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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홍 칼럼] 북핵의 단계적 해법 실현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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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대선 전부터 새 대통령이 직면할 최대 난제로 북한 핵·미사일 문제가 꼽혔다. 아니나 다를까, 김정은의 핵장난이 위험수위를 넘어서며 한반도 정세가 출렁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나흘 만에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쏘아 올리더니 미국 독립기념일인 지난 4일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라는 초대형 도발을 감행했다. ICBM 개발은 동북아 안보지형을 뒤흔들 ‘게임 체인저’라고 할 수 있다.

핵 무력 확보를 향한 김정은의 폭주는 멈출 줄 모른다. “(ICBM 시험발사로) 매우 불쾌했을 미국놈들에게 앞으로 크고 작은 선물 보따리를 보내자”는 그의 말은 단순한 조롱이 아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가 아무리 제재와 압박을 가해도, 미국에 핵탄두를 보내는 ICBM을 개발하고야 말겠다는 발언이다. 핵을 손에 쥐고 있어야 체제 생존의 지속성이 담보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때문에 ICBM에 장착할 소형 핵탄두를 만들기 위한 6차 핵실험이 멀지 않았다고 봐야 한다.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기 위해 한걸음씩 나아가는 형국이다.

북핵 해결을 위한 문 대통령 구상은 ‘핵 동결→대화→핵 폐기’로 요약되는 단계적 접근법이다. 북한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 동결이 대화의 입구(入口)이고, 핵시설과 핵물질의 점진적 폐기에 이어 보유 중인 핵무기의 완전 폐기가 대화의 출구(出口)여야 한다는 것이다. 김정은이 이에 응할 경우 입구에서 출구를 빠져나갈 때까지의 과정마다 ‘보상’을 줄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정은에게 핵과 전쟁 위협이 없는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드는 데 동참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북한 정권 교체를 원치 않으며, 북한을 공격할 의도가 없으며, 인위적으로 통일을 가속화하지 않겠다고 강조한 데에서는 어떻게든 김정은의 마음을 돌려보려는 절박함이 느껴진다. 소위 ‘뉴베를린 선언’을 통해서는 북한이 끊임없이 요구해온 평화협정 체결까지 언급했다.

핵 없는 평화로운 한반도. 나아가 끊긴 철도가 다시 이어지고, 가스관도 연결돼 남북이 경제공동체로 함께 번영의 길로 힘차게 뻗어가는 한반도. 생각만 해도 가슴 뭉클한 모습이다. 우리 국민 모두가 지향해야 할 궁극의 목표임은 자명하다.

하지만 현실성이 문제다. 무엇보다 김정은에게 핵 포기를 기대하는 게 올바른 것인지 의문이다.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에 걸친 핵 고집은 요지부동이다. 김일성 생존 당시인 1992년 북핵 위기가 처음 불거진 이후 2002년 김정일 시대의 2차 북핵 위기를 거쳐 현재의 김정은 시대에 이르기까지 무려 25년간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김씨 왕조는 핵 무력 강화를 위해 일관되게 달려왔다. 한국과 미국 중국 등 국제사회는 온갖 대화와 압박 전략을 구사했으나 북한의 핵 야욕을 꺾는 데 실패했다. 5차례의 핵실험으로 “북한은 핵을 개발할 의사도, 능력도 없다”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분석도, “북핵은 자위용이며, 협상용”이라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시각도 틀렸음이 입증됐다.

더욱이 김정은은 그의 아버지나 할아버지 때와 달리 고도화된 핵·미사일 확보를 눈앞에 두고 있다. 또 핵 문제는 미국과 논의할 사안이지, 남한이 끼어들 바가 아니라고 분명하게 선을 긋고 있다. 그런 김정은에게 핵 동결 조치를 취한 뒤 협상테이블로 나오라고 계속 요구하는 게 적절한 것일까. ‘여건이 갖춰지고 한반도 대치국면을 전환시킬 계기가 된다면’이라는 조건을 달긴 했지만 김정은과 언제든 어디서든 만날 용의가 있다고 지속적으로 언급하는 게 합당한 걸까.

문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10·4 선언을 계승하겠다는 입장이나 10년 전과 지금은 상황이 너무 다르다. 김정일은 노무현정부 때 1차 핵실험을 실시했다. 당시 북핵은 미완이었다. 반면 김정은이 조만간 감행할 6차 핵실험은 핵 능력의 완성을 시사하는 전기가 될 공산이 크다. 6차 핵실험 때에도 핵 동결을 전제로 대화에 응하라는 요구만 반복한다면 국제사회의 공감을 얻기 힘들 것이다. 10·4 선언을 넘어서는 창의적이고 냉철한 대북정책을 준비해야 한다. 평화공존으로 나아가는 게 맞지만, 북한이 국제사회의 제재에 내성을 키워왔지만, 김정은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선 아파할 만한 새로운 강경책을 이끌어야 ‘한반도 주도권’이 유지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 주변엔 여전히 북한 핵·미사일 능력이 과장됐다거나 제재 강화보다 완화하는 것이 북한 변화를 이끌어내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다.

김진홍 논설실장 jh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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