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색조 바다·초콜릿힐… 한 걸음만 더 가면 ‘천국’ 기사의 사진
필리핀 보홀섬 알로나 비치를 찾은 여행객이 팔색조 같은 바다와 황홀한 저녁노을, 이국적인 정취의 야자수가 어우러진 해변 풍경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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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림 사이에 수천 개의 키세스 초콜릿을 닮은 봉긋한 언덕, 커다란 안경을 쓴듯 앙증맞은 원숭이, 포카리스웨트 광고에서 봤던 초승달 같은 모래 해변…. 최근 필리핀 여행지로 급부상하고 있는 보홀(Bohol)섬이 자랑하는 보물이다. 여기에 아바탄 반딧불이, 로복강, 스킨스쿠버, 스노클링, 고래탐사 등 볼거리·즐길거리가 무궁무진하다.

보홀에서만 보는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

필리핀 비사야 중앙에 위치한 보홀섬은 마닐라에서 남쪽으로 약 700㎞ 떨어져 있으며 필리핀 7107개 섬 가운데 10번째로 크다. 남쪽으로 보홀해를 경계로 민다나오와 이웃하고 있으며, 동쪽으로 레이테 섬과 마주보고 있다.

보홀 최고의 볼거리는 초콜릿힐이다. 섬 중앙 대평원에 높이 30∼50m에 이르는 원뿔형 언덕이 1268개나 늘어서 있다. 200만년 전 얕은 바닷속에 있다가 지면 위로 솟아오르면서 육지가 됐고 산호층이 엷어지면서 초콜릿 같은 모양이 만들어졌다. 미국의 한 정치인이 건기(12∼5월) 때 갈색 초지로 뒤덮인 모습이 키세스 초콜릿과 닯았다고 해서 애칭을 얻었다.

이곳에 전해지는 얘기가 애잔하다. 아주 오래된 옛날 ‘아로고’라는 거인이 있었다. 거인은 ‘알로야’라는 처녀를 사랑하게 됐다. 알로야는 이미 약혼자가 있어 거인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이에 거인은 밤중에 알로야를 보쌈해간다. 하지만 너무 세게 안은 바람에 알로야는 숨을 거둔다. 거인은 며칠밤을 새워가며 죽은 알로야를 안고 울었다고 한다. 거인의 눈물이 바닥에 떨어져 초콜릿힐이 됐다고 한다.

가장 높은 ‘초콜릿’ 꼭대기에 마련된 전망대에 서면 보홀의 드넓은 밀림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 사이로 부드러운 물결을 이루듯 솟은 언덕에 우리나라 경주의 왕릉이나 제주의 작은 오름이 오버랩된다. 그냥 보기만 해도 달콤함이 밀려온다.

보홀의 주도 딱빌라란에서 초콜릿힐 가는 도중에 또 다른 유명 관광지가 있다. 필리핀 타르시어보호센터다. 이곳의 명물은 몸길이 10∼15㎝로 손바닥만한 ‘꼬마 포유류’인 타르시어 원숭이(안경원숭이)다. 눈이 얼굴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목을 180도 회전할 수 있다. 수명은 20년 정도지만 11∼3월 짝짓기를 한 다음 6개월 임신기간을 거쳐 한 마리의 새끼만 낳는다. 야행성으로 낮에는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다가 밤에 메뚜기, 나비 등을 사냥한다. 서식지를 강제로 옮기면 스트레스로 자살을 많이 해 보홀 내에서만 구경할 수 있는 진귀한 동물이다.

성질이 매우 온순한 데다 공격성이 없어 묶어 놓지 않아도 나무에 얌전히 있다. 편하게 관찰하고 사진을 찍기에 안성맞춤이다. 다만 동공이 민감해 플래시는 반드시 꺼야 한다.

황홀경을 찾아 떠나는 특별한 강 여행

아바탄강 맹그로브숲의 반딧불이 투어도 빼놓을 수 없다. 해질 무렵 작은 배나 카약을 타고 아바탄 강을 거슬러 올라가며 시작한다. 불빛과 소음을 최대한 줄인 배는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어둠을 헤치고 반딧불이가 모여 있는 나무에 다가선다. 일순간 강물 위로 신기루가 나타났다 사라지는 듯하고, 별무리가 떠다니는 것 같기도 하다. 수천 마리의 반딧불이들이 춤추는 맹그로브 나무는 꼬마전구로 장식된 초대형 성탄 트리 같은 황홀경을 연출한다.

초콜릿 힐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보홀에서 가장 큰 로복강에서는 특별한 투어를 할 수 있다. 유람선을 타고 관광을 하며 맛있는 필리핀식 뷔페를 즐길 수 있다. 배를 타고 수목이 울창한 강을 따라 느긋하게 즐길 수 있다. 유원지의 셔틀 보트처럼 개방적이고 평면적인 모양의 배는 잔잔한 물살을 거스르며 아마존 같은 원시림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로복 출신의 음악가들이 함께 탑승해서 라이브 음악을 들려주기도 한다. 도중에 소년들이 아름드리 나무에 매달리거나 다이빙을 해 눈길을 끈다. 강줄기는 모두 21㎞이지만 투어는 선착장에서 폭포가 있는 3㎞ 구간만 가능하다.

