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뷰-박상은] 인공지능, 로보-사피엔스의 서막인가 기사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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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발전은 4차 산업혁명이라 일컬을 정도로 급속한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인공지능, 유전자가위 기술, 3D프린팅, 나노기술 등 과거에는 100여년 걸리던 기술이 이제 수년 내 완성되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유전자가위 기술은 선천성 유전병을 지닌 환자가 문제의 유전자를 잘라내면 유전병을 예방할 수 있는 첨단기술로 우리나라는 세계 2∼3위의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이를 상업적으로 활용하면 더 예쁘고 똑똑한 유전자로 바꾸려는 인간의 욕심과 맞물려 양극화와 획일화된 사회로 치달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인공지능은 최근 여러 분야에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알파고일 것이다. 한국의 이세돌 9단을 4대 1로 대파한 이후 1년 만에 중국 커제 9단과의 대결에서 전승을 거둬 신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격찬을 받았다. 이는 알파고가 인간의 바둑 경기를 반복적으로 학습해 온 방법과 달리 스스로 다양한 상황을 가정해 자발적 학습을 해온 결과다.

중국에서 선보인 인공지능 스님인 알파승 썬얼은 불자들의 고민은 척척 풀어줘 불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스님이 되었다고 한다. 독일에서는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축복의 설교를 거침없이 쏟아내며 손과 얼굴에서 축복의 빛을 발하는 로봇 목사가 등장해 인기를 끌고 있다. 근로자나 기술자뿐 아니라 성직자의 영역도 이제 인공지능에게 내줘야 할지 모른다.

인천길병원에서 처음 선보인 인공지능 의학로봇 왓슨은 암환자들이 자신의 증상과 검사 결과를 입력하면 가장 적합한 치료 처방을 내주고 있는데, 원로교수들의 처방과 다른 경우 암환자들은 왓슨 처방을 더 신뢰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의사도 왓슨에게 콘텐츠를 제공하는 의사와 왓슨의 명령에 따라 이를 수행하는 의사로 나뉜다고 한다.

더 혼란스러운 부분은 섹스로봇의 등장이다. 어비스 크리에이션사가 올해 말 시판키로 한 인공지능 섹스로봇 하모니는 1만5000달러(1700만원)의 고가임에도 남성들이 구입하기 위해 줄을 서는 실정이다. 향후 결혼 풍속도에도 적잖은 변화를 가져오리라 예견된다.

무서운 사실은 군사 킬러로봇일 것이다. 이미 IS전투에 킬러로봇이 투입돼 적을 살상하고 있어 인간생명을 해하는 로봇이 실용화된 셈이다. 노벨평화상을 받은 조디 윌리엄스가 킬러로봇에 대한 반대 캠페인을 벌이고 있지만 미국과 이스라엘, 러시아 등 여러 국가에서 확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로봇에게 인간을 죽일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할 수 있을까? 킬러로봇이 오작동돼 아군을 대량 살상한다면 그 책임을 누구에게 물을 것인가? 어느 날 드론이 집 안뜰까지 들어와 가족을 향해 사격한다면 어떻게 될까? 문틈으로 나노로봇이 들어와 인간을 살해하려 한다면 과연 이 사회는 어떻게 될 것인가?

우리는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것은 해도 되고, 하고 있는 것은 계속 시행돼야 한다는 과학지상주의에 함몰돼 있는 건 아닌가? 할 수 있지만 해서는 안 되는 것이 있지 않은가? 인간생명의 소중함을 다시금 되새겨 봐야 한다. 인간생명은 단회적이며 그 어떤 다른 것으로 대체될 수 없는 우주보다 귀한 절대적 가치를 지닌다. 그러기에 생명에 대한 접근은 절대주의에 입각해 신중히 다뤄야 할 것이다.

인공지능과 로봇은 끊임없이 발전할 것이기에 물리적이며 디지털 수준인 약인공지능을 넘어 감성과 자율성을 지닌 인간과 같은 강인공지능 존재로, 나아가 인간보다 뛰어난 초인공지능 로봇으로 진화한다면 이는 인간 파멸을 가져오는 재앙이 될 것이다. 이러한 초인공지능 로봇에 유전자기술과 나노기술을 결합해 로보-사피엔스를 만들어 낸다면 이는 인류를 지배하는 새로운 신인류의 출현을 의미하는 것이다. 단지 섹스로봇이나 감성로봇이 아니라 실질적인 가족구성원이 되며, 나아가 스스로 복제하며 재생산해내는 로보-사피엔스는 자율적으로 판단하며 인간에게 명령을 내리는 새로운 지배자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과연 인간은 무엇인가?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자율성을 지닌 도덕적 존재라면 로봇은 인간의 형상을 닮은 준도덕적인 존재일 것이다. 어차피 4차 산업혁명의 도래를 막을 수 없다면 지금부터라도 인공지능에 대한 철학적, 사회적, 신학적 물음을 통해 적절한 윤리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로봇과의 바람직한 공생의 길을 터득해야 할 것이다.

글=박상은(샘병원 대표원장·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장), 삽화=이은지 기자

※이 칼럼은 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와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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