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마시고, 공부하고, 쉴 수 있는 교회… 지역 주민에 늘 열린 ‘대조동루터교회’

커피 마시고, 공부하고, 쉴 수 있는 교회… 지역 주민에 늘 열린 ‘대조동루터교회’ 기사의 사진
유원목씨(왼쪽)가 지난 5일 서울 은평구 서오릉로 대조동루터교회 접견실 소파에 앉아 최태성 목사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주민들은 월요일부터 주일까지 언제든 교회에서 최 목사를 쉽게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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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 앉아서 책 읽고 있으면 ‘왜 왔습니까’ 묻는 사람도 없고 커피도 공짜여서 정말 좋습니다. 편안해서 자주 옵니다.”

서울 은평구 서오릉로 대조동루터교회(최태성 목사)에서 지난 5일 만난 유원목(74)씨의 이야기다. 그는 교회 1층 접견실 소파에 앉아 신문을 읽고 있었다.

좁은 골목길에 들어선 2층 높이 교회당에는 환한 조명과 편해 보이는 소파 2개가 놓여있어 지역 주민들을 반겼다. 유씨와 대화를 나누는 도중에도 여러 어르신들이 소파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신문이나 책을 보며 담소를 나눴다. 아이들도 교회 화장실을 제집 드나들 듯 편하게 오갔다.

유씨는 ‘커피가 공짜’고 ‘눈치를 안 보고 쉴 수 있다’는 소문을 동네 사람들에게서 듣고 5년 전부터 이 교회를 찾았다. “도서관보다 공부가 더 잘된다”며 이곳에서 공부해 한국사능력검정시험 1급도 땄다고 자랑했다.

유씨는 가끔 개방된 기도실에서 예배를 드리기도 하지만 이 교회 등록 성도는 아니다. 최태성 목사는 “찾아오는 어르신들이 부담을 갖지 않도록 따로 전도를 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교회는 최 목사가 2011년 부임한 후 성도 수가 두 배 이상으로 성장했다.

최 목사는 “하나님을 찬미하며 또 온 백성에게 칭송을 받으니 주께서 구원받는 사람을 날마다 더하게 하시니라”(행 2:47)는 성경 말씀에 초대교회의 성장 모습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교회는 폐휴지 줍는 어르신, 몸이 불편한 분을 위주로 전도한다”며 “누구든 차별 없이 형제와 자매로 부르며 사랑을 품었던 초대교회의 전도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대조동루터교회는 지역 합창단이나 다문화 가정 모임, 공부 모임 등 주민들의 행사에 교회공간을 제공한다. 휴게실과 기도실은 늘 열려있다. 교회 화장실에는 아예 ‘개방’이라는 포스터가 붙어있다. 최 목사는 “부임하자마자 화장실부터 개방했다”며 “개방 직후 2주 만에 변기 2개가 막혀 변기를 뜯어내는 공사를 했지만 지금은 아무 문제도 없다”고 말했다.

교회는 미국 루터회의 원어민 선교사가 한국을 찾을 때마다 아이들을 위해 영어 캠프도 개최한다. 외발자전거 캠프나 미술치료 등 교육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매년 독거노인 80여명을 초청해 잔치를 여는가 하면 독거노인 10명에게 5년째 매달 반찬을 대접하고 있다.

최근엔 비영리 단체인 뮤직홈과 협력해 주민들과 함께 오케스트라 합주를 연습하는 ‘우리동네 오케스트라’도 꾸렸다.

주민들은 월요일부터 주일까지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교회에서 최 목사를 만날 수 있다. 최 목사는 나이 마흔에 신학대학원에 입학하며 ‘하나님과 이웃을 섬기는 목회를 하겠다’고 결심했다. 그는 “길에서 전도지를 나눠주는데 막상 교회에 찾아가 보면 목사는 출타하고 없는 경우가 많다”며 “매일 목양실 문을 열어 아이들에게는 사탕을 나눠주고, 찾아오는 분들에게는 상담을 해드린다”고 말했다.

이른 새벽에는 교회 주변을 청소하는 최 목사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그는 “예수 그리스도의 권위가 말씀과, 제자들의 발을 씻기는 사랑의 섬김에서 났음을 한국교회가 되새겼으면 좋겠다”며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과 함께하는 교회,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이 이웃에게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교회를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글·사진=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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