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을새김-이동훈] 신문 세금공제가 필요한 이유 기사의 사진
이달 초 한국기자협회에서 회원을 상대로 휴대전화 문자 안내를 보내왔다.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에서 문화체육관광부를 통해 주요 언론단체와 간담회를 하겠다며 긴급 연락이 왔는데 새 정부에서 꼭 이뤄져야 할 언론정책이나 현안에 대한 의견을 달라는 내용이었다. ‘과연 문재인정부는 언론과 소통을 하려나 보다.’ 이런 실낱같은 기대감과 함께 몇 년 전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버그셔해서웨이 회장이 버킷에 신문을 던져 넣는 게임을 하는 장면이 뇌리를 스쳤다. 버핏은 인터넷시대에도 불구하고 신문은 건재할 것이라며 자신이 소년시절 신문 배달하던 추억을 생각하며 이벤트를 벌였다.

버핏이나 워싱턴포스트를 인수한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 같은 구세주가 한국에 나타날 리는 만무하다. 그럼 우리 신문이 재도약할 수 있는 방안은 있을까. 재래시장도 ‘전통시장’으로 이름까지 바꿔가며 살리는 운동이 한창인데. 시쳇말로 김영란법을 만들어 기자를 공직자 대열에 합류시켜 놓고는 ‘기레기’(쓰레기 기자) 취급하며 채찍만 휘두를 게 아니라 당근도 마련해 줘야 하는 게 아닌가. 가장 현실적인 방법으로 신문 구독 시 독자에게 세금혜택을 주는 제도를 도입하면 어떨까.

회사 기자협회 간부인 후배 기자가 국정기획위 간담회 준비를 위한 회의에 참석한다고 해 소득공제든 세액공제든 근로소득자들이 신문을 구독할 경우 연말정산 시 세금혜택을 볼 수 있도록 제안해 줄 것을 당부했다. 기자협회도 이 아이디어를 받아들여 제안했더니 국정기획위 간담회에서 일단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문재인정부가 신문 구독료를 포함해 활자매체 지원에 나선다면 대한민국 언론사에 획을 긋는 조치가 될 것이다. 세계 최초 금속활자 ‘직지심경’의 나라 대한민국의 위상을 회복한다는 차원에서도 신문의 부활은 우리 민족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기도 하다.

세계에서 인구 비례 신문 구독 2위를 달리는 이웃 일본을 보자. 신문 구독 세계 10대 신문에 요미우리, 아시히 등 일본의 5개 신문이 들어가 있다. 발행부수 1위 요미우리신문이 아직도 하루에 1000만부를 찍어낸다고 하니 인터넷시대에도 불구하고 신문을 읽지 않으면 수치로 생각하는 일본인 독자들이 마냥 부럽기만 하다.

무엇보다 여론의 다양성과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신문은 국가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 시내 가판대를 보면 다종다양한 신문이 넘쳐난다. 지방지는 물론 소수당인 공산당 기관지까지 판매되고 있다. 인구 비례 신문 구독자 수 1위인 노르웨이가 ‘관용의 나라’로 통하는 것은 정부가 여론의 다양성을 중시해 신문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게 한몫할 것이다. 흑자 규모가 일정액을 넘는 신문사를 제외한 소수민족이나 모든 정당기관지, 지방일간지, 특수한 이념이나 종교를 표방하는 신문 등에 우선 배분권을 준다. 심지어 정부를 노골적으로 비판하는 신문들도 예외가 아니다.

노르웨이만 유별난 게 아니고 부유한 국가들은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고 지식 격차를 줄이기 위해 신문 산업을 배려하고 있다. 핀란드는 신문활용 교육특별위를 설치했고 벨기에는 정부가 신문을 구입해 일선 학교에 무료 배포하고 있다.

한국은 어떤가. 그동안 우리 독자들은 수십년 동안 길거리에서, 현관 앞에서 현금과 경품을 불쑥 내미는 재벌·보수 언론들의 손길에 이끌려 정치적 견해나 사상의 색깔과 관계없이 억지로 신문을 구독해 왔다. 종이신문과 함께 인터넷 버전 신문 유료구독에 대해 세금혜택이 이뤄지면 이런 불공정 행위는 발을 붙이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독자들은 좀 더 다양한 신문을 택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민감 이슈가 터질 때면 중간은 없이 좌와 우로만 갈리는 ‘획일적 사회’를 극복하고 대안 제시 사회로 나아가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조만간 발표될 국정기획위의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이 기대되는 이유다.

이동훈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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