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일이 잘 안 되도록 뒤트는 ‘산통깨는’ 기사의 사진
“산통 깨는 소리 그만해.” “너 때문에 산통 깨졌어.”

‘산통을 깨다’는 무난하게 되어가는 일을 이루지 못하게 뒤튼다는 뜻입니다. 일이 잘 안 되도록 이러저러하게 반대한다는 의미이지요. 산통(算筒)은 점을 칠 때 쓰는 통입니다. 점괘가 쓰인 나무막대 모양의 ‘산(算)가지(산대)’를 넣어 흔들면 산통 옆에 뚫린 구멍으로 산가지가 빠져나옵니다. 이것을 풀어서 길흉을 예견하는 것이지요.

사고나 부주의로 산통이 깨지거나 누군가가 산통을 깨면 점을 쳐서 먹고사는 사람 입장에서는 밥줄이 끊기는 일이겠지요. 보통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이나 거동이 불편한 사람이 점을 치는데, 큰 낭패가 아닐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산통을 깨다’는 일이 안 되도록 끼어들어 남을 훼방한다는 뜻으로 쓰이는 것입니다.

算은 竹(대 죽)과 具(도구 구)가 합쳐진 글자로, 대나무 산가지로 헤아린다는 의미를 가졌습니다. 점을 쳐서 무언가를 짐작해 가늠하거나 미루어 본다는 뜻과 함께 산수(算數)처럼 수를 셈한다는 뜻으로 쓰입니다. 筒은 대나무처럼 속이 빈 통을 말합니다.

사람이나 나라나 힘과 덩치를 앞세워 남을 강제하려 들면 안 됩니다. 하물며 남의 산통을 깨려 한다면 용납될 수 없지요. 왜냐하면, 그것은 밥줄, 즉 불가침적 자주권과 생존권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글=서완식 어문팀장, 그래픽=전진이 기자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