 자본주의가 낳은 산물이다.

봉 감독은 “이 영화는 비건(채식주의자)이 돼야한다고 강요하는 내용이 아니다”라며 “공장 파이프라인에서 제품을 대량생산해내듯 동물을 가혹한 환경에 몰아넣는 공장식 축산에 대해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 자리에는 영화에 출연한 안서현, 변희봉, 틸다 스윈튼, 스티븐 연, 다니엘 헨셜, 지안카를로 에스포지토가 동석했다. 루시 미란도 역의 스윈튼은 “마치 고향에 온 느낌이다. 옥자를 데리고 고향인 한국에 왔다”며 “우리도 한국 영화인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인사했다.

할리우드에서 활동 중인 한국계 배우 스티븐 연은 “이 자리가 영광스럽다. 영화인으로서 내가 태어난 나라에 돌아와 훌륭한 영화를 소개하게 됐다. 제 연기 인생에 가장 특별한 순간”이라고 뭉클해했다.

‘옥자’가 관객을 만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기업 넷플릭스가 제작비 전액(약 580억원)을 투자한 이 영화는 제70회 칸영화제 초청 당시 극장 상영작이 아니라는 이유로 현지 반발을 샀다.

논란의 불씨는 국내로 옮겨 붙었다. 넷플릭스 측에서 극장 동시개봉 계획을 발표하자 주요 극장사들이 반기를 들고 나섰다. 전국 상영관의 92%를 점유한 3대 멀티플렉스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는 ‘홀드백’(극장 개봉 2∼3주 이후 IPTV 등 채널에서 영화를 상영하는 방식)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보이콧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가는 곳마다 논란을 몰고 다니는 것 같다”는 너스레로 입을 뗀 봉 감독은 “극장 측 입장을 이해한다. 하지만 ‘옥자’는 넷플릭스 가입자들의 회비로 만들어진 영화이기에 그들의 우선권을 뺏을 수 없다”면서 “멀티플렉스 체인은 아니지만 전국 곳곳에 위치한 극장에서 ‘옥자’를 만날 수 있다. 작지만 길게 만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칸에서도 지나고 나니 규정이 생겼듯 극장 업계에도 새로운 룰이 생기지 않겠나”라며 “룰이 오기 전에 영화가 먼저 도착한 것 같다. 룰을 정리하기 위한 신호탄이 된다면 그 또한 좋은 일”이라고 얘기했다.

“저의 영화적인 욕심 때문에 벌어진 일입니다. 관객들이 큰 화면으로 영화를 보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욕심을 냈습니다. 감독으로서 품질 좋은 스트리밍과 극장 화면으로 모두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은 당연한 것이니까요. …논란을 끝내고 영화를 즐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현재로선 국내 3대 멀티플렉스에서 ‘옥자’가 상영되지 않을 공산이 크다. 넷플릭스와 극장간 입장 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개봉일은 예정대로 오는 29일. 상영이 확정된 곳은 서울 대한극장·서울극장·씨네큐브, 인천 애관극장, 청주 SFX, 대구 만경관, 전주 시네마타운, 부산 영화의전당 등이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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