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은 그림의 떡…  발달장애인, 그들만의 참담한 세상 기사의 사진
“일하니까 재밌고 좋아요.”

지난 6일 오후 2시쯤 서울 성동구 사회적기업 동구밭에서 만난 김성수(가명·35)씨는 컨베이어벨트에서 포장돼 나오는 비누를 상자에 정리하며 이같이 말했다. 중학교 3학년 때 동사무소에서 발달장애 3급 판정을 받은 김씨는 지난 3월부터 이곳에서 일하고 있다.

동구밭은 발달장애인을 고용해 ‘가꿈’이라는 브랜드의 비누를 만들어 파는 사회적기업이다. 이곳에서는 20·30대 발달장애인 10여명이 오전 오후조로 나뉘어 근무하고 있다. 노순호 대표는 “채용 인터뷰에서 김씨가 편찮으신 아버님을 돌보는데 일을 하면서 돈도 벌고 가정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말해 채용을 결정했다”며 “지금은 일을 잘하는 직원 중 하나”라고 말했다.

김씨는 겉모습만 봐선 장애인인 줄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신체 활동은 불편함이 없다. 등산도 좋아한다. 다만 지적 장애가 있어 대화 중에 목소리가 커지거나 자신의 생각을 말로 명확히 표현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발달장애는 육체나 정신 발달이 나이보다 느린 경우인데, 지적 장애와 뇌성마비, 다운증후군, 자폐증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장애인의 취업이 밤하늘의 별따기라면 발달장애인의 취업은 대낮에 별 찾기다. 한국장애인 고용개발원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15세 이상 발달장애인 18만596명 중 취업해 일을 하는 이들은 4만2508명이다. 발달장애인 고용률은 23.5%로 전체 장애인 고용률 36.1%에 한참 못 미친다. 권재현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정책홍보국장은 “일반 고용시장에서 발달장애인 채용에 대한 고용을 여전히 꺼리고 있다”며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씨는 그나마 비교적 장애가 가벼운 편이어서 다양한 일을 해왔다. 모자 공장과 가방 공장에서 생산직으로 일했고, 전단을 나눠주는 아르바이트나 카페 바리스타로 일한 적도 있다.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김씨는 “매일 오전 9시부터 밤 11시까지 일 하고도 월급은 60만원만 받은 적도 있다”고 말했다.

동구밭에서는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4시간씩 일한다. 월급은 최저임금을 조금 넘는 60만원을 받는다. 김씨는 “회사가 발전해 오래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헤매는 발달장애인들에게 자리를 제공해줬으면 좋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곳처럼 장애인이 최저임금을 넘는 돈을 받으며 일할 수 있는 곳은 흔치 않다. 지적장애 3급인 A씨(27)는 지난해까지 서울 성동구의 한 가구점에서 근무했다. 가구를 나르고 정리하는 일이 주 업무였다.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했다. 야근도 마다하지 않았다. 임금은 월 20만∼40만원이었다.

한국사회보장학회에 따르면 법정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임금을 받은 발달장애인 등 정신적 장애인의 비율은 2014년에만 77.3%에 달한다. 2008년에는 30.7%였는데, 6년 만에 2배 이상 늘었다. 2014년 정신적 장애인의 시간당 임금은 4308원으로 그해 최저임금 5120원보다 16% 적었다.

조호근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노동상담센터장은 “발달장애인의 경우 조기 교육이 중요한데 국내에선 성인이 되어서야 직업훈련을 받고, 바리스타·제과 제빵 등 선택의 폭도 좁다”며 “개인의 강점을 살릴 수 있도록 직업훈련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글=허경구 기자 nine@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