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과거 사고 은폐까지 거론하며 위험성 강조… 반발에 ‘쐐기’ 기사의 사진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부산 기장군 고리원자력본부에서 열린 고리원전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어린이들과 원전 가동정지 버튼을 누르기 위해 서 있다. 1978년 4월 상업운전을 시작한 고리 1호기는 40년간 운영돼 오다 18일 자정을 기해 가동이 영구 정지됐다. 부산=이병주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과거 정부의 원자력발전소 사고 은폐 사실까지 밝히며 탈(脫)원전 방침을 재확인했다. 원전의 위험성을 강조해 산업계를 비롯한 국내 일부의 반발에 쐐기를 박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고리 1호기 가동 영구 정지는 탈핵 국가로 가는 출발”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부산 기장군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에서 열린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기념사의 상당 부분을 원전 안전을 강조하는 데 할애했다. 대신 세계 극소수 국가가 독점하고 있는 원전 해체 산업을 새로운 먹거리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새 정부의 원전 정책 주인공은 국민”이라며 “원전 운영의 투명성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과거 원전 운영 과정에서 원자로 전원이 끊기는 ‘블랙아웃’을 비롯한 사건사고가 많았지만 제대로 공개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과거 정부는 이를 국민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고 은폐하는 사례도 있었다”며 “새 정부에서는 무슨 일이든지 국민의 안전과 관련되는 일이라면 투명하게 알리는 것을 원전 정책의 기본으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9월 경북 경주 대지진을 언급하며 “그동안 대한민국은 지진으로부터 안전한 나라라고 믿어왔지만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님을 인정해야 한다”며 “당면한 위험을 직시해야 한다. 지진으로 인한 원전 사고는 너무나 치명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일본은 세계에서 지진에 가장 잘 대비해 온 나라로 평가받았지만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지난해 3월 현재 1368명이 사망했고, 220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예산이 피해 복구에 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원전이 가장 많이 밀집한 나라”라며 “우리는 후쿠시마보다 22배가 넘는 인구가 밀집돼 있다. 혹시라도 원전 사고가 발생하면 상상할 수 없는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건설 중인 신고리 5, 6호기에 대해서는 “안전성과 함께 공정률과 투입·보상 비용, 전력 설비 예비율 등을 고려해 이른 시일 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와 함께 원전 해체 산업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우리나라의 원전 해체 기술력이 미국 독일 일본 등의 80% 수준에 달하고 원전 해체에 필요한 상용화 기술 58개 중 41개를 확보한 만큼 관련 기술력의 추가 향상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의미다. 문 대통령은 또 동남권 지역에 원전 해체 기술력 확보를 위한 연구소 설립, 원자력안전위원회의 대통령 직속위원회 승격 등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지금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고 있다. 국가 에너지 정책의 대전환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며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지만 분명히 가야 할 길”이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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