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임대아파트 참사에… 분노 불길 휩싸인 英 메이 기사의 사진
그렌펠 타워 참사에 분노한 영국 런던 시민들이 16일(현지시간) 켄싱턴첼시구청 앞에서 가두시위를 벌이고 있다. ‘그들 손에 피를 묻혔다’ ‘자본주의는 인민의 적’ 등 팻말이 보인다. AP뉴시스
영국 런던 그렌펠 타워 화재 사망자가 최소 58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공공임대아파트를 집어삼킨 후진국형 인재(人災), 그 희생자가 계속 불어나면서 테리사 메이 총리와 보수당 정권을 향한 공분이 확산되고 있다.

스튜어트 쿤디 런던경찰청 국장은 17일(현지시간) “지난 14일 화재 당시 그렌펠 타워에서 58명이 숨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미 시신이 확인된 30명에 실종 신고된 28명도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설명이다. 부상자 19명 중 10명이 중태인 데다 미확인된 실종자를 감안하면 사망자 수는 크게 늘어날 수 있다. 경찰은 화재 원인으로 지목된 저가 플라스틱 외장재 시공 등 아파트 리모델링 과정을 조사하고 있다.

반(反)정부 시위대 1000여명은 총리 관저가 위치한 다우닝가에서 메이 총리 사퇴를 거듭 촉구했다. 그렌펠 타워 소유주인 켄싱턴첼시구 청사 앞에서도 시위가 이어졌다. 메이 총리는 전날 이재민을 임시 수용 중인 화재 현장 인근 교회를 찾았다가 거센 항의에 서둘러 자리를 피했다. 앞서 메이 총리는 BBC방송 인터뷰에서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는 말만 되풀이하면서 정부 책임론을 회피하는가 하면 참사 이튿날 뒤늦게 화재 현장을 찾아 이재민은 외면한 채 소방대원만 격려해 뭇매를 맞았다.

선데이타임스는 메이 총리의 부실한 참사 대응에 실망한 보수당 소속 일부 의원이 총리 불신임투표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보수당 심판론도 거듭 제기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영국 사회의 불평등과 보수당의 긴축정책이 최빈곤층에 가한 충격에 분노가 일고 있다”고 분석했다. 가디언은 그렌펠 타워 화재는 보수당의 실정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메이 총리는 총리 관저에서 피해자 가족을 면담한 자리에서 500만 파운드(약 73억원) 규모의 긴급구호자금 지원과 3주 내 주거지 제공을 약속했다. 메이 총리는 “이 끔찍한 재앙 발생 후 처음 몇 시간 동안 희생자와 그 가족을 위한 지원이 충분하지 못했다”고 시인하면서 “화재 원인 규명을 위해 공개조사를 실시하겠다”고 강조했다.

소방 당국이 화재 현장에서 수색 작업을 진행 중인 가운데 참사 당시 현장에 투입된 소방관 리언 위틀리(34)는 “9·11테러 같았다”고 참상을 증언했다. 위틀리는 “그렌펠 타워는 지옥 같았다. 여기서 빠져나가지 못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도움을 청하는 비명이 들렸지만 정작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 비명을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91세 공식 생일 주간을 맞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대형 화재와 테러로 시름에 잠긴 국민에게 위로 메시지를 전했다. 여왕은 성명을 통해 “최근 몇 달간 영국은 끔찍한 비극을 겪고 있다. 참사로 피해를 입은 이들을 위해 반성하고 기도하자”고 호소했다.

신훈 기자 zorb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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