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17일 군사당국회담을 북측에 공식 제의했다. 대한적십자사도 추석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갖기 위한 적십자 회담을 열자고 제안했다. 북한이 응할 경우 2014년 10월 비공개 접촉을 한 지 33개월 만에 군사 당국 차원의 대화가 재개된다. 이산가족 상봉도 성사되면 2015년 10월 이후 2년 만이다. 회담 여부에 따라 문재인정부 초반 남북관계의 큰 흐름을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두 가지 회담을 동시 제의한 것은 남북 관계 개선의 주도적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미국과 중국, 일본 정상 등으로부터 ‘주도적 역할’에 대한 지지를 받은 데 따른 자신감이 깔려 있다. 특히 문 대통령이 지난 6일 독일에서 밝힌 베를린 구상을 이행하는 수순이기도 하다. 위중한 한반도 상황과 이산가족 상봉의 시급성 등을 고려해볼 때 지금이 적기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정부 뜻대로 회담이 이뤄진다면 낮은 차원이긴 하지만 한반도 상황을 우리가 일부 관리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주목할 만하다.

최대 관건은 북한의 호응 여부다. 현재로선 장담하기 어렵지만 역제의 등을 통해서라도 북한이 반응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군사당국회담이 ‘최고 존엄’ 문제를 다루는 자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거론하는 대북 확성기 방송과 대북 전단 살포에 매우 민감하다. 군사당국회담은 북한이 지난해 5월을 비롯해 여러 차례 제의한 바도 있다. 노동신문이 최근 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에 대해 일부 긍정 평가를 내린 점도 성사 쪽에 힘을 보태고 있다. 회담 여부를 떠나 북한이 답변을 보내온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 있는 진전으로 평가할 수 있다. 북한이 일방적으로 단절했던 서해 군 통신선을 통해 답변할 경우 공식 연락 채널 복원의 시작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너무 조급하게 굴어선 안 된다. 회담 자체에 매달리다 보면 남북 대화 주도권을 북한에 빼앗길 수 있다. 북한은 이미 문재인정부 들어 54건의 교류 요청을 거절하며 상황을 관리하고 있다. 회담을 명분으로 북한이 적대행위로 규정하고 있는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조치 등을 먼저 취한다면 협상 카드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다. 남북 회담이라도 철저하게 주고받는 식이 되어야 한다. 또 이번 제의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한 잘못된 신호로 북한이 해석할 여지를 줘서도 안 된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 스스로 북한과의 대화를 위한 ‘올바른 여건’은 아직 충족되지 않았다고 하지 않았나. 고강도 제재를 이어가고 있는 미국과의 엇박자 우려도 남북 대화를 이어감에 있어 고려 대상이다. 성급하게 회담 성과를 기대하기보다는 긴 호흡을 갖고 대화 여건을 먼저 조성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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