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靑 “삼성 메모, 우병우가 직접 쓰지는 않았을 것” 기사의 사진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 3일 재판 출석을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우 전 수석은 ‘박근혜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 문건’ 공개로 다시 특검과 검찰의 주목을 받고 있다. 뉴시스

이전이미지다음이미지

청와대가 지난 14일 공개한 ‘박근혜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 문건’ 가운데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지원방안을 논의한 ‘삼성 메모’의 작성자다. 문건이 민정수석 산하 민정비서관실에서 작성된 만큼 민정비서관으로 근무했던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유력한 작성자로 거론됐다.

하지만 청와대는 우 전 수석이 직접 메모를 작성할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 전 수석이 행정관에게 지시하는 과정에서 생산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삼성 메모를 포함해 300종에 육박하는 문서들의 특검 인계 과정과 법정에서의 증거능력 인정 여부도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민정수석실 문건과 관련해 현재까지 제기되고 있는 쟁점 및 의혹은 ①작성 주체 ②작성 시점 ③작성 의도 ④문건공개 불법성 ⑤법정 증거능력이다.

“삼성 메모, 밑에서 쓴 것으로보여”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6일 삼성 메모 작성자에 대해 “우 전 수석이 쓰진 않았을 것”이라며 “그 밑에 있는 사람이 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작성자를 공개하진 않았다. 그는 “특검에 자료를 보낸 만큼 자료 검증과정에서 확인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삼성 메모 작성 시점이 2014년 8월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당시는 우 전 수석이 민정비서관으로 근무할 때다. 발견 장소는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이고, 민정 부문이 아닌 사정 부문에 놓인 캐비닛 내부였다. 삼성의 경영권 문제가 사정 파트 업무가 아님을 감안하면 당시 민정비서관실 전체에 해당 내용이 공유됐을 가능성도 있다. 박근혜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 관계자는 “청와대 수석이나 비서관급이 아닌 행정관이 메모한 것이라면 민정비서관실 전체가 삼성의 경영권 승계 지원방안을 논의했다는 의미”라고 내다봤다. 행정관급 인사가 별도 보고서 작성을 위해 지시 내용을 받아 적은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전 청와대 관계자는 “보고서는 주로 행정관이 쓴다. 위에서 누군가 ‘이런 방향으로 쓰라’고 한 걸 행정관이 받아 적은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문건의 작성 의도도 규명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물밑에서 삼성을 지원하는 수준이 아닌 국가권력의 제도적 지원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직접적으로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 증거가 될 수도 있고, 청와대 차원에서 ‘최순실 국정농단’의 실체를 규명하는 데 중요한 발판이 된다는 판단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결국 정부가 그런(삼성 경영권 승계 지원) 구상을 했다는 것이니 실제 그 구상이 이뤄졌는지 확인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내부에서도 이번에 공개된 문건의 존재 여부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등 3∼4명만 알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다 지난 14일 문건 존재 사실이 외부에도 조금씩 알려지자 곧바로 발표했다고 한다. 오래 가지고 있을 경우 정치적 오해를 살 수 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위법 논란과 법정 증거능력

청와대의 언론 발표 및 문서 사본 제출(특검)이 불법이라는 지적에 청와대는 강력히 반박했다. 청와대는 특검에 문서 사본을 제출한 것은 “법원에 의한 사실조회 및 문서송부 요구에 의해 제공한 것이어서 적법하다”고 했고, 언론 발표에 대해선 “문건 제목(소제목 포함) 등을 공표한 건 원본 유출도 아니고, 관련법에 의해 모두 정당하다”고 밝혔다. 김영한 전 민정수석 메모의 대통령기록물 해당 여부에 대해선 “관련법은 대통령기록물을 ①대통령의 보좌기관 등이 ②대통령 직무수행과 관련해 ③생산한(생산 완료된) 것으로 규정한다”며 “메모자의 기억을 환기하기 위해 만든 것이므로 ‘생산 완료’ 문건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문건 중에는 수석비서관 회의 자료도 포함됐지만 이는 대통령 지시사항이나 회의록이 아닌 각 수석실의 회의 보고 문건 수준으로 알려졌다.

법원 판례 역시 대통령기록물의 요건을 4가지로 따진다. ①대통령기록물 생산기관이 ②대통령 직무수행과 관련해 ③생산 또는 접수한 ④문서만을 대통령 기록물로 본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파일을 유출한 혐의로 기소됐지만 1심과 2심에서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최순실씨에게 대통령 연설문, 말씀자료 등을 유출한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역시 대통령기록물법이 아닌 형법상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기소됐다. 그만큼 대통령기록물법 적용이 까다롭다는 뜻이다.

캐비닛에서 발견된 문건은 작성자를 알 수 없는 자료들이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문건이 국정농단 관련 재판에 추가 증거로 제출될 경우 증거능력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실제 작성자가 특정돼야 한다는 과제가 남는다. 박근혜 전 대통령 등 피고인이 증거 채택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작성자가 법정에 나와 지시 여부 등을 증언해야 한다. 결국 검찰이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근무한 직원들을 차례로 조사하는 수순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청와대는 다른 사무실에서도 문서가 남아있을 수 있다고 보고 17일부터 이틀간 총무·민정비서관실에서 전체 사무실을 전수조사키로 했다. 이번에 발견된 일부 문건의 경우 책상 서랍 뒤편 빈 공간에 떨어져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강준구 양민철 김판 기자 eyes@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