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매기 군무 대신 성큼 다가온 화려한 풍경 기사의 사진
석양으로 붉게 물든 인천 강화군 교동면 교동도 장구너머 포구에 묶인 작은 배들이 평화로워 보인다. 산에서 내려다본 모습이 장구처럼 생긴 포구는 이름만큼이나 아름다운 경치를 펼쳐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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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강화군은 국내에서 네 번째로 큰 섬인 강화도를 비롯해 교동도, 석모도, 주문도, 볼음도 등 주민이 살고 있는 섬 11개와 무인도 18개로 이뤄져 있다. 강화도를 제외한 다른 섬들은 ‘섬 속의 섬’ 또는 ‘동생섬’으로 불렸다. 동생섬 가운데 첫째·둘째가 ‘육지’가 됐다. 2014년 7월 교동대교로 연결된 교동도와 지난달 28일 개통된 석모대교를 건너면 닿는 석모도이다.

‘뭍’으로 변신한 석모도

우리나라에서 스물두 번째로 큰 섬인 석모도는 강화군 삼산면에 속한다. 주민 1800여명이 살고 있다. 조선 후기 지도인 대동여지도에는 석모도가 ‘석모로도(席毛老島)’로 표기돼 있다. ‘석모로’라는 지명은 ‘물이 돌아 흐르는 모퉁이’ 혹은 ‘돌이 많은 해안 모퉁이’라는 뜻이다. 과거에는 간척사업을 하지 않아 산과 바다만 있는 척박한 땅이었다. 조선 후기 대대적인 간척사업을 통해 북쪽에 있던 금음도와 석모로도 등이 합쳐지면서 석모도가 됐다. 여의도 면적의 15배에 이른다.

석모도는 문득 바다가 보고 싶으면 훌쩍 떠나기 좋은 섬이었다. 연인들에게는 당일치기 데이트 코스로도 손색이 없었고 추억 한가지쯤 남겨주는 곳이었다.

과거 석모도로 가려면 강화도로 건너가 내가면 외포리선착장에서 30분마다 운행하는 여객선을 타야 했다. 성수기에는 배를 기다리는 자동차의 행렬이 장사진을 이뤘다. 10분가량 이어지는 뱃길에서 승객들이 던져주는 과자를 먹기 위해 몰려든 수십 마리 갈매기떼의 군무가 장관을 이루며 추억과 낭만을 선사했다.

지난달 30일 석모도 석포리선착장을 오가던 삼보해운 소속 카페리가 마지막 운항을 했다. 대신 1.54㎞ 정도의 왕복 2차로인 석모대교를 통해 채 1분도 걸리지 않고 석모도에 닿을 수 있었다. 다리 위에는 섬으로 향하는 차량이 줄을 이었다.

해안도로를 타고 가장 먼저 석포리선착장으로 향했다. 섬사람들의 발 역할을 하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카페리의 뒷모습이 진한 아쉬움을 남겼다. 굳게 잠긴 대합실과 개찰구는 화려했던 전성기를 묻어둔 채 쓸쓸하게 남아 있다. 그 지붕에는 더 이상 새우깡을 받아먹지 못하는 갈매기들이 갈 곳을 잃은 듯 우두커니 앉아 있다.

이어 길을 나서면 진득이고개와 보문선착장 갈림길이 나타난다. 보문선착장 방향으로 조금 달리면 바닷가에 이색 풍경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일부 피어난 칠면초가 빨간 양탄자를 깔아놓은 듯 갯벌을 물들이고 있다. 갯벌 등 염분이 있는 토양에서만 자라는 염생식물인 칠면초는 해마다 일곱 번 빛깔을 달리한다고 해서 얻은 이름이다. 봄에 핀 연둣빛 싹은 점점 붉어지다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은 뒤 11월 하얗게 말라 죽는다.

영화 취화선의 배경으로 잘 알려진 민머루해변은 석모도 유일의 해수욕장이다. 하지만 모래가 별로 없다. 파도가 힘차게 오가면서 모래를 날라야 하는데 잔잔한 파도 때문에 모래톱이 발달하지 않았다고 한다.

대신 드넓은 갯벌이 펼쳐져 있어 해수욕보다는 갯벌체험장으로 인기다. 물이 빠지면 나타나는 1㎞ 정도의 갯벌에서 조개, 게 등 갯벌에 서식하는 생물을 관찰할 수 있다. 갯벌은 단단하면서도 감촉이 부드러워 산책하기에도 좋다. 주변 경관도 뛰어나다. 해가 이 해변으로 저무는 덕에 섬에서 노을이 가장 아름다운 곳이기도 하다.

해변 바로 옆엔 ‘장구너머’란 정다운 이름의 작은 포구도 있다. 산에서 내려다보면 장구처럼 보인다 해 이름을 얻었다. 횟집과 식당이 있는 포구엔 작은 어선들이 모여 있어 반갑다.

장구너머 포구 뒤로 뉘엿뉘엿 해가 저물었다. 아이, 연인, 부부들이 슬금슬금 해변에 모여들었다. 물 빠진 회색빛 갯벌의 바다를 주홍색으로 물들이며 저무는 석양을 배경으로 추억 남기기에 여념이 없었다.

석모도의 대표적인 명소 보문사를 올라 ‘눈썹바위’ 전망대에 서면 탁 트인 서해가 한눈에 들어온다. 해안 갯벌과 바다 위 옹기종기 모여 있는 섬들이 다정하다. 그 사이로 내려앉는 낙조는 비경 중 비경으로 꼽힌다.

