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정권 바뀔 때마다 ‘史草 논란’… 모호한 法이 혼란 자초 기사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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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른바 ‘사초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 관련 법률 미비에 따른 ‘예고된 혼란’이라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지만 지난 10년간 국회 내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대통령기록물법) 개정 논의는 좀처럼 진척되지 못했다.

현행 대통령기록물법은 대통령 기록물 보호와 이관에 관한 권한이 지나치게 청와대에 집중됐다는 지적을 받는다. 대통령기록물법 제17조에 따르면 지정기록물로 지정해 대통령기록물의 열람·사본제작·자료제출 요구 거부 등을 할 수 있는 권한은 오로지 대통령(당선인 및 권한대행 포함)에게만 있다.

지정기록물 대상 범위도 ‘국가 안전보장 관련 기록물’ ‘국민경제 안정 저해 우려 기록물’ ‘인사 기록물’ ‘사생활 관련 기록물’ ‘각종 회의·의사소통 기록물’ ‘대통령의 정치적 견해 표현 기록물’ 등으로 매우 포괄적이라 사실상 ‘민감한 기록물’은 대부분 최장 30년간 대통령기록관에 묶어놓을 수 있다.

때문에 정권이 바뀔 때마다 ‘마구잡이 지정’에 대한 소모적 논란이 반복돼 왔다. 정진임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간사는 16일 “이 법은 전임 대통령 퇴임 후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한 정보 전달을 위해 만들어진 법이지만 정권이 자신의 잘못을 숨기기 위해 악용하는 게 문제”라며 “최소한 지정기록물 목록은 비공개로 지정하지 못하도록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대통령지정기록물(대통령기록물 포함)이 대통령기록관에 이관되기까지 사실상 견제장치가 전무하다는 데 있다. 대통령기록물법 제10조는 대통령기록관장이 매년 청와대 등으로부터 기록물 생산 현황을 통보받도록 돼 있을 뿐 관리·감독할 권한은 없다. 대통령기록관은 이관 및 검수 이후에나 기록물을 관리할 권한이 부여되는데, 검수 목록조차 청와대가 작성하도록 돼 있다. 대통령기록물의 은폐·유출 의혹이 거듭 제기됨에도 청와대 밖에서 이를 감시하고 차단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대통령기록물관리법에 후임 정부에 남길 ‘인수인계 사항’이 별도로 규정돼 있지 않은 것도 문제다. 이 때문에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청와대가 “남아 있는 자료가 없다”고 하소연하는 현상이 반복된다. 문재인정부도 출범 직후 “박근혜정부가 남겨놓은 자료가 없다”고 호소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역시 2013년 4월 “청와대에 와 보니 ‘존안(存案) 자료(인사 관련 자료)’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명박정부도 노무현정부로부터 존안자료 등을 넘겨받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다. 존안자료는 정보·사정기관과 청와대 인사검증팀의 핵심 인사 자료다.

초유의 대통령 탄핵사태 등 비정상적인 국가 상황에 대한 규정도 모호하다. 황교안 전 대통령 권한대행은 탄핵당한 박 전 대통령을 대신해 박근혜정부 문건 중 20만4000여건을 지정기록물로 지정했다. 일각에서는 황 전 권한대행이 지정기록물로 지정할 수 있는 대상 문건은 자신이 권한대행 직을 수행한 기간에 한정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2007년 제정된 대통령기록물법은 2009년 단 한 차례만 개정됐다. 그나마 개정된 내용도 대통령이 외국 정부 수반 선물을 대통령기록물에 포함시키고, 대통령기록관리전문위원회 명칭 변경, 전직 대통령의 열람 편의 제공 등에 불과하다. 18대 국회와 19대 국회에서는 각각 1건과 9건의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모두 자동 폐기됐다. 20대 국회에서도 8건의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소관 상임위에 발이 묶인 상태다. 글=최승욱 이종선 기자 applesu@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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