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정진영] BBQ 윤 회장의 이상한 증여 기사의 사진
한때 상속·증여세는 바보세라 불렸다. 받은 만큼 그대로 세금을 내는 사람은 바보나 마찬가지란 의미였다. 세법이 허술해 빠져나갈 구멍이 많은 데다 징세 당국의 과세포착률도 낮았다. 1990년대는 과세포착률이 1%에 불과한 때도 있었다. 100명 중 1명 정도만 제대로 세금을 낸 것이다. 우리나라 재벌들이 지탄받는 이유 중 하나가 ‘꼼수’를 이용해 상속·증여세를 정직하게 내지 않기 때문이다. 수조원에서 수십조원의 재산을 물려받으면서도 세금은 몇 백억원, 심지어 고작 몇 십억원에 그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최근 통닭 값 인상과 광고비 갑질 행태로 비난을 받은 통닭 프랜차이즈 BBQ 윤홍근 회장이 또 구설에 올랐다. 수천억원의 가치가 있는 기업 BBQ를 20대 초반 아들에게 승계하면서 세금은 50만원밖에 내지 않았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BBQ의 최대주주인 지주회사 제너시스를 통해 아들에게 경영권을 넘기는 과정이 변칙 내지 편법 증여라는 지적이 제기된 것이다. 일감 몰아주기 정황도 곳곳에서 확인됐다고 한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BBQ 불매운동 움직임이 일었다. 가맹점만 또 죽어나게 됐다. BBQ 홍보실은 사실 여부를 확인하자 “책임자가 부재중이다. 나중에 연락하겠다”는 말뿐이었다. 제대로 세금을 낸 것인지 아닌지 알 수 없다. 국세청도 정확하게 알려주지 않았다. 꼼꼼히 세무검증을 했는지 아니면 할 계획이 있는지 등을 물었으나 ‘확인 불가’라고 응답했다.

올해 초 조세재정연구원이 낸 자료는 충격적이다. ‘불성실 납세에 대해 충분한 처벌이 이뤄진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85.4%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조세정의에 대한 국민의 심각한 불신을 그대로 드러낸 결과다.

한승희 국세청장은 지난달 29일 취임사에서 “대재산가의 변칙 상속·증여를 엄단하겠다”고 말했다. BBQ 증여가 불법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변칙 또는 편법의 정황을 배제할 수 없다. 법은 최소한의 상식이다. 국세청이 엄정한 법 집행을 주저한다면 새 정부의 정책 기조인 ‘적폐 해소’와도 어긋난다. 한 청장의 공언(公言)이 공언(空言)이 아니라는 단서는 BBQ에서 먼저 포착돼야 한다.

글=정진영 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