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방촌 주민과 성경 공부 14년… 불같던 할머니가 순해졌대요

권병우 목사와 말씀으로 변화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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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교회 권병우(오른쪽) 목사가 14일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 공부방에서 주민 윤광선(왼쪽) 황광용(가운데)씨와 함께 성경공부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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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 30년째 쪽방촌에 살고 있는 윤광선(57)씨가 성경책을 한쪽 옆구리에 낀 채 허름한 쪽문을 열고 들어갔다. 6.6㎡(2평) 남짓한 좁은 방에 먼저 와 있던 황광용(65)씨가 반갑게 맞이했다. 서울중앙교회(김진영 목사) 권병우(60) 목사가 “오늘도 즐겁게 성경 공부해봅시다”라며 성경책을 폈다.

황씨와 윤씨는 굴곡진 인생을 살았다. 황씨는 한때 보석도매상을 하면서 경제적 어려움 없이 지냈다. 하지만 20년 전 사기를 당해 전 재산을 잃었다. 윤씨 역시 30년 전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홀로 힘든 시절을 보냈다. 술을 좋아한 탓에 사고를 치고 교도소에 갔다 온 적도 있다. 10년 전에는 당뇨병 합병증으로 오른쪽 눈의 시력을 잃었다.

이들에게 먼저 다가간 건 권 목사였다. 황씨는 “2010년쯤 일을 구하지 못해 6개월 치 월세가 밀려 있었는데 권 목사가 도와줬다”고 했다. 윤씨도 “당뇨병 때문에 이빨이 다 상해 있었는데 권 목사가 틀니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고 전했다. 두 사람은 권 목사의 인품에 반해 성경공부를 같이 해보기로 마음먹었다고 입을 모았다.

권 목사는 “거칠었던 두 사람이 4년 넘게 성경공부하면서 조금씩 달라졌다”고 말했다. 권 목사는 이들이 매일 성경을 읽고 성경퀴즈를 하나씩 풀어오게 했다. 이날도 두 사람은 정답을 척척 맞혔다. 윤씨는 “처음엔 헤맸는데 매일 꾸준히 성경을 보니까 답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황씨는 “성경공부를 오래 하면서 불같은 성격이 부드러워졌다고 주위에서 이야기한다. 요즘은 윤씨가 더 많이 좋아졌다는 얘기가 들려와서 분발하고 있다”며 웃었다.

미국 시카고 트리니티신학대학원에서 목회학석사학위를 받은 권 목사는 2001년 12월 서울중앙교회 부목사로 부임한 후 교회 근처 돈의동 쪽방촌 주민, 종묘 근처의 노숙인들을 찾아다녔다. 이들을 만나 어려움을 듣고 성경공부를 하자고 설득하는 나날이 3년간 이어졌다. 반응은 미미했다. 2004년부터 성경공부 모임을 시작했지만 인원은 1∼2명 수준에 머물렀다.

첫 열매는 2005년에 맺혔다. 노숙인 5명을 모아 ‘민들레공동체’를 만들었다. 이들은 함께 살면서 매일 성경공부를 하고 교회일도 도우며 즐겁게 지냈다. 하지만 한 사람이 간암으로 세상을 떠난 후 남아 있던 사람들도 하나둘씩 떠나버렸다. 이후 들어온 사람들은 몰래 술을 마시는 등 제멋대로 행동했다. 2014년 민들레공동체는 결국 문을 닫았다. 권 목사는 “사람에 대한 믿음이 깨질 때마다 그만 두고 싶었다”며 “민들레공동체가 실패했을 때는 특히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그는 “실패하면서 나 자신을 죽이는 법을 배웠고 일의 열매는 하나님이 거두신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돈의동 쪽방촌에 성경공부방을 마련한 건 1년 뒤인 2015년이었다. 권 목사는 “쪽방촌에는 가난과 상처로 고통 받는 사람들이 많다”며 “그들 곁에 지내면서 복음을 전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전부터 성경공부를 함께해오던 황씨와 윤씨는 성경공부방이 생긴 뒤로는 매주 수요일 찾아와 함께 공부한다. 지난 3월부터는 쪽방촌 강정식(92) 할머니도 매일 성경공부방 문을 두드린다. 성경공부는 하지 않지만 매번 와서 복음이 뭐냐고 묻고 권 목사의 얘기를 한참 듣고 간다. 복음을 들은 뒤로는 갖고 있던 부적도 버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화내는 일도 줄었다. 이들 외에도 쪽방촌 주민과 노숙인 등 10여명이 매주 찾아와 고민을 상담하고 복음을 듣고 있다. 권 목사는 “한 사람을 사랑할 수 있어야 많은 사람도 사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하나님이 보내주신 한 영혼에 집중하는 게 제겐 가장 중요한 사명”이라고 말했다.

글·사진=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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