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부메랑 된 정규직화… 정규직 단꿈꾸다 해고 통보 받은 국책硏 기간제 연구원 기사의 사진
A씨는 정부 산하 B연구기관에서 비정규직 기간제 연구원으로 일한다. 지난 4년6개월간 1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했다. 그런데 지난 13일 날벼락 같은 재계약 거부 통보를 받았다.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다. 보통 재계약할 때 최근 1년간 연구실적과 근무평점을 본다. A씨의 지난해 연구실적은 270점이었다. 최소기준인 100점을 훌쩍 웃돌았다.

재계약 거부의 이유는 근무평점이었다. A씨의 근무평점은 최소기준인 80점에 1점 부족한 79점이었다. 그는 18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기간제 연구원의 평균인 100∼150점을 훨씬 넘는 연구실적을 냈는데, 기준 이하의 근무평점을 준다는 걸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앞두고 일부 비정규직을 쳐내기 위한 꼼수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B연구기관은 A씨를 포함해 모두 4명에게 재계약 거부를 알렸다. 재계약 거부 통보도 갑작스럽다. B연구기관 인사관리제도에 따르면 계약종료일 1개월 전에 재계약 여부를 알려야 한다. 하지만 오는 30일 계약이 만료되는 A씨의 경우 보름 정도 앞두고 통보받았다. 이에 대해 B연구기관 고위 관계자는 “규정에 따른 인사위원회의 정당한 절차다. 정부의 정규직 전환 정책과 전혀 상관이 없다”고 해명했다.

공공기관의 비정규직들이 ‘엉뚱한 부메랑’을 맞고 있다. 공공기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일부 비정규직이 ‘해고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로 다가왔다. 공공기관들은 8월 말로 예상되는 ‘정규직 전환’ 시점을 앞두고 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으로 고용 부담이 커질 것을 대비해 기간만료 등을 이유로 비정규직을 대거 해고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고용노동부와 지방노동위원회에는 최근 A씨와 비슷한 상황에 처한 공공기관 비정규 직원들의 피해구제 문의가 집중적으로 늘고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다음 달 중으로 각 공공기관의 정규직 전환 계획을 수렴할 예정인데, 공공기관에서 불필요하다고 판단하는 비정규직을 줄인 뒤 계획을 수립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비정규직 일자리의 질을 향상시키겠다는 정부 정책이 일부 비정규직의 일자리를 뺏는 예상치 못한 결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대규모 정규직 전환이 예상되는 사업장으로 비정규직이 쏠리면서 일부 하도급 업체의 인력난이 심화되는 등 혼란도 가중되고 있다. 정부의 적극적인 중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종=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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