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부터 강조한 김상조… “재벌개혁 패 보일 상황 아냐” 기사의 사진
김상조(사진) 공정거래위원장이 19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경제민주화를 위한 중단기 과제를 제시했다. 하지만 지난주 취임식 직후 “다음 자리에서는 재벌 개혁 방안을 제시하겠다”고 밝힌 것에 비해 새로운 것은 없었다. 이날 밝힌 재벌 개혁의 구체적 방안은 4대 그룹과의 만남을 추진하겠다는 것뿐이었다. 기업들에 정책 예측 가능성을 높여주겠다는 김 위원장의 취임 일성과는 괴리감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은 청문회부터 줄곧 재벌 개혁의 속도조절론을 강조했다. 이날도 “재벌 개혁은 일회적인 몰아치기 식 개혁이 돼서는 안 된다”며 “모든 경제주체의 노력과 시장의 압력에 의한 지속적인 개선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소통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4대 그룹 만남은 이를 통해 대기업집단이 사회와 시장이 기대하는 바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나가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재벌 개혁을 ‘어떻게’ 하겠다는 내용까지 나가지는 못했다. 김 위원장도 “구체적이고 강력한 이야기가 아니어서 실망했을 수도 있겠다”고 언급했다.

김 위원장이 재벌 개혁에 대한 구체적 방안에 조심스러워하는 것은 자기 뜻대로 재벌 개혁이 진행되기에는 주변 환경이 아직 받쳐주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재벌 개혁은 상법 개정 등 국회 동의가 필수적인데 국회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하면서 김 위원장은 야당의 눈 밖에 난 상황이다. 또 재벌 개혁을 함께 협의할 주요 부처인 금융위원회와 법무부는 여전히 수장 인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마디로 정부 내 재벌 개혁 태스크포스도 꾸려지지 못한 상황인 셈이다. 공정위 고위 관계자는 “내부적인 재벌 개혁안은 분명히 있다. 하지만 지금은 패를 보여줄 상황이 아니다”고 에둘러 말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김상조식 재벌 개혁’은 원래 소액주주운동 등 시장 자율적 방식이기 때문에 정부 주도 재벌 개혁은 실체가 없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실제 김 위원장은 이날 바람직한 재벌 개혁 방향에 대해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과 같은 모범사례를 축적해나가는 포지티브 캠페인(Positive Campaign·긍정적인 운동) 방식이 효율적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재계는 김 위원장이 4대 그룹과의 만남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소통을 안 하면 오해가 생기는데 만나서 서로 윈-윈(win-win)하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도 “정책 판단을 위해 다양한 접촉 채널을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대한상의는 4대 그룹 관계자들과 접촉해 참석자 및 일정을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공정위는 대한상의 측에 4대 그룹 참석자와 관련, 전문경영인 중 최고책임자급으로 해달라는 통보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이성규 기자, 김현길 기자 zhibag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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