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을새김-배병우] 일자리, 방향은 맞지만… 기사의 사진
문재인정부 경제정책의 키워드는 일자리다. 문재인정부가 내세우는 소득주도 성장의 출발점이 일자리 창출이다. 일자리가 있어야 소득(임금)이 생기고, 이를 바탕으로 소비가 증가해 내수가 활성화되며, 이는 다시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드는 선순환이 진행된다는 논리다. 여기서 마중물 역할을 하는 게 공공부문이다. 재정지출을 늘려 안정적이고 양질의 일자리를 공공부문에서 먼저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공공부문이 앞서 나가고 각종 유인책을 통해 민간에서도 이 흐름을 확산시킨다는 복안이다. 추경에 포함된 공무원 1만2000명 충원에 정부와 여권이 그토록 목을 매는 이유이다.

과거 정부의 성장 담론 중심에는 수출 대기업에 의한 낙수효과(부자들의 소득이 늘어나면 소비와 투자 확대 등으로 그 돈이 저소득층에까지 흘러들어간다는 것)가 있었다. 그러나 2015년 국제통화기금(IMF)조차도 이를 부인하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이에 따르면 오히려 하위 소득 20%의 소득 증가가 경제성장에 도움을 준다. 일부 학자들은 소득주도 성장의 작동기제도 불분명하다고 비판하지만 지금처럼 가계 궁핍화가 심각한 상황에선 충분히 추진할 만하다. 정부가 늘리려는 사회서비스 일자리에 대한 수요도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급증하고 있어 정책 효과가 예상보다 빨리 나타날 수 있다. 소득주도 성장을 위한 필요조건인 정부 재정 형편도 여유가 있는 편이다.

하지만 정책 방향이 옳다는 게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목표 못지않게 중요한 게 과정이다. 부작용이 최소화되도록 용의주도하게 정책을 설계하고 타이밍도 잘 맞춰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내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제로로 하겠다고 밝힌 것은 성급했다. 새 정부 정책 방향의 차별성을 극적으로 드러내는 홍보 효과는 거뒀을지 모른다. 그러나 복잡한 고용 형태 중 어디까지를 정규직화할지 등에 대한 검토도 없이 불쑥 발표함에 따라 국민들의 기대 수준만 한껏 올려놓았다.

아무리 공공부문이라도 비정규직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 급속한 기술과 사회변화가 일어나는 고용시장에서 모든 일자리를 정규직으로 채용해야 한다면 어떤 정부도 이를 견뎌낼 수 없다. 이미 대통령의 선언 이후 공기업은 물론 민간에서도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달라는 요구가 분출하고 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문제는 복잡한 사안이다. 해당 조직의 업무와 보상체계 전반에 대한 분석이 우선돼야 한다. 무엇보다 기존 정규직에 대한 처우 조정이 필수적이다. 정규직 저성과자 해고와 임금구조 경직성 완화 등 정규직의 유연화가 병행돼야 한다. 공기업은 물론 지방자치단체 간에 경영상황과 재정 여건이 들쭉날쭉한 점도 고려해야 한다. 공공부문이라도 어떤 고용형태나 업무는 정규직화하고, 나머지는 비정규직으로 남겨야 할지 선을 그어야 한다.

민간부문에 정규직 전환을 압박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상시 업무에도 비정규직을 선호하는 것은 시정돼야 하고 비정규직과 정규직 간 임금 격차도 크게 줄여야 한다. 하지만 정규직 전환을 강요할 경우 기업들은 신규 고용 자체를 꺼리는 식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 6월 고용동향에서 청년 실업률이 최악으로 나타난 것은 이러한 기업들의 불안이 반영된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인상 약속도 그렇다. 대통령의 공약에 맞춘 듯 내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6.4%나 오른 시간당 7530원으로 확정됐다. 초과인상분은 정부 재정에서 3조원 이상을 지원한다고 한다. 민간 자영업자의 인건비까지 예산으로 지원한 잘못된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최저임금 1만원 도달시기를 2년 정도 더 늦추는 게 합리적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현실과 괴리된 제도는 오래갈 수 없다. 차기에 어떤 정치적 성향을 가진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지속가능한’ 일자리 정책을 짜야 한다.

배병우 편집국 부국장 bwb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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