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모규엽] 나제통문 기사의 사진
전북 무주군 설천면에는 나제통문(羅濟通門)이라는 바위굴이 있다. 높이 3m, 길이 10m에 이른다. 직접 찾아가 보면 마치 성벽인 듯 솟아 있는 석견산을 관통하고 있다. 나제통문은 유서가 깊다. 삼국시대 백제와 신라가 국경을 이루던 곳이다. 삼국시대에는 이 나제통문을 중심으로 동쪽 무풍은 신라 땅이었고 서쪽 주계는 백제 영토였다. 그래서 현재까지 이 두 지역은 풍속과 문물이 판이하다. 무풍에 사는 주민들은 지금도 경상도 사투리를 쓴다. 주계에선 전라도 사투리가 많이 들린다. 나제통문 인근 도로표지판을 보면 경북 성주와 전북 무주·장수가 나란히 적혀 있다. 현재 행정구역상 전라도에 있지만 경상도와 매우 가깝다. 나제통문은 신라의 김유신 장군이 드나들었다 하여 ‘통일문’으로도 불린다. 무주구천동 33경 가운데 제1경이기도 하다.

무주라는 지역 이름도 이런 연유에서 나왔다. 무주는 조선 태종 14년 전국 행정을 개편할 때 생겼다. 무풍(茂豊)과 주계(朱溪)를 통합해 두 고을의 첫 글자를 따와 ‘무주(茂朱)’라는 지명을 사용하게 됐다. 그래서 남한 시·군의 ‘주’로 끝나는 지명 중 무주만 유일하게 고을 주(州)를 쓰지 않고 붉을 주(朱)를 쓴다.

나제통문에서 차량으로 10분도 걸리지 않는 곳에 있는 태권도원에서 2017 세계 태권도선수권대회가 열리고 있다. 특히 이 대회엔 북한 태권도인 국제태권도연맹(ITF)이 남한 태권도인 세계태권도연맹(WTF)의 시범공연 요청을 받아들여 이곳을 찾았다. 남북 경색 정국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스포츠 교류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4일 개회식 축사를 통해 “2000년 전 신라의 무풍과 백제의 주계로 나뉘었던 땅이 합쳐져 무주라는 이름이 탄생했다. 무주에서 신라와 백제가 하나가 되었듯 이곳에서 WTF와 ITF가 하나가 되고, 남북이 하나 되고 세계가 하나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번 대회에서 남북 관계의 전기가 마련됐으면 좋겠다. 글=모규엽 차장, 삽화=전진이 기자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