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송세영] 사이비종교는 종교가 아니다 기사의 사진
사이비 의사는 의사가 아닌 것처럼 사이비 종교도 종교가 아니다. 상식적이고 당연한 명제지만 이를 인정하지 않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종교에 거부감이 많은 무신론자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은데 기독교인이 서슴없이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면 충격적이다. 이유를 들어보면 대개 일부 목회자나 교인의 탈선과 비행을 문제 삼는다. 교회 자체가 본질에서 벗어나 타락했다고 비판하는 이들도 있다. 한마디로 ‘사이비와 다를 게 뭐냐’는 실망과 분노가 배후에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의사 가운데 일부가 의료사고를 내거나 범죄행위에 관여했다고 해서 제대로 된 의사와 사이비의사를 동일하게 취급하지는 않는다. 의료계가 인명을 경시하고 돈벌이만 추구한다고 사이비에게 가서 진료를 받지도 않는다. 그래도 의사는 의사이고 사이비는 사이비다.

마찬가지로 교계에 일부 문제가 있다고 해서 사이비 종교와 오십보백보라고 여기는 것은 잘못이다. 사이비 종교집단의 행태는 일탈이 아니라 범죄집단이라는 본질적 속성에 기인하는 것이다.

이들은 살아 있는 인간 교주가 영생불사의 신이라며 우상화하고 세상이 곧 망한다고 속여 사람을 유인하고 돈을 끌어 모은다. 1000만원을 맡기면 평생 매달 100만원씩 이자를 주겠다고 속여 할머니 쌈짓돈까지 끌어들이는 다단계 금융사기 집단과 흡사하다. 반항하거나 탈퇴하려 하면 납치 감금 폭행 등의 범죄도 태연하게 저지른다. 외부인의 접근이 어려운 폐쇄적이고 비밀스러운 자기들만의 공간을 갖고 있어 그 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아예 모르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도 사이비건 아니건 똑같다는 생각을 갖는다면 범죄집단을 옹호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사이비들도 이런 허점을 노리고 파고든다. 사이비 언론사를 앞장세워 교계의 문제점을 침소봉대하고 부정적인 면을 극대화한다. 봉사활동과 선행으로 포장된 이벤트를 선전해 부정적 이미지를 씻으려 한다. 특히 사이비에 관대한 포털 뉴스와 커뮤니티 사이트가 집중 공략 대상이다. 여기에 속아 넘어간 이들은 학업 포기, 가출, 이혼, 재산 헌납, 성 착취 등 돌이키기 힘든 파국을 맞곤 한다. 선의의 피해자들을 막으려면 사이비 종교집단에 대한 엄격한 제재와 처벌이 시급하다. 교계가 사이비종교처벌특별법이나 사이비종교피해배상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새 정부 들어서도 입법 움직임은 아직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

문제는 정부가 종교인 과세를 예정대로 내년부터 강행하려 한다는 점이다. 사이비 종교집단에 대한 제대로 된 법적 규정도 없이 종교인 과세를 강행하면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사이비 종교인과 그 집단이 국가기관에 의해 합법적 종교인과 종교단체로 공인받게 되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너도나도 종교단체 비슷한 걸 만들어 ‘나도 종교인이요’ 해도 막을 방법이 마땅치 않다. 종교단체로 위장하고 있는 사이비 집단이라면 말할 나위도 없다. 종교인 과세에 대한 찬반을 떠나 이런 부작용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종교인 과세를 굳이 하겠다면 사이비 종교인이나 집단을 추려낼 수 있는 법적 장치부터 도입해야 한다. 이들에겐 다른 세목으로 과세하면 된다. 구체적인 기준은 공청회와 전문가 자문 등을 통해 마련하되 적어도 살아 있는 교주를 신격화하거나 시한부 종말론을 주장하면서 재산 헌납과 헌금을 유도하는 집단은 반드시 사이비에 포함시켜야 한다. 이 둘은 선량한 사람들을 미혹하는 데 가장 강력한 무기다. 불안감을 자아내고 공포심을 조성해 집단적 최면과 환각에 빠지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는 현행법상 명백한 사기 범죄에 해당되기도 한다.

한반도 남단 작은 땅에 보혜사, 재림주, 하나님이라고 자칭하며 범죄를 일삼는 이들이 한둘이 아니다. 젊은 여신도들을 성폭행해 징역 10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JMS집단의 정명석 교주도 조만간 출소한다. 자칭 재림주가 한 명 더 거리를 활보하게 되는 셈이다. 언제까지 좌시할 것인가.

송세영 종교부장 sysoh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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