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人터뷰]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탈원전, 전문가 의견 수렴·공론화 과정 꼭 거쳐야” 기사의 사진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지난 5일 국민일보 대회의실에서 가진 인터뷰를 통해 설익은 탈원전 정책은 민생 부담 증가, 전력 수급 불안정, 산업 경쟁력 약화, 에너지 국부 유출, 에너지 안보 위기 등을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기에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은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중단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서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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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고리원전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탈핵(脫核) 시대를 선포했다. 정부는 이에 발맞춰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사를 일시 중단키로 했다.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논의한 뒤 시민 배심원단이 3개월 안에 재개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2조6000억원이 투입된 원전의 운명이 비전문가 중심의 기구에서 결정되는 것이다. 이에 국내외 60개 대학 공대 교수 417명은 지난 5일 "값싼 전기를 통해 국민에게 보편적 복지를 제공해 온 원자력 산업을 말살시킬 탈원전 정책의 졸속 추진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는 성명서를 냈다. "대통령의 선언 하나로 탈원전 계획을 기정사실로 하는 것은 제왕적 조치"라고도 했다. 지난 1일 23개 대학 에너지 전공 교수 230명의 이름으로 성명을 발표한 데 이어 두 번째다. 이들의 중심에 서 있는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를 만나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의 문제점과 대안 등에 대해 들어봤다.

-원전은 정말 안전한가.

“원전은 안전하다. 원전이 산업에 이용된 것은 1960년대 후반부터다. 50년 동안 31개국에 580기의 원전이 세워졌다. 누적 가동연수 1만7100년 동안 지진이 원전에 치명적으로 영향을 미쳤던 적은 전무하다. 원전 결함으로 사고가 난 것은 체르노빌 사고 한 번뿐이다. 애초 설계가 잘못돼 사고가 난 것이다. 우리 원전과 달리 격납건물조차 없었던 설계였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78년 고리 1호기가 가동된 이후 40년 동안 25기 원전이 단 한 건의 사고도 없이 안전하게 운영돼 왔다.”

-일본 후쿠시마 사고 있었는데.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워낙 커서 많은 사람들이 방사능 누출로 사망한 것으로 잘못 알고 있다. 실상은 그렇지 않다. 문 대통령은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사망자를 1368명으로 언급했다. 사실과 다르다. 후쿠시마 사고를 지진 때문이라고 많이들 생각하는데 진짜 원인은 지진해일(쓰나미)이었다. 원전은 지진을 견뎌냈지만 쓰나미에 침수되면서 사고가 난 것이다. 대부분 사망자는 후쿠시마 지역이 오염되면서 오랜 대피생활로 인한 스트레스나 노환 등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된다. 동일한 지진을 겪었지만 해안 방벽 설치 등으로 쓰나미 피해가 없었던 인근 오나가와 원전이 견뎌낸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탈원전은 세계적 추세인가.

“아니다. 매년 1∼2%씩 원전 운영비율이 늘고 있다. 미국은 34년 만에 원전 건설을 재개했다. 영국도 2030년까지 전력의 30%를 원자력 발전으로 생산키로 했다. 2035년까지 16GW 규모의 신규 원전을 건설할 예정이다. 36기의 원전을 운영 중인 중국은 지금 21기를 추가 건설 중이며 177기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 제로시대를 선언했던 일본도 이를 바꿔 2030년까지 원전 발전을 전력 생산량의 20∼22%로 유지 운영키로 했다. 러시아도 2030년까지를 목표로 원전 21기를 추가 건설하고 있다. 독일 스위스 벨기에 대만 정도가 탈원전 정책을 펴고 있다. 탈원전 국가들은 수력과 화력 연료 자원이 비교적 풍부한 경우다. 탈원전을 선언한 4개국의 원전은 모두 26기로 전 세계 449기의 5.8%에 불과하다.”

-신재생에너지도 필요하지 않나.

