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상현] 문-트럼프, 첫 단추 잘뀄다 기사의 사진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났다. 양 정상의 만남은 덕담으로 시작해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많은 전문가가 걱정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 발언이나 어색한 장면은 연출되지 않았다. 문재인-트럼프 시대의 첫 단추를 잘 꿰었다는 점에서 출발이 좋다.

공동성명의 주요 내용을 중심으로 이번 정상회담의 성과를 간단히 짚어보자. 첫째, 가장 중요한 성과는 한·미동맹 강화를 재확인한 것이다. 양 정상은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근거한 강력한 연합 방위태세와 상호 안보 증진을 통해 대한민국을 방어한다는 한·미동맹의 근본적인 임무를 확인했다. 둘째, 대북정책에 대한 긴밀한 공조 및 한국의 주도권을 확인했다.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한반도 비핵화라는 공동의 목표를 평화적인 방식으로 달성하기 위해 계속 긴밀히 공조해 나가는 한편 제재가 외교의 수단이라는 점에 주목하면서 올바른 여건 하에서 북한과 대화의 문이 열려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셋째, 공정한 무역 발전을 위한 노력에 합의했다. 양국은 상호적 혜택과 공정한 대우를 창출하면서 확대되고 균형된 무역을 증진시키기로 공약했다. 넷째, 글로벌 파트너로서의 적극적인 공조를 약속했다. 이는 지난 정부에서 합의했던 한·미 간 ‘뉴프런티어’ 분야 협력을 지속하기로 했다는 의미가 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껄끄러운 문제로 여겨졌던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 정상회담에서 직접 다루지 않고 무난히 넘어간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북핵 문제에서 공조를 재확인하고 한국의 주도권을 인정한 점, 그리고 남북대화를 재개하려는 문재인정부의 입장을 미국이 인정한 것은 한국의 성과라 할 수 있다. 반면 공정한 무역관계를 언급하면서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기정사실화한 것은 트럼프의 승리라 할 수 있다. 종합적으로 판정하자면 결국 한·미 양국이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수준에서 상대에 대한 배려와 함께 각자의 관심사를 챙긴 실리적 회담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문-트럼프 첫 정상회담이 별 탈 없이 끝났다고 해서 앞으로 한·미 관계가 무탈할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 원래 정상회담은 구체적 사안의 논의보다는 총론적 입장에서 두 정상 간의 스킨십을 갖고 우호적 케미스트리를 확인하는 데 더 큰 의미를 둔다. 그런 면에서 이번 정상회담은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구체적이고 어려운 문제는 앞으로 실무 차원의 결전을 기다리고 있다.

첫째, 아마도 가장 힘든 부분은 향후 대북정책을 둘러싼 서울과 워싱턴 간 온도차를 극복하는 게 될 것이다. ‘핵동결 입구론’과 ‘핵폐기 출구론’을 제시한 문재인정부의 구상에 비해 트럼프 행정부는 당분간 압박과 제재 외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단둥은행 제재, 중국의 인신매매 최악 등급 지정, 대만 무기판매 승인, 미 함정의 대만 기항 승인 등 중국에 대한 전방위 압박 카드는 북한의 김정은과 한국의 문재인정부도 염두에 둔 메시지라는 점을 잘 읽어야 한다. 둘째, 한·미 FTA 개정을 포함해 양국 무역관계 개선을 위한 협상 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동언론발표에서 자동차와 철강산업을 콕 집어 불만을 제기해 앞으로 미국의 강한 통상 압박이 예고된다.

셋째, 사드 배치 후속조치로서 중국을 설득하고 국내 정치적 과정을 잘 마무리지어야 한다. 현 정부 방침이 사드 철회는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에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중국을 어떻게 설득할지가 앞으로의 큰 과제다. 넷째, 방위비 분담금 증액 협상과 전작권 전환 준비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킬체인과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체계 조기 구축, 정보전력 확충 등을 위한 방위력 개선비 조달이 눈앞의 숙제로 다가왔다.

문재인정부의 한·미 관계 출발은 좋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이 높은 트럼프 시대를 현명하게 잘 관리하려는 노력이 과거 어느 때보다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이상현(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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