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차창훈] 갈 길 먼 한·중 관계 기사의 사진
“장강의 뒷물이 앞물을 밀어냅니다(長江後浪推前浪).” 독일 G20 정상회의에 앞서 이뤄진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한 표현이다. 시 주석은 세월호를 인양한 상하이샐비지의 노고에 문 대통령이 감사를 표하자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 저서 ‘운명’에 나오는 구절이기도 하다. 배치된 사드인 앞물결을 뒷물결인 문 대통령이 철수하라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한·중 정상은 회담에서 사드 한국 배치와 한한령(限韓令)으로 악화된 입장차를 확인하는 데 그쳤다. 문 대통령은 양국의 경제 문화 인적 교류가 위축되는 현실을 지적하면서 우회적으로 한한령 해제를 요청했다. 사드 배치는 주권의 문제이고, 새 정부의 북핵 주도권 행사와 주변국의 협력으로 이뤄지는 비핵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다는 논리를 펼쳤다. 그러나 시 주석은 사드 배치 반대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나아가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처음으로 북한과의 혈맹관계를 강조하면서 중국의 적극적인 대북제재를 강조한 문 대통령 견해에 동의하지 않았다.

지난달 27일 개최된 중·러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사드 배치를 반대하고, 중국이 지속적으로 제기한 쌍중단(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을 통한 쌍궤병행(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 협상)을 다시 제시했다. 이번 한·중 정상회담의 결과는 시각의 현격한 차이와 G20 회의에 앞서 짧게 진행됐다는 시간적 제약 때문에 예견된 것이었다.

지난 5월 9일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시 주석은 기존의 한·중 관례를 깨고 직접 당선 축하 전화를 걸어 관계개선 의지를 피력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14일 베이징에서 개최된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상포럼에 우리 대표단을 보냈고, 이해찬 전 총리를 대표로 하는 특사단을 파견했다. 특사단은 왕이 외교부장으로부터 사드 배치의 철회 입장을 전달받았다.

사드 문제에 대한 중국의 시각은 우리와 큰 격차가 있다. 박근혜정부와 미국은 사드가 북한의 핵·미사일로부터 한국과 주한미군을 보호하는 조치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중국은 사드를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MD)의 일부분으로 본다. 사드를 구성하는 X밴드 레이더가 중국의 대미 A2AD 능력의 핵심인 DF21 미사일 정보를 취득해 중국의 2차 핵보복 능력을 실질적으로 무력화시키고, 지역 내 미국과 중국 핵전력 균형을 무너뜨린다고 보는 것이다.

북한 핵·미사일 도발, 사드, 한한령 등 문재인정부가 떠안은 외교적 과제는 복잡하다. 문재인정부는 이를 풀기 위해 지난 1일 한·미 정상회담 공동선언문을 통해 북핵 공조를 합의하면서 한국의 주도권을 양해 받았다. 사드 배치에 앞서 민주주의 국가의 국내법적 절차인 환경영향평가가 필요함을 이해시키고자 하였다. 아울러 G20 정상회담에 앞서 베를린의 쾨르버 재단 초청 강연에서 ‘베를린 구상’을 발표했다. 한·미, 한·중 정상회담 및 G20 정상회의에서 문재인정부가 거둔 성과는 컸다.

강물은 물결의 흐름에 따른다. 뒷물이 앞물을 밀어내지만 앞물이 만들어낸 흐름을 거역할 수 없다. 나라다운 외교를 향한 문재인정부의 외교가 앞물을 밀어내면서도 새로운 물결을 만들어내기를 기대한다. 시 주석도 이런 이치를 이해하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정착을 위한 새로운 물결에 동참하기를 바란다.

한·중 관계는 다음달 24일 수교 25주년에 즈음해 새로운 모멘텀을 맞게 될 것이다. 문 대통령의 베이징 방문으로 이뤄질 한·중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보다 심도 있는 논의를 진전시키게 될 것이다. 문 대통령의 한반도 신경제지도와 신북방정책이 139조원에 달하는 실크로드 기금의 일대일로 구상과 접점을 찾는다면 양국은 새로운 번영의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 이런 공동 번영을 위한 경제적 협력이 사드 배치로 촉발된 정치·안보적 이해관계의 재조정을 가져오기를 기대한다.

차창훈 부산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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