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조영태] 모든 청년들이 월급쟁이 희망할까 기사의 사진
인구학자인 필자는 인구변동이 미래 한국사회를 어떻게 바꾸어 놓을 것인지를 연구하고, 그 결과를 공공강연을 통해 다양한 사람과 나눈다. 강연을 마치면 언제나 받는 질문이 있다. “우리 애 대학에 가서 어떤 전공을 해야 할까요? 전공이 더 중요한가요? 학교 레벨이 더 중요한가요?” 그럼 필자는 반문한다. “왜 대학을 가야 하나요?” “좋은 직장을 가지라고요.” 다시 반문한다. “좋은 직장은 뭔가요?” “대기업이요!”

자녀가 대기업에 가기 위해서는 좋은 대학을 나와야 한다고 생각하고 월수입 상당 부분을 할애하여 사교육을 시킨다. 그럼 왜 자녀들이 대기업에 가기를 원하는가. 중소기업보다 월급도 복지도 또 직업안정성도 높기 때문일 것이다. 참으로 신기하다. 지금 대기업은 불공정한 기업윤리로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는데 많은 부모는 자녀가 대기업에 취직하기를 희망한다. 필자는 이 글에서 대기업의 기업윤리에 대해 왈가왈부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그렇게 자녀의 사교육에 몰두하고 좋은 대학에 보내려고 하는 이유가 자녀를 임금근로자, 소위 월급쟁이를 만들려고 하는 것이다.

얼마 전 새 정부는 청년들을 위해서 공무원 일자리를 올해부터 시작해서 80만개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현재 청년들의 일자리 문제가 매우 심각하기 때문에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 어떻게든 정부가 나서서 방안을 마련한다는 측면에서는 박수를 치고 싶다. 그런데 청년들을 위한 일자리가 왜 공무원인지에 대해 의문이 든다. 역시 임금근로자 소위 월급쟁이이다.

같은 맥락에서 대통령이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을 만들고 중소기업이 청년을 두 명 고용하면 세 명째의 임금은 국가가 지급하겠다는 정책도 소개되었는데, 역시 이전 정부가 신경 쓰지 않았던 청년 일자리 문제를 직접 챙기겠다는 대통령의 의지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런데 역시 청년들의 일자리가 왜 중소기업에 고용되는 임금근로자 소위 월급쟁이여야 하는지 궁금하다.

교육부는 매년 대학을 평가하고 등급을 매기는데 그 등급에 따라 대학들에 주어지는 지원금에 큰 차이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대학, 특히 사립대는 어떻게든 높은 등급을 받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그런데 이 등급의 기준 가운데 매우 중요한 것이 바로 졸업생들의 취업률이다. 취업률이 높으면 아무래도 높은 등급을 받게 되고 대학은 교육부로부터 더 많은 지원금을 받게 된다. 이때 취업률을 산정하는 기준이 4대 보험이다. 이 4대 보험은 기업에 고용된 경우 가입하게 된다. 한마디로 교육부가 대학을 평가하는 중요 기준이 ‘졸업생이 얼마나 임금근로자로 취업했는가’인 것이다. 바로 월급쟁이가 되어야만 교육부가 만들어 놓은 기준에 충족하는 졸업생으로서 학교의 등급에 기여하게 되는 것이다.

무언가 이상하다. 일반 국민도, 청와대도, 그리고 교육부도 모두 우리의 청년들이 임금근로자로 일하기를 원한다. 임금근로자가 되기 위해서는 임금을 주고 사람을 고용할 자영업 매장이나 사업체가 있어야 한다. 매장이나 사업체가 없으면 당연히 임금을 줄 수가 없으니 임금근로자를 채용할 수가 없다. 지금 우리나라의 경제상황이 대기업이건 중소기업이건 혹은 자영업 매장이건 사업하기 어려운 상황에 들어가고 있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다. 당연히 임금근로자를 채용하기 어려운 환경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런데 왜 우리 사회는 국민도 정부도 대통령도 모두 청년들이 임금근로자가 되기를 희망할까.

아마도 그 이유는 지금까지 우리 사회가 소위 성공이라고 일컫는 모습이 대기업 간부나 고위공무원과 같은 임금근로자였기 때문에, 그 성공 공식이 지금의 청년들에게까지 적용될 것이라 믿기 때문일 것이다. 과연 이것이 지금의 청년이나 청소년에게도 기대할 수 있는 성공의 모습일까. 이 질문에 ‘그렇다’고 답하시는 독자는 거의 없을 것이다.

청년과 청소년이 모두 임금근로자가 아니라 사업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사회에는 임금근로자 이외에도 다양한 종류의 직업이 있고 그것을 통해 성공할 수 있는 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도 정부도 획일적으로 임금근로자의 삶을 청년과 청소년에게 제시하고 있는 현실이 과연 올바른 모습인지 한 번 생각해볼 것을 제안하고자 한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청년들의 도전보다는 안정을 원하고 있다. 서글픈 현실이다. 새 정부의 청년 일자리 정책은 그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 정신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설정되어야 하지 않을까.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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