인근 바닷가에 지난 1월 개장해 새롭게 관광명소로 떠오른 석모도미네랄온천이 있다. 강화군이 조성한 강화 유일의 대중온천이자 온천수 노천탕이다. 지하 460m 암반에서 뽑아 올린 51도의 천연 온천수를 그대로 식혀서 쓴다. 칼슘·마그네슘 등 미네랄 성분이 풍부해 피부 미용과 혈액순환, 근육통, 관절염 등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해가 질 무렵 욕조에 앉아 바다 경치를 감상하거나 서쪽 바다 위를 물들인 붉은 석양을 바라보는 재미는 여기서만 얻을 수 있는 특권이다.

섬 구석구석 포장도로가 나 있어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다. 곳곳에 전망 좋은 카페도 많다. 석모리 동촌마을과 하리의 도로변에는 조선시대 관리를 기려 세웠던 불망비·선정비가 3∼4기씩 남아 있다.

시간이 멈춘 듯한 ‘은둔의 섬’ 교동도

교동도는 우리나라에서 열여섯 번째로 큰 섬이다. 멀게만 느껴졌던 교동도가 가까워졌다. 북한의 연백평야까지 불과 3.2㎞인 민간인 출입통제선 안에 속해 군부대의 통제를 받아야 하지만 간단한 출입신고서만 내면 자정까지 머무를 수 있다.

교동면사무소 인근 대룡시장에는 1960∼70년대의 영화세트장을 옮겨 놓은 것 같은 골목이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옛것을 흉내 낸 것이 아니라 물들지 않은 역사 그대로의 모습이다. 연백군에서 피란 온 실향민들이 고향에 있는 연백장을 본떠 만든 골목시장으로 활기도 잃고 촌스럽지만 정겹고 순박하다. 기나긴 시간만큼이나 아련한 분위기가 시장을 감싸고 있다. 교동이발관, 동산약방, 거북당…. 시간이 멈춘 듯한 점포들이다.

이발관은 60년이 넘었다. 골목에서 가장 유명한 집이다. 이발사는 6·25전쟁 때 내려왔다가 주저앉은 실향민이란다. 문이 닫혀 있어 내부를 볼 수 없는 것이 아쉬웠다. 시계방도 특이했다. 걸어놓은 벽시계는 골동품 수준이다.

이 시장에서 반갑게 맞이하는 것이 있다. 도시에서는 보기 힘든 제비다. 애잔한 실향민들의 보살핌으로 해마다 둥지를 틀어 처마 밑 곳곳에 제비집이 눈에 들어온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이 타임머신을 타고 온 듯 따스한 옛 향기를 맡게 해준다. 시장을 둘러보는 데는 10분도 넉넉하다.

인천기념물 23호인 교동읍성은 조선 인조 7년(1629년) 수영이 설치됐을 때 축조된 것으로 도읍 전체를 둘러싸 외부로부터의 침입을 막아 주민을 보호하고 군사적·행정적인 기능을 함께했다. 성의 둘레는 약 430m, 높이는 약 6m로 동·남·북에 3개 성문이 있었다. 현재는 반원 형태의 남문인 홍예문만 남아있다.

교동도는 왕족의 단골 유배지였다. 한양과 가까워 동정을 감시하기 좋고 조류가 급해 접근이 쉽지 않아 최적의 땅이었다. 최충헌에 의해 쫓겨난 고려 21대 왕 희종을 시작으로 안평대군, 임해군, 능창대군 등 11명의 왕족이 교동으로 유배됐다. 중종 반정으로 쫓겨난 연산군도 유배돼 두 달 만에 생을 마감했다.

교동도 명소로 화개산을 빼놓을 수 없다. 자동차로 산 중턱의 화개사까지 올라 1.5㎞ 정도만 걸으면 닿을 수 있다. 해발 269m에 불과하지만 정상이 내놓는 풍경은 특급이다. 남쪽으로는 석모도를 비롯한 여러 섬들이, 북쪽으로는 바다 건너 북한 땅이 한눈에 들어온다. 맑은 날이면 개성 송악산도 보인다고 한다.

■ 여행메모
석모대교 이용… 밴댕이회·젓국갈비 별미
관광안내·정보화사업 중심 ‘교동제비집’


강화 외포리선착장에서 석모도로 가는 삼보해운 배편은 지난달 30일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운행하지 않는다. 지난달 28일 개통된 석모대교를 이용해야 한다.

석모도 민머루해변 일대와 외포리선착장 주변에 해산물 식당이 몰려 있다. 밴댕이회는 4∼6월을 제철로 치지만 급랭해둔 것을 이용해 사철 먹을 수 있다. 예부터 임금님께 진상할 정도로 유명한 강화도 새우젓으로 만든 향토 음식이 젓국갈비다. 돼지갈비에 두부, 호박, 청양고추 등을 넣고 새우젓으로 간을 해 비리지 않고 국물이 시원하다. 강화군이 운영하는 석모도자연휴양림은 가격도 저렴하지만 숲에 둘러싸여 있어 가족여행에 안성맞춤이다. 곳곳에 펜션이 많다.

교동도와 연결되는 교동대교는 2014년 개통됐다. 검문소에서 간단한 출입신고서를 작성한 뒤 통행증을 받아 들어간 뒤 나올 때 반납하면 된다. 밤 12시 이전에 나와야 한다.

가장 먼저 ‘교동 제비집’을 찾아보자. 지난 3월말 오픈한 정보통신(IT) 관광안내소 겸 지역주민의 정보화 사업의 핵심역할을 하는 곳으로, 교동도에 많은 제비에 착안해 지어졌다. 교동도 관광명소를 360도로 볼 수 있는 가상현실 영상체험 등이 가능하고 폐쇄회로(CC)TV를 통해 북한 황해도 풍경을 560인치 초대형 스크린으로 볼 수 있다. 자전거를 빌려 관광에 나설 수도 있다.

강화=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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