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이명희] 김상조의 OB 퇴치법 기사의 사진
OB는 올드 보이(old boy)의 약자로 졸업생, 선배를 뜻한다. 반대로 현역을 YB(young boy)라 한다. 공직사회에서 OB와 YB의 관계는 끈끈하다. 로펌이나 기업체로 진출한 OB들은 후배들의 회식자리 스폰서를 하고 명절 때면 선물도 꼬박꼬박 챙긴다. YB들은 대선배들의 민원을 쉽게 거절하지 못한다. 로펌과 기업체들이 수십억원의 연봉과 차량, 기사를 제공하며 OB들을 모셔가는 이유다. 기획재정부나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법무부, 국방부, 교육부 등 힘 있는 부처일수록 몸값이 높다. 30여년 ‘박봉’의 공직생활을 단 몇 개월 만에 만회할 수 있는 자리다. 월 3000만원 자문료를 받아 본인도 깜짝 놀랐다는 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의 말마따나 “일반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그런 세계”다.

관피아 비리가 불거지면서 고위공직자 취업제한 규정이 강화됐다. 김영란법도 시행되고 있지만 전관예우 관행은 여전하다. ‘대쪽 검사’ ‘청빈 검사’로 불렸던 안대희씨는 2014년 5월 국무총리 후보로 지명됐다가 일주일 만에 사퇴했다. 대법관 퇴임 후 변호사 개업으로 5개월 만에 16억원의 수입을 올린 사실이 드러나서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얼마 전 “업무시간 외에는 공정위 OB나 로펌의 변호사 등 이해관계자들과 접촉하는 일을 최대한 자제해 달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불가피한 경우 반드시 기록을 남기라”고 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공정위 간부들과 삼성 및 OB들 간의 부적절한 만남을 염두에 둔 것이다. 선후배 간 인지상정까지 막는다고 야박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YB와 OB 간 거래가 없다면 로펌이나 기업들이 구태여 ‘끈’ 떨어진 OB들을 모셔갈 이유가 없다. 2012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공정위 4급 이상 퇴직자 20명 중 17명이 로펌이나 대기업에 재취업했다. 김 위원장의 OB 퇴치법이 성공할지, 수십년 다져진 관피아가 건재할지 두고 볼 일이다.

글=이명희 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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