에메랄드 빛 산호초 바다에서 즐기는 수중레포츠

딱빌라란에서 차로 30여분 거리인 팡라오 섬에는 보홀에서도 가장 멋진 해변으로 꼽히는 알로나 비치가 있다. 청색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코발트빛 바다와 파우더를 뿌려놓은 듯한 고운 화이트 비치가 야자수 군락과 어우러져 이국적 정취를 물씬 풍긴다. 보홀의 바다는 팔색조 같다. 새벽과 아침, 한낮과 저녁 등 시간대에 따라 하루에도 몇 번씩 바다 빛깔이 달라진다.

알로나 비치에서 배를 타고 10분만 나가면 귀여운 돌고래 무리를 볼 수 있다. 긴부리 돌고래와 청백 돌고래 등 수십 마리의 돌고래가 이 부근 해역을 집 삼아 살아간다. 돌고래는 취식 시간인 오전 6∼8시에 가장 활발하게 움직인다. 귀찮다는 듯 슬금슬금 배를 피하는 어른 돌고래와 달리, 어린 녀석들은 신이 났다. 경주하자는 듯 배 옆쪽으로 바짝 달라붙기도 한다. 영화 속 ‘프리 윌리’처럼 환상적인 점프는 아니었지만, 손 뻗으면 닿을 거리에서 야생을 느낄 수 있는 짜릿한 경험이다.

스노클링도 각별한 재미를 안겨준다. 연한 연둣빛 바다에서 놀고 있는 강렬한 원색의 작은 물고기들과 만날 수 있다. 울긋불긋한 산호는 물론, 간간이 만화영화 ‘니모를 찾아서’의 주인공 흰동가리의 모습도 눈에 띈다. 작고 앙증맞은 형형색색 열대어의 유희가 넋을 빼놓는다. 불가사리와 대형 바다거북도 볼 수 있다.

수많은 다이빙 포인트 중에서도 팡라오섬 남서쪽에 자리한 발리카삭의 명성이 가장 높다. 팡라오섬에서 필리핀 전통배를 타고 30분 정도 가면 닿는다. 섬 주변 바다는 수심이 얕지만 조금만 앞으로 나아가면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깊어지는 절벽형 해저 지형이다. 물이 맑은 데다 파도가 잔잔해 수많은 다이버가 즐겨 찾는다.

발리카삭에서 배로 30분쯤 더 가면 무인도인 버진 아일랜드를 만난다. 우리나라의 진도처럼 매일 한 차례 바다를 둘로 나누는 폭 2∼5m의 모래톱이 나타난다. 배에서 내려 첨벙첨벙 ‘모세의 기적’ 같은 바닷길을 걸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포카리스웨트 광고를 찍은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 여행메모
필리핀항공 직항 4시간30분 소요
민다나오와 달리 ‘비교적 안전’

인천공항에서 필리핀 보홀섬으로 가는 직항노선이 지난달 23일 개설됐다. 필리핀항공이 보홀의 주도 딱빌라란까지 매일 운항한다. 비즈니스 클래스 12석, 이코노미 클래스 144석을 보유한 A320 기종이 투입된다. 인천에서 매일 오전 2시30분에 출발해 4시간30분 소요된다. 딱빌라란에서는 오후 5시5분에 출발, 오후 11시10분에 인천에 도착한다.

마닐라나 세부를 거쳐 국내선이나 배를 타고 갈 때 보다 훨씬 편리할 뿐 아니라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인천에서 마닐라까지 4시간 10분, 마닐라에서 보홀까지 1시간 15분 걸려 모두 5시간 25분 소요된다. 세부를 통해 국내선을 이용할 경우 모두 5시간, 페리를 이용할 경우 6시간 30분이 걸린다.

이들 교통편을 이용하면 오후 3시 또는 오후 4시쯤 보홀에 도착하게 된다. 하지만 직항편을 이용하면 오전 6시에 도착, 시간낭비 없이 알찬 여행일정을 보낼 수 있다. 소요시간, 편의성, 비용 등을 고려하면 가장 저렴하고 효율적이다.

딱빌라란 공항은 하루 국내선 13편, 국제선 1편을 처리하고 있는 소규모 공항이다. 면세점도 없고 필리핀항공 기내면세점도 운영되지 않아 인천공항에서 미리 쇼핑하는 것도 방법이다. 다만 필리핀 면세한도가 1만 페소(PHP), 약 23만원인 점을 감안해야 한다. 또 출국 때 공항세 500페소(약 1만1390원)를 현금으로 내야한다.

현지에서는 지프니와 오토바이를 개조한 트라이시클 등을 이용할 수 있다. 후텁지근한 날씨에 6∼10월은 우기라 스콜이 내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여행하는 데 큰 문제는 없다. 달러가 통용되지 않는 곳이 많아 페소 소액권을 많이 환전해 가야 유용하다. 보홀은 물가가 싸지만, 살 것이 많지 않다.

최근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테러 등으로 여행 금지 지역이 된 민다나오와 달리 여행 경보 4단계 중 가장 낮은 ‘여행 유의’ 지역으로 비교적 안전한 편이다.

딱빌라란(필리핀 보홀주)=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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