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의 지친 영혼 위한 한 평의 교회

거제도 ‘바람의 언덕’ 입구 지키는 1평 예배당 ‘후에버’

한 명의 지친 영혼 위한 한 평의 교회 기사의 사진
3.3㎡짜리 예배당인 ‘후에버(WHOEVER)’의 내부 모습. 선박 조타실을 옮겨놓은 듯한 공간에 성경책과 마음의 안식을 주는 그림 등이 놓여있다. 이종진 목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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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거제시 남부면 도장포마을 북쪽에 있는 ‘바람의 언덕’은 해금강 계룡산 몽돌해변 지심도 등과 함께 거제8경으로 꼽힌다. 언덕 위에 오르면 이국적인 모습의 풍차 옆으로 한적한 포구와 바둑알처럼 바다 위에 떠 있는 작은 섬들을 만날 수 있다. 영화,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의 촬영지로 소개되며 연간 100만명이 찾는 명소가 됐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순환버스에서 내려 언덕으로 향하는 해안 산책로 입구엔 가로 3m 세로 2m 높이 2m의 작은 배 한 척이 놓여있다. 배의 이름은 ‘후에버(WHOEVER)’호.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공간이란 의미를 담은 1평(3.3㎡)짜리 예배당이다. 노란색 작은 창문들이 달린 선체엔 배이름과 함께 ‘누군가 널 위해’란 문구가 새겨져 있다. 예배당을 찾는 모든 이들이 ‘나의 소중함’을 깨닫기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다.

후에버를 설치한 사람은 도장포마을에서 사역 중인 이종진(해금강교회) 목사다. 이 목사는 28일 전화인터뷰에서 “‘바람의 언덕’을 찾는 수백만명 중엔 마음에 상처를 입은 여행자들도 있을 것”이라며 “그들을 위로해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자살을 결심하고 이곳을 찾는 사람들도 더러 있는데 그들에겐 찰나 같은 위로의 순간이 생의 희망을 찾는 결정적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마음은 있었지만 출석성도 30여명의 작은 교회가 재정을 들여 추가로 예배당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우연한 만남이 기회로 이어졌다. “2년 전 장동학(수원 하늘꿈연동교회) 목사 내외가 우리교회를 찾아오셨을 때 교제를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상처 입은 자를 위로하는 예배당’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지요. 장 목사께서 큰 관심을 보이더니 지역에서 협력하고 있는 교회들과 힘을 모아보겠다고 하시더군요.”

장 목사가 언급한 교회들은 경기도 수원에서 사역중인 수원북부교회(고창덕 목사) 주사랑교회(박훈종 목사) 포도나무교회(윤기영 목사)였다. 교단도 교회규모도 서로 다르지만 부활절엔 네 교회가 함께 연합예배를 드리고 지역 복음화를 위해 서로의 선교역량을 공유하는 교회들이다. 네 교회가 예배당 건축을 위해 1500만원을 지원하기로 하면서 ‘후에버 제작 프로젝트’는 급물살을 탔다. 이 목사는 평소 알고 지내던 동네주민이자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거제 남부교회(김훈 목사) 정상우 장로를 찾아갔다.

“‘배 모양을 한 작은 기도 처소’라는 콘셉트만 있던 상황이어서 설계도면을 그릴 때 애를 먹었어요. 직접 도면에 그려 장로님께 보여드리고 수십 차례 논의를 거쳐 조금씩 모양을 갖춰 갔습니다. 작업 공간이요? 장로님 댁 앞마당이었죠(웃음).”

2015년 12월부터 4개월여 제작기간을 거친 후에버는 지난해 봄부터 ‘바람의 언덕’을 찾는 이들을 맞이하고 있다. 24시간 내내 찬양이 흘러나오는 후에버의 내부는 실제 조타실의 모습과 동일하게 꾸며졌다. 안으로 들어서면 한 사람이 앉을 수 있는 의자와 타륜, 한 권의 성경책이 눈에 띈다. 천장 벽면에 부착된 LED 패널에선 ‘당신은 소중한 사람입니다’ 등 삶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문구와 주요 성경구절이 흐른다.

“사람들이 놀이기구나 전시물인줄 알고 들어왔다가 잠시 묵상을 하곤 하는데 ‘마음에 평안함을 얻고 간다’는 말을 들을 때면 큰 보람을 느낍니다. 후에버가 사람을 낚고 영혼을 살리는 베드로와 같은 배가 돼주길 소망합니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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