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난민의날] 1690일 구금된 ‘코리안 드림’… 35세 나이지리아인 사연 기사의 사진
지난 9일 미켈씨가 경기도 화성에 있는 외국인보호소를 나오고 있다. 난민 신청자는 해마다 늘고 있지만 인정받은 사례는 극소수다. 지난해 한국의 난민 인정률은 1.3%에 불과했다. 아시아의친구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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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지리아인 미켈(가명·35)씨는 지난 9일 경기도 화성 외국인보호소 문을 나왔다. 1690일 만에 맡는 보호소 바깥의 공기는 신선했다.

그는 2012년 10월 24일 외국인보호소에 구금됐다. 4년8개월 만에 풀려난 그를 지난 13일 경기도 성남의 외국인 보호쉼터에서 만났다.

미켈씨는 5년 전 한국에 왔다. 신앙 때문이었다. 기독교 신자였던 미켈씨는 2012년 봄 협박편지를 받았다. “네가 제사장직을 거절하면서 우리의 신이 노하셨고 네가 재물이 되어 피를 바칠 수 있도록 한 달의 시간을 주겠다”는 내용이었다. 종교 때문에 부모도 잃었던 그는 망명을 결심했다. 아버지의 친구 도움으로 그해 8월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여수 해양엑스포 박람회 참여 관련 비자를 받았다. 한국에서 난민으로 정착해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것이 목표였다.

두 달쯤 지나 경기도의 한 버스 터미널에서 경찰과 마주쳤다. “여권 좀 보여주시겠습니까” 불심검문이었다. 이때까지도 난민신청을 못한 상태였다. 미켈씨는 “난민신청을 하기 위해 출입국사무소를 서너 차례 찾아갔지만 영어도 한국어도 모두 못해 소통이 되지 않았다”며 “대리인을 어렵게 구했지만 서류 작성을 마치지 못했다”고 했다. 그렇게 외국인보호소에 감금됐다. 외국인보호소는 미등록 외국인을 단속해 본국 송환 때까지 구금하는 보호시설이다. 다만 난민 지위를 획득한 경우 이곳을 나올 수 있다.

미켈씨는 공익변호사 이정훈씨가 법정대리인을 자청해 보증금 500만원을 예치한 덕분에 보호 일시해제 처분을 받아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이 제도는 보호소에 유치된 외국인이 일시적으로 풀려날 수 있도록 해주는 제도다.

4년8개월 만에 밖으로 나온 소감을 묻자 그는 “매우 피곤했다. 참고 또 참았다”며 “단지 기다리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고 서투른 한국어로 답했다. 미켈씨에 따르면 그는 외국인보호소에서 18명의 난민신청자와 한 방에서 생활했다. 운동시간은 월·목·금 일주일에 3번 30분뿐이었다. 나머지 시간엔 방 안에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전부였다. 김대권 아시아의친구들 대표는 “감옥과 다름없는 생활이었을 것”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한국어를 제대로 배울 수도 없었다. 미켈씨는 “보호소에 구금된 이들과 반장(외국인보호소 관리인)이 하는 말을 귀동냥하면서 한국어를 조금씩 익혔다”고 했다. 이 때문에 그는 5년이 지난 지금도 한국어를 구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외국인보호소 방문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6월 30일 기준 화성 외국인보호소에 구금돼 있는 외국인은 315명이다. 모두 6342명이 보호소에 머물렀다. 이 중 미켈씨처럼 1년 이상 구금된 이도 7명에 달한다. 지난 6월에는 6년까지 장기 구금 중이던 보호 외국인 4명을 잇따라 강제 송환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되기도 했다.

미켈씨처럼 여러 해 구금되는 사례가 생기는 것은 출입국관리법의 모순 때문이다. 출입국관리법 52조는 보호 외국인의 구금 기간을 10일 이내로 한정하고 부득이한 사유가 있으면 10일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한 차례 연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같은 법 63조 1항은 ‘송환이 가능할 때까지 보호시설에 보호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기간의 상한선 등 구체적인 기준도 없다. 이로 인해 외국인들도 자신이 언제까지 구금될지 알 수 없다. 이 조항을 위헌으로 판단해 달라는 헌법소원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지난해 4월 헌법재판소에서 재판관 5(각하)대 4(반대) 의견으로 각하 결정이 내려졌다.

미켈씨는 “한국의 체계가 불합리적이긴 하지만 (나는) 괜찮다”며 “여전히 한국을 이해하고 좋아한다”고 했다. 그는 한국 법정에 난민 지위를 달라고 정식 요청하고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쉽지는 않다. 난민인권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난민 인정률은 1.54%다. 매년 수천명이 난민 지위를 신청하지만 실제 인정되는 이들은 수십명뿐이다. “난민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면 어떻게 할 거냐”는 질문에 미켈씨는 눈시울을 붉힐 뿐이었다.

성남=허경구 기자 nine@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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