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서윤경] 사진 한 장 기사의 사진
“사진이 있을 텐데.” 평소 유명인을 만나도 카메라를 꺼내들지는 않는다. 2014년 7월 4일, 그날만큼은 예외였다. 3년이 지난 2017년 5월 10일 한참을 카메라 속 사진첩을 뒤져 찾아낸 그때 그 사진의 배경은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의 19.5평짜리 서촌갤러리 앞이었다. 피사체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었다. 당시 이 갤러리에선 특별한 전시가 열렸고 미술담당 기자로 갤러리를 찾았다. 작가의 자화상부터 구두 디자인 도안 등 다양한 작품들 중에서도 유독 시선을 끈 작품이 있었다. 구겨진 종이와 청보라색 유리구슬을 그린 그림보다 한쪽에 낙관 대신 적힌 글 때문이었다. ‘4월 14일 박예슬ㅋ’라는 글귀. 단원고등학교 2학년 3반 17번 박예슬양은 이 그림을 그리고 다음 날 수학여행을 가기 위해 세월호를 탔다. 전시는 서촌갤러리 장영승 대표가 “전시회라도 열어주려고 그림을 모아 놨다”는 예슬양 아버지의 언론 인터뷰를 본 뒤 마련됐다.

오후 5시30분 장 대표가 관람객들에게 1시간만 퇴장해 줄 것을 정중히 요청했다. 예슬양의 부모가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관람할 수 있도록 한 작은 배려였다. 문 의원의 사진을 찍은 건 이때였다. 예슬양의 부모와 함께 작품을 보기 위해 갤러리를 찾았다.

3년이 지나서야 다시 사진을 찾아낸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임영균 사진작가의 말로 대신하자면 이렇다. “사진이란 흘러가는 영원 속의 한 ‘찰나’를 어떻게 기록하느냐 하는 것이다…. (중략) 사진은 결국 나에게 있어 ‘예정된 일기’를 쓰는 것이다.” 3년 전 사진을 통해 썼던 예정된 일기는 이랬다. 지난 4월 세월호는 뭍으로 올라왔고 문 의원은 문 대통령이 됐다. 문 대통령은 세월호 재조사와 미수습자 수습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지난 18일 세월호 1차 수색이 끝났다. 예정된 일기는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 미수습자 9명 중 5명은 아직 돌아오지 못했다.

서윤경 차장, 그래픽=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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