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서용구] 면세점이 살아남으려면 기사의 사진
대한민국 면세점의 시장 규모는 지난 5년간 중국인 방문객의 대폭 증가 등 특수에 힘입어 현재 10조원 규모로 성장했다. 그 결과 ‘면세점 산업’이라는 규모와 지위는 획득했지만 면세점 특혜 등 최근 일련의 사건에서 드러난 것처럼 면세점 특허권 심사를 포함한 정부의 정책은 산업 정책이라는 말을 하기가 민망할 정도다. 면세점 허가 등 정부의 정책이나 날로 치열해지는 면세점 산업 자체를 이대로 방치해서는 글로벌 경쟁력을 잃어버릴 가능성이 많다. 한국의 면세점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만 하는 걸까.

첫째, 소매업은 업체 간 경쟁뿐 아니라 판매방식과 서비스가 다른 업태들 간 경쟁에 의해 발달한다. 면세점이라는 소매업은 고자본, 고위험 비즈니스다. 본래는 공항 출국장 면세 매장에서 시작된 특수 소매업으로 분류되었다. 그러나 지난 30년 세계 주요 공항의 쇼핑몰화, 대형 시내 면세점의 출현 등으로 현재 면세점은 프리미엄 브랜드의 주요 판매 채널인 고성장 소매 산업으로 성장 중이다. 게다가 현재 대한민국은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시내 면세점을 보유한 면세점 최강국이 되었다.

매년 1억명의 중국인들이 해외로 여행하는 오늘날 면세점 산업은 중국, 일본, 한국, 대만이 중국인 방문객을 대상으로 치열한 경합을 하는 글로벌 경쟁 산업으로 변화하고 있다. 특히 중국인 방문객에 대한 산업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고 주변국과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고위험 산업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일본은 2020년 도쿄올림픽을 준비하면서 모든 대형 매장을 면세점으로 지정하여 판매 즉시 세금을 현금으로 되돌려주고 있다. 우리도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펴야 한다.

둘째, 면세점은 현재 관세청이 특허권 허가, 관리 등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면세점 사업의 본질은 프리미엄 브랜드를 주로 판매하는 소매 매장(산업자원부 소관)이다. 그리고 80% 이상의 고객이 외국인 방문객이며 외국인 관광객이라는 파이를 두고 일본, 홍콩, 대만 등 주변국 면세점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관광 시설(문화관광부 소관)이다.

마지막으로 면세점은 글로벌 명품과 프리미엄 브랜드 업체들과의 가격 협상을 통하여 거액의 재고를 보유·관리해야 한다. 거기에다 시내 핵심 상권에 대형 매장을 보유하고 운영해야 하기 때문에 세련된 매장과 머천다이징 그리고 다수의 판매원이 필요한 자본 집약적인 산업이다.

결국 다수의 정부 부처에 걸쳐 있는 융합 산업적인 특성을 고려하면 총리실이 컨트롤타워가 되고 해당 정부 부처들이 참여하는 라운드테이블에서 면세점 정책이 결정되어야 한다. 면세점 산업 비전을 수립하고 10년 발전 계획에 의하여 정책과 전략의 일관성을 유지해야만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면세점은 향후 한국 경제에 중요한 성장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국내총생산(GDP)의 반을 차지하는 한국 소비시장에 최근 거대한 인구변화가 발생해 불행히도 이제는 내국인의 구매력만으로는 2∼3%의 지속 성장도 어려워졌다. 한국은 주력소비자(30∼54세) 수가 2016년부터 줄기 시작한 인구감소 시장이며, 향후에도 인구절벽에 직면해 있다. 소비시장의 향후 성장판은 방문객 경제(visitor economy)이다.

방문객의 선택을 받는 매력적인 국가 브랜드가 되면 방문객 수요(외수)를 내수화하여 지속성장이 가능해진다. 면세점 경쟁력을 높이면 ‘대한민국=상주인구 5000만명+상시 방문객 3000만명=8000만명 소비자’ 공식을 만들 수 있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의 주된 방문 목적은 쇼핑이며 쇼핑 관광 만족도는 면세점이 결정하기 때문이다. 면세점 산업이 관광 산업과도 연관될 수 있다는 얘기다. 결국 한국 면세점은 향후 대한민국 관광 및 서비스 산업을 도약시킬 수 있는 전략산업이다. 장기 산업정책을 만들어 민관이 모두 응원한다면 면세점은 저성장에 빠진 한국 소비시장에 새로운 성장판,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있다.

서용구(숙명여대 교수·경영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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