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고명현] 한·미 정상, 사드 논란 끝내길 기사의 사진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29, 30일 워싱턴DC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갖는다. 트럼프는 미국 우선주의로 대통령에 당선됐고, 문 대통령은 10년 동안 지속된 대북 강경책보다 대화에 무게를 둔 정책을 내세워 정권을 잡았다. 두 정상의 만남에 우려가 존재하는 배경이다. 이번 회담은 단순한 상견례 차원을 넘어 한·미 관계의 전면적 재설정과 동맹의 전략적 가치를 재고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미동맹은 단순한 군사동맹으로 시작되었지만 북핵 위협 아래 놓여 있고 강대국에 둘러싸인 한국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외교안보 자산이다. 한·미동맹은 1953년 10월 조인된 한미상호방위조약이 그 바탕이다. 이 조약으로 전후 국가 재건과 부흥의 토대가 마련됐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의 민주화가 공고히 된 90년대를 거치면서 한·미동맹은 한 단계 발전했다. 21세기 들어 미국은 동맹을 재발견했고, 그 결과 2009년 한·미는 기존 한·미동맹을 군사동맹에서 ‘포괄적, 전략적 동맹’으로 격상시켰다. 이는 한·미동맹의 지리적 범위가 한반도에서 범세계적으로 넓어지고, 군사동맹에서 외교동맹으로 진일보했음을 의미한다. 이처럼 한·미동맹은 한국 외교안보의 근간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는 점은 이번 정상회담 목표가 동맹의 보존에 맞춰져 있어야 함을 말한다.

그러나 현실은 순탄하지 않다. 서로의 관점상 차이뿐 아니라 북한 김정은 정권에 대한 인식 또한 차이가 있어 보인다. 한·미동맹이 복병을 만난 것이다. 일단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의 의미에 새로운 의문을 던지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자인 그는 동맹을 공동 가치에 기반한 국가 간의 연대로 보지 않고 일종의 경제적 거래로 본다. 그 인식의 결과가 바로 대선 직전 있었던 사드 비용 청구에 대한 언급이었다. 사드 배치를 둘러싼 논란의 저변에는 한·미동맹이 미국 주도의 불평등한 외교관계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는 듯하다. 맞는다면 동맹에 대한 한국 사회의 인식은 미국의 의도에 대한 의구심으로 가득 찼던 20세기 후반 수준으로 회귀한 셈이다. 지난 10년간 비약적으로 커진 한국 경제의 대중 의존도는 한국에 중국의 전략적 이해에 대한 감안을 강요해 한·미동맹에 대한 부담감을 높였다. 한국 입장에선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정치·군사·경제적으로 운신의 폭이 좁아졌고, 이에 따른 부담은 더 커졌다. 사드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한 현실적 대응 수단이자 폭약이 1g도 들어가 있지 않은 방어체계이다. 하지만 새 정부는 한미·동맹이 한국에 가져다준 60여년의 안정과 풍요보다는 사드 배치로 인해 생긴 작금의 부담을 더 무겁게 느끼는 것 같다. 이는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정상회담 전야에 일어난 논란들이 증명한다. 여기서 사드라는 사안 하나 때문에 60년 동맹의 존재 이유를 의문시한 부분은 새 정부에 더욱 부담이 될 전망이다.

어쩌면 잘된 것일 수도 있다. 사드 배치를 정치적 논리로 재단하여 논란을 불필요하게 키운 측면이 없지 않다. 따라서 이번 회담에서 사드 배치를 기정사실화해 단숨에 소모적 논란을 종식한다면 한·미 양국은 미래지향적 동맹 관계를 향해 계속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새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일단 양자 대화만 고집하는 북한에 워싱턴으로 가는 길은 서울을 통해야만 한다는 확실한 신호를 보낼 수 있다. 중국에는 한반도 위기는 사드가 아니라 북핵에 기인한다는 메시지를 일관되게 던질 수 있다. 사드 배치로 동맹의 가치를 미국 조야에 각인시켜 미국 우선주의의 예봉을 피하고, 향후 분명히 제기될 분담금 협상과 통상압박에서 국익을 보호할 수 있다. 더욱 중요하게는 문 대통령이 추진하는 대한 미국과의 합의가 쉬워질 수 있다. 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한·미동맹이 강화될 수 있고, 이는 남북관계 정립에 확실한 기준점을 제시할 수 있다. 반대로 동맹의 가치에 회의론이 불거질 수도 있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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