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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심의 文대통령, 거래의 달인 트럼프 상대 어떻게… 직구 vs 변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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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대좌는 성격도, 걸어온 길도 판이한 두 지도자의 만남이다. 인권변호사를 하다 운명처럼 정치에 뛰어들어 재수 끝에 당선된 문 대통령과 부동산 재벌 출신의 치밀한 협상가인 트럼프 대통령이 첫 정상회담에서 어떤 식의 화학적 결합을 이뤄낼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의 백악관 만찬에서 처음 마주한다. 다음날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 전 일종의 탐색전 성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외국 정상 부부를 백악관으로 초청해 만찬을 대접하는 건 문 대통령 내외가 처음이다. 관례를 깨고 문 대통령에게 블레어하우스 ‘3박’을 제공하는 예우도 보였다. 일단 화기애애한 첫 회동을 위한 조건들은 갖춰졌다.

문제는 이력과 협상 스타일이 너무 다른 두 정상이 과연 첫 만남에서 각자 원하는 성과를 얻을 수 있느냐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주도권을 쥐고 원하는 것을 관철하기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폭탄선언을 해놓고 언제 그랬냐는 듯 말을 바꾸는 경우도 잦다. 반면 문 대통령은 원칙론자에 가깝다. 목표를 세우면 상대방을 끈질기게 설득하는 스타일이다. 대선 기간 붙여진 ‘고구마’라는 별명에는 우직하다 못해 답답하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일단 문 대통령은 자신의 가족사를 화제에 올려 친밀감을 형성하는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멘토 리처드 하스 미국외교협회(CFR) 회장이 지난 21일 문 대통령에게 조언한 ‘트럼프 접근법’도 개인사를 활용하라는 것이었다. 동시에 자타 공인 슈퍼 나르시시스트(자기애가 특별히 강한 인물)인 트럼프 대통령의 성격도 십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신각수 전 외교부 차관은 28일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비즈니스로 한국을 알았지 동북아에서의 지정학적 위치나 역할 등에는 관심이 없었을 것”이라며 “한국의 위상을 정확하게 인식시키는 데서 대화를 풀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신 전 차관은 “노무현 전 대통령은 조지 W 부시 대통령과의 첫 회담에서 부시 대통령이 듣기 좋은 얘기를 적절히 한 다음 진짜 하고 싶은 대화를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이를 교훈 삼아야 한다는 얘기다. 앞서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1년 3월 취임한 지 얼마 안 된 부시 대통령을 붙잡고 ‘햇볕정책’을 강의하다시피 설명했고, 회담은 실패로 끝났다.

지난 4월 열렸던 미·중 정상회담과 비슷한 장면이 연출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황상민 심리상담소 소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전 ‘중국 별 것 아니다’는 식으로 큰 소리쳤지만 정작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만나서는 극진하게 대우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문 대통령을 대하는 전략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문 대통령은 원칙을 지키면서 온건하게, 자기 의사를 분명히 밝히면서도 상대방이 위협감을 느끼지 않게 균형점을 찾으려고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개인사 활용 전략이 별무소득일 것이란 상반된 분석도 제기됐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은 “양국은 현안이 많고 정상 간 인식차도 크다”며 “개인적 친밀감으로 극복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고 지적했다. 우 연구위원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일본 총리의 2009년 미·일 정상회담을 거론했다. 그는 “두 사람 모두 민주당이고 하토야마 총리는 영어도 잘했지만 이견이 너무 커 끝내 신뢰를 형성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가 특히 긴장하는 대목은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스러운 행동이다. 회담장에서 의제에 없는 주제를 불쑥 꺼내거나 악수, 포옹 등 제스처로 기선을 제압하려 들 수 있어서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회담 전 중국을 환율조작국이라고 공개 비난했고, 시 주석과 만찬 뒤 디저트를 먹던 중 시리아 공습 사실을 툭 던지듯 알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서전 ‘거래의 기술’에서 밝힌 대로 회담 전 상대방을 강하게 압박해 긴장 수위를 끌어올린 다음 본론으로 들어간 것이다.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외교도 거래로 보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문제에 관심을 갖는 건 북핵이 미국을 위협하기 때문”이라며 “‘미국은 한국을 방어하는데 한국은 미국에 무엇을 해줄 것이냐’는 질문에 문 대통령이 간단명료한 답을 못하면 관계 설정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글=권지혜 조성은 기자 jhk@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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