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이도경] 학자의 표절은 ‘학생의 커닝’이다 기사의 사진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학술지에 낸 논문 ‘사회주의 기업조직의 성격과 관리모형’의 결론은 이런 문장으로 시작한다. “기존의 사회주의 기업은 사회적 소유(국가적 소유로 현상함)에 바탕을 둔 사회적 관리를 지향하였다.”

그의 박사학위 논문 ‘사회주의 기업의 자주관리적 노사관계 모형에 관한 연구’에는 이 논문이 한국 경영계에 던지는 시사점을 설명하는 단락 중간에 이런 문장이 있다. “이에 반하여 기존의 사회주의 기업은 사회적 소유(국가적 소유로 현상함)에 바탕을 둔 사회적 관리를 지향하였다.”

한두 문장이 아니다. 이어지는 문장 13개는 토씨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다. 학술지 논문의 결론 70% 이상이 박사학위 논문과 같았다. 학술지 논문에 쓰인 표나 그림 모두 박사학위 논문과 같았다. 출처 표기는 없다. 그러면서 학술지 논문 맨 끝에 “(해당 논문이) 자본주의 기업의 모순을 극복하는 데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할 수 있다”고 썼다. 마치 학술지 논문이 독창적인 연구물로 읽히기 쉽다.

자기 문장을 베끼면 문제없을까. 교육부 훈령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에는 연구부정행위들을 규정하고 있다. 5조를 보면 “부당한 중복게재는 (중략) 이전 연구결과와 동일 또는 실질적으로 유사한 저작물을 출처 표시 없이 게재한 후 별도의 연구업적으로 인정받은 경우”라고 돼 있다. 학술지 논문은 출처 표시가 없고 별도 연구 업적인 것처럼 학술지에 게재돼 있다.

교육부 관료로 구성된 김 후보자 인사청문회 준비단의 해명은 “학위 논문을 학술지에 쓸 때는 출처 표기를 안해도 된다”로 요약된다. 하지만 김 후보자 논문을 학술지의 ‘논문투고 및 심사규정’ ‘연구윤리규정’ 어디에도 박사학위 논문을 그대로 베껴도 된다는 조항은 없다. 오히려 “자신의 연구물의 일부나 전부를 적절한 명기 없이 재사용하는 행위”를 금지하면서 독창성을 가진 미발표된 논문을 내도록 요구하고 있다.

‘자기 표절했다’로 단정하기엔 아직 이르다. 학계와 전문가의 전문적 판단이 필요해 보인다. 다만 김 후보자가 받고 있는 논문 표절 의혹은 한두건이 아니다. 특히 일본 문헌 등을 출처 없이 활용한 박사학위 논문이 서울대에서 ‘연구 부적절’ 판정을 받은 점은 치명타라는 평가가 많다. 김 후보자는 전국교수노동조합 위원장을 맡고 있었던 2006년 7월 성명을 내고 논문표절 의혹을 받고 있었던 김병준 교육부총리에게 사퇴를 요구했었다. 김병준 전 부총리는 최근 “내로남불(내가하면 로맨스 남이하면 불륜)”이라며 김 후보자에게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표절은 도둑질이다. 십수년 전 학계 관행이었다는 해명은 십수년 간 범죄를 교묘하게 숨겨왔다는 말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오는 28일로 예정된 청문회에서 야당은 물론 일반인도 납득할만한 해명을 내놓길 바란다. 학자의 표절은 학생의 커닝이다. ‘표절’ 꼬리표를 떼지 못한 교육 수장이 학생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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