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교회처럼 보이지요? 사실, 조금 특별한 교회입니다

시각장애인들의 서울 애능중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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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 성도들이 25일 서울 마포구 애능중앙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다. 신현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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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우리 하나님 하늘에 계시니 온 천하 만민 주 앞에 찬송하네∼”(찬송가 14장)

주일이었던 지난 25일 서울 마포구 망원로에 있는 한 교회의 예배당에 들어서자 성도들이 함께 찬송을 부르고 있었다. 찬양하는 교인들은 빠른 속도로 찬송가 악보를 손으로 훑기 시작했다. 보통 찬송가보다 훨씬 두꺼운 이 책자의 악보에는 음표 대신 점자가 찍혀 있었다. 예배당 앞쪽엔 아직 점자에 익숙지 않은 중도시각장애인(후천적으로 시력을 잃은 사람)들을 위해 한 성도가 마이크에 대고 큰 소리로 가사를 한 소절씩 읽어줬다. 성도 절반 이상이 시각장애인으로 구성된 애능중앙교회(장찬호 목사) 예배 풍경이다.

장찬호(62) 목사는 생후 100일 무렵 한 달간 안질을 앓았다. 이 때문에 고도근시(교정시력 0.1 이하)로 학창시절을 보내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신앙을 갖게 됐고 목회자의 길을 걷기 위해 신학대에 진학했다. 시력이 더 나빠져 공부를 쉬던 중 만난 시각장애인들을 통해 한국맹인교회를 알게 됐다. 1982년부터 이 교회에서 학생부와 청년부를 전담했고 신학 공부를 재개해 87년 목사 안수를 받았다. 99년 애능중앙교회에 부임해 19년째 사역을 하고 있다.

장 목사는 시력이 약하게라도 남아있어 도수가 다른 세 가지 안경을 사용하고 있다. 설교를 할 때는 근거리용 안경을 쓰고 있다 성경을 읽을 때는 돋보기처럼 확대경을 사용한다.

하지만 그의 장애는 목회에 걸림돌이 아니라 오히려 디딤돌이 됐다. 시각장애인들의 불편함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 목사는 자신의 낮은 시력이 “시각장애인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도록 이끄신 하나님의 은혜”라고 말했다.

애능중앙교회는 2000년 중도시각장애인선교회를 발족, 중도시각장애인들의 직업 재활교육을 돕고 있다. 새로운 삶을 살려는 전국 각지의 중도시각장애인들이 침술과 안마 관련 강의를 해준다는 소문을 듣고 연평균 60여명씩 교회를 찾았다. 공간이 협소해 밀려드는 시각장애인들을 수용하기 힘들 정도로 한꺼번에 몰려온 적도 있었다.

애능중앙교회에서 교육을 받은 시각장애인들 중 일부가 교회에 정착해 함께 예배를 드리면서 교회 규모도 매년 커졌다. 장 목사 부임 당시 60여명이 출석했던 교회는 지금 300명이 넘는 중견 교회로 성장했다. 예장통합 총회의 교회성장사례집에도 소개됐다. 이날도 교육관은 사암오행침 시술법을 배우러 온 시각장애인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장 목사는 “초반에는 운영에 어려움이 많았지만 점차 가르칠 수 있는 일꾼이 교회 안팎에서 나와 줘 큰 힘이 됐다”고 설명했다.

애능중앙교회의 또 다른 자랑은 음악 사역이다. 상대적으로 청각이 발달한 시각장애인들 중에는 음악에 은사를 가진 이들이 많다. 매주 찬양대와 실내악단, 중창단 등이 예배 때마다 하나님께 영광을 돌린다. 이날도 바순 클라리넷 바이올린 등 악기를 연주하는 시각장애인 찬양대원들이 보였다. 오전 11시30분부터 진행된 2부 예배에선 ‘샤론 찬양대’가 찬양을 담당했다.

시각장애인 찬양대장 김향숙(47·여)씨는 찬양대의 장점에 대해 "찬양대원들에게 어떤 일을 시켜도 너무 성실하게 잘해주신다"며 "연습에 빠지는 대원들이 거의 없다"고 귀띔했다. '큰기쁨실내악단' 바이올린 연주자 유지왕(24)씨는 "내가 가진 음악적 재능으로 하나님을 찬양할 수 있어 기쁘다"며 웃었다.

애능중앙교회 시각장애인 성도들은 교회에서 받은 사랑을 사회에 되돌려주고 있다. 매주 목요일에는 침 시술, 금요일에는 안마로 봉사를 한다. 주일예배를 마친 후에도 안마 봉사가 진행된다. 이때는 지역 주민들이 찾아와 시술을 받는다. 김기영(68) 장로는 이날 "목이 뻐근하시면 저녁에 찾아오시라"며 한 주민에게 말을 건넸다. 교회 내부 치료실에서 성도에게 안마 봉사를 하던 30년 경력의 시각장애인 안덕인(57)씨는 "나는 예배시간과 안마하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다.

예배를 마친 교인들이 모두 빠져나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누구도 불평하지 않고 자신의 차례를 기다렸다. 예배당 문 앞에 선 장 목사는 돌아가는 성도들의 손을 하나하나 잡으며 "조심히 가시라"고 인사를 건넸다. 교인들은 그에게 밝게 답례한 뒤 조심스레 계단 난간을 붙잡고 귀가하거나 점심을 함께했다. 눈은 불편하지만 애능중앙교회 성도들의 얼굴은 누구보다도 평안해보였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 사진=신현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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