“신재생에너지 확대는 당연한 시대적 흐름이다. 그러나 신재생에너지를 통한 발전 비중을 20%까지 증가시켜도 적정 예비율을 확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신재생에너지는 간헐적인 전력원이고 기저전력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신재생에너지는 기후조건에 따라 발전량 변동이 심하고 출력 조절이 불가능하다. 전력계통의 안정성을 위해 백업설비 확보 등 기술적 문제 해결에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때문에 문재인정부가 전력 생산량의 20%로 잡은 것은 너무 의욕이 앞선 것으로 보인다. 또 현실적으로 부지를 확보하는데도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원전은 오염원 배출이 없나.

“전력을 생산할 때 ㎾h당 이산화탄소 생성량은 석탄 약 1000g, 액화천연가스(LNG) 490g인 데 비해 원자력은 15g에 불과하다. 기후변화 대처에 아주 효과적인 전력원이다. 아울러 미세먼지도 발생하지 않는다.”

-탈원전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에너지의 약 95%를 수입하는 우리나라 여건상 에너지 안보는 국가 경제발전의 핵심 기반이다. 석탄과 원전의 발전량 감소분을 LNG로 대체할 경우 연료 수입금액이 연간 11조7000억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원자력은 발전원가 구성비용 중 연료비 비중이 작아 국내에서 생산되는 준국산 에너지라 할 수 있다. 또 분단 현실에서 북한의 핵위협에 대비하고 국제사회와의 긴밀한 공조를 위해서는 원자력 기술 기반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원자력 평화 이용으로의 전환에도 원자력 기술 보유가 필수적이다.”

-전기요금은 올라가나.

“원전은 가장 경제적인 전원으로서 타 전원으로 대체하면 전기요금이 상승하는 문제점이 발생한다. LNG로 대체하면 추가 비용이 연간 약 17조6000억원 들어 전기요금이 31.9% 상승하는 것으로 예상된다.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면 추가 비용이 연간 약 25조원 들면서 전기요금이 45.2% 상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전 산업 전망은.

“원자력 산업은 기술집약적 산업이다. 원전 운영과 건설로 한 해 평균 약 32조6000억원의 생산유발과 연 9만2000명의 고용유발 효과가 발생한다. 부양가족을 고려할 때 30만명 이상이 원전과 관련된 경제활동에 종사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2009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전 수출은 원전 수출 1기당 19조원 이상의 외화 획득과 고용창출 연간 2만7450명, 국내 중소기업 매출 4700억원의 효과가 있음을 보여줬다. 그런데 원전 산업의 급격한 축소는 기기 공급업체, 설계·엔지니어링 등 관련 산업계를 붕괴시킬 것이다. 밸브 등 보조기기 중소업체들은 원전 물량 축소 시 수지가 안 맞아 사업을 포기하는 경우가 속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원전 학문 붕괴 우려는.

“일본을 보자. 원전을 재가동한 이유는 전기요금 인상도 있었지만 인력 보전이나 양성을 위해 결정한 측면도 강하다. 사람을 지켜야 했으니까. 원전을 포기하면 싹이 없어지는 것이다. 학생들이 관련 학과에 들어오지 않는 현상이 지속되면 관련 산업과 학문은 붕괴될 수밖에 없다. 고부가가치를 생산할 수 있는 길이 원천 봉쇄되는 것이다.”

-시민 배심원단은 어떻게 보나.

“신고리 원전 5·6호기의 최종 결정을 시민 배심원단에 맡긴다는 것은 전혀 올바르지 않다. 제일 문제가 되는 것은 3개월이라는 기간이다. 이게 말이 되나. 원전이 정말 위험한지 편익 없이 해악만 존재하는지 냉철히 분석한 뒤 결정하는 게 맞다. 3개월 뒤 배심원단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것은 탈원전을 정해놓고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또 시민 배심원단은 물리적 시간 등을 고려할 때 탈원전 시민단체 사람들이 주로 갈 수밖에 없다. 편파적으로 배심원단이 구성될 게 불 보듯 뻔하다.”

-결론이 내려져 있다는 말인가.

