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손병호] 한국 스파이들은 뭘 하나 기사의 사진
한국 스파이들은 오신트(OSINT)만 챙기는 걸까. 오신트는 오픈된 자료(Open Source)에서 얻은 정보다. 주로 언론 보도나 책, 공개 발표자료, 연구논문 등에서 나오는 데이터를 기초로 한다. 정보수집 활동의 기본 중 기본이다. 또 그만큼 안전한 정보수집 활동이다.

근래 우리 정보기관이 해외 스파이를 잡았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그렇다고 한국 스파이가 해외서 잡혔다는 얘기도 못 들었다. 반면 나라 밖에서는 스파이전이 치열하다. 스파이 활동을 하다 잡히고, 또 잡아냈다는 발표가 많다. 스파이 활동에 따른 보복이나 추방도 잦다. 최근 미국과 러시아는 대부분 첩보요원일 가능성이 높은 30∼40명씩의 자국 주재 상대국 외교관 추방전에 나섰다.

중국도 요즘 일본인 스파이 잡기에 혈안이 돼 있다. 지난 5월에는 랴오닝성 다롄에서 일본인 남성을 스파이 혐의로 구속했다. 다롄은 해군기지와 해군사관학교, 항공모함을 만드는 조선소 등이 있는 곳이다. 중국은 지난 3월에도 일본인 남성 6명을 같은 혐의로 구속했다. 중국은 스파이를 더 많이 잡아내려고 지난 4월부터 스파이 신고 시 최고 50만 위안(8300만원)의 포상금을 준다고 발표했다.

일본도 중국 스파이 색출에 혈안이 돼 있다. 학술 교류나 자국민과 결혼한 외국인 배우자 등을 통한 정보 유출을 우려하고 있다. 규모에 의문이 가지만 일본 잡지 ‘대중(大衆)’은 지난 4월 일본 내 스파이 활동과 연계된 중국인이 5만명이라고 주장했다.

미국과 중국의 스파이전은 몇 년째 가열돼 왔다. 지난달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중국은 2010∼2012년에 미 중앙정보국(CIA) 소속의 중국인 정보요원 20여명을 죽이거나 감금했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달 22일 공식 브리핑에서 보도의 사실 여부를 묻는 질문에 “중국 공안이 국가이익을 위해 한 일은 합법”이라고만 답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5월 컴퓨터 회사 IBM에서 중요한 정보를 빼돌린 중국인 엔지니어를 간첩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지난달 미국 등 해외에 있는 중국유학생연합회 소속 일부 회원들이 간첩활동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감청이나 사이버전도 치열하다. 미 정보당국이 최근까지도 세르게이 키슬랴크 주미 러시아대사의 모든 통화를 감청해온 사실이 드러났듯 미국의 자국 주재 외교관 대상 해킹과 감청 활동은 집요할 정도다. 독일 시사지 슈피겔은 최근 독일 연방정보국이 적어도 2006년까지 백악관을 비롯한 미국의 주요 기관과 워싱턴DC의 외국 대사관 100곳을 도·감청했다고 보도했다. 대사관 100곳이면 한국대사관도 포함됐을 것이다. 슈피겔은 도·감청이 지금도 이뤄지는지는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2013년에도 미 정보기관이 한국 일본을 비롯해 미국 내 38개국 대사관을 도청했다는 사실이 전직 CIA 요원인 에드워드 스노든에 의해 폭로됐다.

외교, 안보, 경제 분야에서 글로벌 사회의 경쟁과 갈등은 앞으로도 고조될 것이다. 그만큼 해외를 겨냥한 정보수집 활동이 중요해졌다. 보다 공격적인 해외정보 수집 활동이 요구된다. 방첩 활동도 더 촘촘해져야 한다. 정보수집 방법이나 분야도 세분화돼야 한다. 가령 CIA는 정보요원을 뽑을 때 150개 분야 이상에서 채용한다. 그 가운데 언어직 분야의 경우 채용대상 언어만 해도 60가지가 넘는다. 국가정보원이 11일 과거 정권에서 있었던 불미스러운 개입 의혹 13건에 대해 진상조사를 벌이겠다고 했는데, 조사대상이 워낙 방대해 놀랐다.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본업이 허술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지금 우리나라는 달라진 외교안보 지형에서 북한뿐 아니라 미국, 중국, 일본과도 힘겨운 외교전을 벌여야 한다. 국정원이 내부의 일과 정치적 사안으로 너무 진을 빼지 않길 바란다. 그렇게 되면 제임스 본드만 휘파람을 불지 모른다.

손병호 국제부장 bhs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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