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합니다, 증언을 거부하겠습니다.”

19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61)씨 재판에 출석한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은 특검 측 신문(訊問)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이날 증인으로 나온 박 전 사장은 36차례 이상 “증언을 거부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삼성이 자신들은 (형사재판보다) 더 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걸 여실히 보여준 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이날 재판에는 삼성의 정유라 승마 지원 정황이 중점 심리 대상이었다. 앞서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과 함께 뇌물 공여 혐의 공범으로 불구속 기소된 박 전 사장은 “질문 내용에 따라 (본인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을 염려가 있다”며 증언을 거부했다.

박 전 사장의 증언 거부를 놓고 검찰 측과 박 전 대통령은 옥신각신했다. 검찰과 함께 법정에 선 특검은 “개별 신문사항에 왜 증언을 거부하는지 일일이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질문을 계속하겠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 측 유영하 변호사는 “그럼 진술 조서에 증거능력을 부여하는 진정 성립 절차에서도 조서를 한 장씩 전부 확인하며 물어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쏘아붙였다. 지루한 공방이 이어지자 재판부는 “이후 신문사항은 생략하자”며 재판을 마무리 지었다.

피고인석에 앉은 박 전 대통령은 박 전 사장의 증언 거부 과정에서 종종 웃음을 보였다. 방청석에 앉은 지지자들은 “판사가 들어올 땐 일어나라고 하면서 왜 대통령님이 들어올 땐 일어서지 말라고 하느냐”며 법정 경위들과 충돌하기도 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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