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정진영] 문 대통령 脫원전 뒷담화 기사의 사진
문재인 대통령의 연설은 간명하며 힘이 있다. 그러면서 국민의 마음을 어루만져 감동의 여운을 남긴다.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 결과의 정의’가 설파된 취임식은 물론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6월 6일 현충일 추념식의 스피치는 큰 울림을 줬다. ‘연설의 암흑기’라고도 할수있는 이명박, 박근혜 시대의 기저효과가 있겠지만 문 대통령의 연설은 확실히 이전 대통령과는 다른 멋과 맛이 있다.

철학자 하이데거는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의 말은 그가 세상을 어떻게 보는 존재인지를 증명하는 수단이다. ‘말은 곧 그 사람이다’라는 말이 있다. 화자의 특질이 말을 통해 그대로 규정된다는 뜻이다. 문 대통령은 감성의 틀을 어법에 녹여 대한민국의 정치 의제를 선점한다. 현안을 감성에 담아 국민들에게 내놓으면서 메시지는 선명하게 전달하는 탁월한 능력이 있다.

그러나 그의 언어는 때로 본질에 우선했다. 격정이 넘쳐 구설을 낳거나 팩트가 틀려 뒷감당에 애를 먹는다. 지난 19일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다. 그는 이날 탈원전을 선포하면서 “설계 수명이 다한 원전 가동을 연장하는 것은 선박 운항 선령을 연장한 세월호와 같다”고 말했다. 나가도 너무 나간 발언이었다. 노후 원전의 위험성을 경고한 비유였지만 함부로 들먹여서 안 되는 국민적 참사를 빗댄 것은 큰 실수였다. 사실 관계도 미심쩍다. 미국에서 가동 중인 99기의 원전 가운데 88기의 수명이 60년으로 연장됐다. 세월호 수십 척이 미국에 떠다닌다는 것과 마찬가지란 말이다. 문 대통령은 또 연설에서 “일본은 세계에서 지진에 가장 잘 대비해 온 나라로 평가받았지만 2011년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로 5년간 1368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일본 부흥청은 이 숫자가 어떻게 나온 것인지 잘 몰라 황당해하고 있다고 일본 언론이 전했다. 영국의 원자력 전문매체는 한국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지진이 아니라 쓰나미 때문에 발생했다는 것을 모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탈원전의 전제로 ‘사회적 합의’를 강조했다. 최소 20% 이상 오르는 전기요금, 전력수급 안정성 문제 등 대가가 결코 적지 않기 때문이다. 원자력 전문가인 지인은 “문 대통령 원전 정책은 측근인 지방의 한 의대 교수 주도하에 이미 모두 결정됐다는 얘기가 파다하다”고 말했다. 원전에 관한 한 사회적 합의는 물 건너갔다는 말처럼 들렸다.

정진영 논설위원, 그래픽=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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