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경환 특파원의 차이나스토리] 퇴짜 편견에 우는 中 B형 간염 보균자 기사의 사진
B형 간염 보균자 레이촹(오른쪽)이 중국 상하이 도심에서 한 여성의 포옹을 받고 있다. 그가 든 피켓에는 “따뜻함과 포옹을 구합니다. 나는 B형 간염 보균자입니다. B형 간염은 포옹 등 일상생활 접촉으로는 전염되지 않습니다. 안아 주시겠어요?”라고 적혀 있다. 바이두
요즘 졸업 시즌을 맞아 중국의 대학생들은 일자리 찾기가 한창입니다. 심각한 취업난 속에서 더더욱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편견에 시달리는 B형 간염 보균자들이나 환자들입니다.

중국 SNS에서는 B형 간염 보균자라고 밝힌 취업 준비생들이 “응시한 기업이 탈락시킬까 걱정”이라며 통과할 방법을 알려 달라고 호소하는 글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현재 중국의 B형 간염 보균자는 9300만명으로 전 세계 3분의 1을 차지합니다.

중국 정부는 2010년 B형 간염 보균자라는 이유로 입사 시 차별을 금지하도록 했습니다. 모든 국민은 B형 간염 보균자인지 확인해줄 필요가 없고 병원도 취업 사정을 위해 관련 검사를 해서는 안 됩니다. 이후 지속적으로 통지문을 통해 기업에 각인시키고 있지만 “B형 간염 보균자는 탈락시킨다”는 게 인사 담당자들의 불문율입니다. 기업들은 최종 면접 통과 후라도 건강진단서를 요구하고 B형 간염 보균자를 걸러 냅니다. 아직도 많은 사람은 “식사만 해도 B형 간염은 전염될 수 있다”는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궁지에 몰린 보균자와 환자들의 다급함을 이용해 건강진단을 대신 받아 줄 사람을 알선하거나 가짜 건강진단서를 만들어 주는 일도 성행하고 있습니다. 대신 건강검진을 해주는 사람이라는 뜻의 ‘다이젠주(代檢族)’라는 신조어까지 생겼습니다.

올해 대학을 졸업하는 샤오루이는 북경청년보에 “건강진단서를 제출했는데도 간 검사 결과를 다시 보내라고 기업 인사 담당자가 요구해 결국 온라인을 통해 1000위안(약 16만원)을 주고 대리인을 구했다”고 하소연합니다. 샤오루이가 취업하려는 기업은 규정이 느슨한 탓에 비교적 비용이 적게 든 편입니다. 국영기업이나 국가기관 등 깐깐한 곳에 취직하기 위해서는 많게는 수만 위안까지 지불해야 합니다. 지정 병원에서 검사를 받도록 하기 때문에 의뢰인의 생김새와 체형이 비슷한 대리인을 구하고, 필요할 경우에는 의료진을 매수하고 가짜 서류를 작성해야 하기 때문에 엄청난 추가 비용이 발생합니다. 취직에 성공한다 해도 발각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은 언제나 그들의 몫입니다.

다행히도 B형 간염에 대한 차별 해소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B형 간염 보균자인 레이촹(30)은 2003년 공무원 취업이 좌절된 같은 처지의 저장대 학생이 울분 속에 한 관리를 살해한 사건을 목격하고 B형 간염 차별에 눈을 뜹니다. 공익단체를 만들고 2013년 상하이에서 베이징까지 80일간 1000㎞를 도보 행진하며 B형 간염에 대한 편견과 싸웠습니다. 도보 행진은 매년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B형 간염 치료비의 국가보조금 인상이라는 성과도 얻어냈습니다. 그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한 마리의 모기처럼 힘은 약하지만 쉼 없이 소리를 낼 것”이라고 말합니다. ‘법 따로 현실 따로’가 아닌 중국, 그것이 바로 레이촹에게는 ‘중국의 꿈(中國夢)’입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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