“그렇다. 신고리 원전 5·6호기 중단 여부 결정은 꼬리에 해당한다. 탈원전을 하느냐 마느냐를 정하는 게 먼저다. 탈원전의 정당성 여부에 대한 공론화가 우선돼야 한다. 그 과정이 생략된 채로 공약이니까 당연시하며 추진하고 있다. 공약 모두가 정책이 돼야 하느냐. 통신료 기본요금 폐지도 하지 않기로 했지 않나. 공약을 다시 꺼내놓고 국민들에게 물어야 한다. 선거 당시 문 대통령을 지지한 사람은 절반이 되지 않다는 점을 상기하기 바란다.”

-공론화위원회를 평가한다면.

“논의 기간을 충분히 늘리고 판단할 수 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구성이 합리적으로 돼야 한다. 스위스는 84년부터 공론화를 시작했다. 이후 33년간 공감대를 형성했고, 다섯 번의 국민투표를 실시해 최종 결정했다. 독일은 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를 계기로 원전 폐지 논의를 시작했다. 25년간의 논의 뒤에야 윤리위원회를 출범시켜 폐쇄를 결정했다. 스웨덴은 국회에 의견을 구했다. 정부는 공론화위원회를 여러 분야를 대표하는 사람들로 구성한다고 한다. 원전 관계자는 배제한 채 말이다. 그들이 잘못 결정하면 책임을 물을 수도 없다. 중요한 것은 국민들이 원전의 실상을 제대로 안 뒤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부담을 지게 되는 국민들에게 직접 묻는 절차는 반드시 필요하다. 전문가의 의견 수렴과 합리적인 공론화 과정을 통해 장기적인 전력 계획을 수립해야 마땅하다.”

-문 대통령에게 바라는 점은.

“잘못 알려진 사실들을 제대로 알릴 기회를 달라. 사실을 왜곡하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문 대통령의 연설이 그 예다. 후쿠시마 원전 사망자 수도 그렇고 원전 가동기간 연장을 세월호 선령 연장에 비유한 것도 맞지 않다. 원전이 오래돼서 사고가 난 것도 아니고 세월호가 오래돼서 침몰한 것도 아니지 않느냐. 두 가지를 억지로 붙였다. 국민들의 분노를 자극하는 것이다. 사실만 갖고 얘기하자. 왜곡하고 기만하지 말자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짚자면 고리 1호기 행사는 사실 퇴역식인데 탈핵 선포식이 됐다. 퇴역은 2년 전에 결정된 사안이다. 고리 1호기가 그동안 경제발전에 기여한 공로도 있다. 관련자들을 위로하고 공로를 치하했어야 했다. 원자력계를 능멸한 것과 다름없다.”

-탈원전, 어디로 가야 하나.

“개인적으론 답이 있다. 고리 한 부지에 원전이 너무 밀집돼 있다고 많이 지적한다. 재해가 오면 여러 원전이 동시에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위험하다고 한다. 맞을 수 있다. 다수기의 문제다. 대안은 간단하다. 고리 1호기가 빠져 9기가 됐다. 신고리 5·6기 준공 때가 되면 2호기가 40년쯤 된다. ‘원인 원아웃(One-in, One-out)’ 정책을 쓰면 된다. 원전이 위험하다는 인식이 많으니 오래된 원전 하나를 중지하고 대신 신형 원전 하나를 새로 넣는 방식이다. 안전도와 발전용량은 늘어나고 위험성은 줄어들 수 있다. 무조건 원자력 발전 규모를 확대하자는 게 아니다. 원전 규모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점차적으로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는 쪽으로 가자는 것이다. 현재 건설 중인 원전은 기존보다 10배 이상 안전하다. 숙의를 하면서 합의를 이끌어내면 되는 것이다.”

만난 사람=김영석 논설위원 yskim@kmib.co.kr, 사진=서영희 기자

■주한규 교수는△1962년 경기도 여주 출생 △ 80년 수원 수성고 졸업 △84년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졸업 △86∼92년 한국원자력연구원 연구원 △96년 미국 퍼듀대 박사학위 취득 △2004년 8월∼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2013∼2017년 2월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학과장 △2015년∼미국 원자력학회 석학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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