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포커스] 靑 ‘문정인 발언’ 진화 나섰지만… 한·미관계 ‘재정립 신호등’ 기사의 사진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
문재인정부의 외교안보 노선이 한·미동맹 강화에서 한·미 관계 재정립으로 선회하고 있다. 한·미동맹의 큰 틀 안에서 북한 문제를 비롯한 대외정책 기조를 구상해온 이명박·박근혜정부와 달리 한·미 관계와 대북정책 등을 자주적 관점에서 세우겠다는 방향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 동맹이 최우선이라는 단순한 도식에서 벗어나 우리 정부가 민감한 대외 현안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도 엿보인다.

외교 전문가들은 이 같은 문재인정부의 대외정책 기류 변화가 극명하게 표출된 것이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의 ‘워싱턴 발언’이라고 보고 있다. 외교 소식통은 19일 “문 특보 발언은 남북 관계에 진전이 없고 시간도 없으니 마냥 손놓고 있을 것이 아니라 우리가 나서서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 특보 발언은 내용상으론 새로울 게 없지만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에 가서 터뜨린 것은 확실한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도 취임 전 후보 시절 “적어도 한반도 문제에선 우리가 주인”이라며 “한·미동맹을 중시하지만 한반도 문제와 우리 안보만큼은 우리가 주도해나가야 한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문제는 한국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어느 것 하나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정부가 공을 들이고 있는 남북 대화는 일단 ‘북한의 호응’이 전제돼야 한다. 하지만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 위협을 계속하고 있는 한 대화는 불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우리 측을 배제한 채 미국과의 일대일 대화를 줄곧 요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취임 이후 북한에 유화적 제스처를 취했지만 북한의 태도 변화가 없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급기야 북한 인사들은 미국 측과의 비공식 접촉에서 ‘필요하다면 핵무기를 사용할 수도 있다’는 뜻을 보였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보도했다.

그러는 사이 한·미 양국 사이엔 주요 현안을 놓고 곳곳에서 불협화음이 새어나오고 있다. 북한과의 대화 재개 조건이나 한·미 합동 군사훈련을 바라보는 양국의 시각 차이는 최근 계속 노출된 상태다. 사드(THAAD) 배치 논란은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해명에도 미국 조야(朝野)의 불신을 축소하는 데 실패한 모양새다.

청와대는 문 특보 발언이 논란이 되자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문 특보에게 (그간의 발언이) 앞으로 있을 한·미 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엄중하게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 특보의 발언이 문 대통령의 생각과 배치되느냐는 질문에는 “똑 부러지게 어디까지가 맞다, 틀리다 판단할 수 없다”고 했다. 문 특보의 발언 ‘시점’이 적절하지는 않았지만 내용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은 셈이다.

전문가들은 문재인정부가 북핵 및 북한 문제 해결에 주도적 역할에 나서되 방법론은 보다 세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자주안보론을 슬로건으로 내걸며 출범했던 과거 노무현정부가 설익은 ‘동북아 균형자론’을 설파하다 미국 중국 모두로부터 외면받았던 전례를 되풀이하지 말고 주요국과의 공통적인 시각을 일단 최대한 부각시키려는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대북정책과 관련해 미국은 ‘최고의 압박과 관여’를, 문재인정부는 ‘대화와 압박 병행’을 주장하고 있어 서로 공통점이 있다”며 “협상의 출발 지점에서 서로 원하는 것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접점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지혜 문동성 기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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