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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풍향계-이장원] 최저임금 결정 때 고려해야 할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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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결정을 앞두고 뜨거운 국민적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최저임금 1만원은 신정부의 주요 노동정책 공약이기도 하거니와 일자리 정부로 가는 길목에서 만난 첫 관문이기도 하다.

일자리 부족과 소득 양극화가 심화된 구조적 현실에서 소득 주도 성장 전략으로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이 선택된 것이다. 2020년까지 1만원을 달성하려면 매년 평균 15.7%씩 인상해야 하고 이는 박근혜정부 때의 평균 7.4% 인상률의 두 배 이상이다. 당연히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는 이 속도를 따라가기 어렵다고 호소할 수밖에 없다. 한편에서는 정치적 협상이 아니라 최저임금법에 따라 주요 경제지표를 중심으로 객관적인 최저임금 심의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최저임금은 어떻게 결정해야 하는가. 경제적 논리의 핵심은 제반 경제지표가 호전되지 못한 상태에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오히려 일자리를 줄이는 역효과를 낳을 것이라는 점이다.

반면 정치적 논리는 소득 양극화의 터널을 벗어나려면 일단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하는 발상 외에는 달리 효과적인 정책수단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 대선에서 여야 모두 2020년이나 2022년의 시기 차이는 있지만 최저임금 1만원 정책을 주요 공약으로 제시한 순간 최저임금의 정치적 해법 필요성은 국민적 공감을 이룬 것으로 볼 수 있다.

사실 대선 이전에도 소득 양극화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최저임금과 관련한 정치적 협상을 부분적으로 모색해 왔다. 노조 측은 너무 낮다고 주장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7∼8%대의 인상 기준에는 최소한 임금 및 물가 상승률을 상회해야 한다는 객관적 기준 외에 소득 양극화 개선을 위한 2∼3%의 협상 조정분이 추가로 반영돼 왔다.

이런 차원에서 문재인정부가 최저임금의 정치적 해법을 모색한다고 비판할 것은 아니라고 본다. 오히려 관련법에 따라 객관적 통계와 경제지표를 중심으로 전문적인 심의와 합리적인 최저임금 인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가 정치적 책임을 지고 대선에서 주창한 1만원 시대를 열기 위해 최저임금제도 개선을 정기국회에서 처리해줘야 한다. 노사 간 갈등도 정치적 논의와 협상 과정에서 풀어주어야 한다.

제도 개선은 공익위원에게 책임을 미루는 것보다 현재와 같이 정치적 이슈가 된 상황에서 정부가 직접 책임지는 최저임금 결정방식도 과도기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 또한 최저임금 적용을 업종별·지역별로 달리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 기준 설정, 최저임금에 포함되는 기본급 외에 여타 현금과 현물지급의 추가적 산입범위 조정, 저임금 근로자와 영세 사업자 동태 파악을 위한 대규모 통계조사, 최저임금도 못 받는 300만명 근로자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근로감독 외 추가적인 정책적 대안도 마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최저임금 갈등에 대한 정치적 해법에는 취약계층 근로자 500만명뿐 아니라 취약한 사용자들인 500만 영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도 반드시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다. 즉 당사자 1000만명과 가족들까지 망라해서 국민 하위 50% 계층의 민생을 보듬는 복잡하고 중요한 정책으로 최저임금을 다루어야 한다.

임대료 제한, 프랜차이즈 관계 개선, 하도급 인건비 보전 등 공정거래정책 강화도 필요하나 최저임금을 당장 대폭 올리기 위해서는 근로장려세제(EITC)를 활용한 영세 자영업자의 생활비 지원을 대폭 확대하고 최저임금 1만원이 달성되는 시점까지 한시적으로 사회보험료 감면이 필요하다.

최저임금 수준이 높은 선진국들, 다시 말해 영세한 자영업자가 적은 선진국들은 사회안전망 수준이 매우 높다. 우리는 낮은 사회안전망 수준을 오히려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보완하려는 시도는 피해야 한다. 시장 밖 소득 재분배와 시장 안 최저임금을 균형 있게 끌어올려야 한다.

이장원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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