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투자 사기… 120년 넘은 대구 母교회도 발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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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120년이 넘은 대구 지역의 ‘어머니교회’가 소속 교인의 대규모 사기 행각에 연루돼 발칵 뒤집혔다. 앞서 교회에 경제연구소를 차려 놓고 투자자를 끌어 모아 거액을 가로챈 목사가 구속된 터라 교회 내 성도들 간의 금전 거래와 투자 등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너도나도 ‘투자 좀 하자’ 왜?

대구시 중구 A교회에 출석하는 60대 초반의 B권사는 몇 년 전 솔깃한 얘기를 들었다. 같은 교회에 다니는 안수집사가 병원 사업 투자자를 모집하는데 여윳돈을 굴리기에 안성맞춤이라는 것. B권사는 이곳저곳에서 안수집사 최모씨에 대한 평판을 수집한 뒤 의심 없이 투자를 결심했다.

최씨는 A교회에 출석한지 30년이 넘었고, 대구시 산하 공공병원인 C의료원 원무과장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그는 5년 전쯤부터 자신이 근무하는 C의료원의 매점 및 주차장 관리 등을 위·수탁해 매달 투자금의 2.5%를 배당금으로 준다며 투자자를 모집했다. 주된 모집 대상은 출석 교회 신자들이었다. 투자자들은 표준계약서까지 제시하며 투자를 권유하는 최씨를 철석같이 믿었다. 실제로 꼬박꼬박 배당금이 지급되자 1인당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10억원 넘게 투자하는 이도 생겼다.

최씨의 사기 행각은 투자 방식에 의문을 품은 한 투자자가 직접 사실확인을 하면서 드러났다. C의료원 측에 문의해본 결과, 관련 사업 내용은 모두 거짓이었다. 최씨가 제시한 계약서 역시 가짜였고, 배당금은 투자자들의 투자금을 ‘돌려막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11일 대구 수성경찰서와 A교회 등에 따르면 경찰에 최씨를 고소한 피해자는 현재 3명이며, 이들이 제시한 피해액은 13억5000만원선이었다. 하지만 실제 피해자 규모는 최소 100여명, 피해 금액도 100억 원을 훨씬 웃돌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투자자 중 교회 장로와 권사, 집사 등 교회 중직자들은 투자 사실이 외부로 노출되는 걸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수성경찰서 이태원 경제팀장은 “추가로 고소장이 들어와서 검토 중에 있으며, 최씨가 구속된 상황이기 때문에 쌍방 합의를 원하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A교회 외에 다른 교회 신자들의 피해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성도 간 금전거래·투자 피해야”

A교회 사태는 최근 불거진 ‘복음과경제연구소 주식투자 사기’ 수법(국민일보 4월 20일자 26면 참조)과 대동소이하다. 교인 등을 대상으로 투자자를 모은 점, 고수익을 미끼로 내건 뒤 신규 투자자의 투자금으로 돌려막기를 해서 배당·수익금을 지급한 점 등이 그렇다.

목사와 안수집사 등으로서 교회 출석이나 신앙 경력이 많은 점 등을 악용해 신자들을 현혹한 수법도 비슷하다. 이 팀장은 “피의자와 피해자 간에 종교적으로 연결돼 있다 보니 쉽게 속아 넘어간 것 같다”고 말했다.

교계 시민단체나 원로들은 교회 내에서 성도 간, 또는 목회자 간 금전거래 및 투자 자체를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신앙인이든 비신앙인이든 가장 쉽게 현혹될 수 있는 부분이 성적인 유혹과 권력, 그리고 맘몬(돈)이기 때문이다.

손봉호 고신대 석좌교수는 “500년 전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이 발생한 원인의 한가운데에도 돈 문제가 있었고, 교회가 싸우고 갈라지는 문제 중심에도 돈이 자리 잡고 있다”면서 “교회 공동체에서는 사적인 금전 거래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재찬 이현우 기자 jeep@kmib.co.kr, 그래픽=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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